이런 무인항공기가 앞으로는 우주항공, 정확히 말해 외계행성 탐사에도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첫 데뷔무대는 1655년 발견된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 될 공산이 크다.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토성의 위성 타이탄은 천문학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장소다. 토성 위성 중 가장 크며,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 이어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위성에 해당한다. 지름이 5,150㎞로 달의 1.5배나 된다. 중력은 지구의 1/7 수준이지만 짙은 대기를 가진 태양계 내 유일한 천체다.
대기의 구성도 지구와 유사하다. 지구처럼 대기의 대부분이 질소로 이뤄져 있으며 소량의 메탄과 에탄이 섞여 있다. 대기압은 1.5기압, 대기밀도는 지구의 4배다. 이러한 대기의 존재로 인해 바람, 비 등의 기상 현상이 일어난다. 표면 온도가 평균 -179℃라는 점을 제외하면 원시 지구의 모습과 유사해 보일 정도다.
특히 타이탄은 표면에 안정된 상태의 액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태양계 내의 유일한 천체이기도 하다. 2006년 미 항공우주국 (NASA)의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액체 에탄과 액체 메탄으로 이뤄진 호수를 발견한 것. 이는 지구 밖에서 존재가 확인된 최초이자 현존 유일의 액체다.
이 모든 요소들을 감안, 타이탄은 예전부터 미생물이나 유기 화합물 형태의 생명체가 태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믿어져 왔다. 우주항공 학계도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최초의 후보지 중 하나로 타이탄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카시니호의 탐사를 기점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기구(EAS) 등이 타이탄 탐사 계획을 속속 수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NASA와 ESA는 타이탄 상공에 6개월간 탐사용 열기구를 띄우는 '타이탄 토성계 임무(TSSM)'를 제안했다. TSSM은 유로파 목성계 임무(EJSM)에 우선순위가 밀리기는 했지만 진행은 계속될 예정이다. 또 타이탄의 바다에 탐사선을 띄우는 '타이탄 해양 탐사선(TiME)' 임무도 추진 중이다. TiME는 이르면 2016년 발사돼 지구로부터 12억8,740만㎞ 이상 떨어진 타이탄에 2023년 도착하게 된다.
외계행성 항공탐사 시대의 개막
이런 와중에 얼마 전 전혀 새로운 개념의 타이탄 탐사 계획이 발표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무인항공기(UAV)를 타이탄에 보내 공중에서 생명체 탐사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미국 아이다호대학의 제이슨 W. 반즈 박사. 그는 타이탄이야말로 태양계 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천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30명의 과학자와 공학자들로 개발팀을 구성, 타이탄 탐사 무인항공기 'AVIATR'의 개발을 주창했다.
AVIATR은 '타이탄 현지 공중 정찰기 (Aerial Vehicle for In-situ and Airborne Titan Reconnaissance)'의 약자로 중량 120㎏의 UAV를 개발, 타이탄의 대기권을 항공 탐사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UAV를 통해 타이탄의 지형 상태와 기상 현상을 더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것.
반즈 박사는 이러한 UAV 탐사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대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UAV 외계행성 탐사라는 발상은 타이탄이 여타 천체들과 달리 대기가 존재하고, 밀도도 높다는 환경적 특성이 감안 됐다. 대기로부터 양력을 얻을 수 있어 항공기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현만 된다면 기구를 이용하는 TSSM, 우주보트 격인 TiME와는 차원이 다른 광범위한 지역의 정밀 탐사를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수개월 동안 겨우 1~2㎞ 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로버 탐사는 아예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다. 탐사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셈이다.
아직은 개념 정립 및 설계 제원 수립 단계에 불과하지만 반즈 박사팀의 설계안에 따르면 AVIATR은 크게 우주비행체, 대기권 돌입체, UAV 등 3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다. 우주비행체가 대기권 돌입체와 UAV를 싣고 지구에서 타이탄까지의 비행한 뒤 대기권 돌입체가 UAV를 품은 채 타이탄으로 강하, 대기권 상공에서 UAV를 방출하는 메커니즘이다.
발사 당시 AVIATR의 총중량은 1,300㎏으로 우주비행체에는 445N(뉴턴)급 로켓 추진기 1기와 자세제어용 22N 추진기 4기, 고도제어용 1N 추진기 8기가 장비돼 있으며 연료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히드라진(hydrazine)을 쓴다.
대기권 돌입체의 경우 두께 2㎝의 압연 아이소그리드(isogrid) 가공 알루미늄 강판을 모노코크 구조로 설계, 타이탄 대기권 진입 시의 충격에 견딜 내구성을 확보했다. 덧붙여 대기마찰 열에서 UAV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별도의 방열 시스템이 구비된다. 방열시스템의 핵심요소는 내열성 노멕스(Nomex) 패드에 실리콘 접착제로 균일하게 붙인 두께 3㎜의 SIRCA-15 층이다. 이 덕분에 대기권 돌입체의 방열시스템은 1㎠ 면적당 최대 21W의 열에 견딜 수 있으며 최대 동압력은 7,160파스칼(㎩)에 이른다.
또한 다층박막단열재가 10겹으로 입혀져 있어 우주방사능에서 UAV와 내장 탐사장비를 보호할 수 있다. 강하의 최종 단계에서 속도 감소를 위해 카시니호에 쓰였던 극초음속 감속 낙하산이 탑재돼 있는데 적정 고도에서 해치가 열리면 UAV가 분리돼 자력비행을 개시하게 된다.
모노코크 (monocoque) - 보디와 프레임을 하나로 일체화한 구조. 경량화를 꾀하는 동시에 내구성, 내충격성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F1 머신도 레이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운전석을 모노코크 방식으로 설계한다.
동압력 (dynamic pressure) - 유체의 운동을 막았을 때 발생하는 압력.
최강 성능 UAV
AVIATR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UAV는 외관만 보면 지구에서 운용되는 UA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량은 116㎏으로 2엽식 프로펠러로 추진된다. 주 날개는 동체와 일체화된 고정익 항공기지만 대기권 돌입체에 격납 가능하도록 접이식 날개를 채택했다.
내부에는 항공 전자장비, 통신장비, 과학탐 사장비, 비행제어 액추에이터, 동력체계 구성품 등이 들어 있다. 탐사장비에는 고해상도 2미크론(㎛)급 분광복사계, 지평선 감시 분광복사계, 근적외선 영상 분광계, 레이더 고도계, 풍향 풍속 감지계, 대기 환경 분석시스템, 에어로졸 밀도 센서 등이 있으며 아이다호대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학생 빗방울 감지기(Student Raindrop Detector)'도 장착된다.
동체는 폴리우레탄 발포재 코어에 두 장의 에폭시 유리섬유 판재를 입혀 제작되는데 모노 코크 구조로 자체 단열 효과가 있어 동력장비의 열에너지 등으로 타이탄의 극한 저온환경에서도 내부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용에 필요한 동력의 경우 2기의 128W급 개량형 스털링 방사성동위원소 발전기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발전기가 생성한 전력으로 희토류 자석 브러시리스 직류 모터를 구동,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것. 동체 앞부분에는 흡입구를 배치, 외부의 대기를 흡입해 발전기를 적정 온도로 냉각시키게 된다.
유선형 페어링 속에 내장된 지향성 하이게인 안테나를 통해 탐사데이터를 지구로 송신하며 지구의 통제요원들이 UAV의 탐사스케줄을 조정할 수도 있다. 특히 최악의 상황에 대비 3중 자동조종장치가 운용되고 메인컴퓨터의 두뇌는 이제껏 우주탐사용으로 사용된 것 중 최대 성능을 자랑하는 64GB 칩이 탑재된다.
반즈 박사는 AVIATR의 최적 발사시점을 2017년 2월 16일로 본다. 이때 발사가 이뤄지면 2024년 10월 타이탄에 도착할 수 있다
104개월의 험난한 여정
현재 반즈 박사팀이 생각하고 있는 AVIATR의 임무 기간은 지구를 출발한 우주비행체가 타이탄 궤도에 도착하기까지 92개월, 타이탄에서의 탐사기간 12개월 등 총 104개월이다. 2017년 2월 16일을 최적 발사시점으로 보고 있는데 이 날 발사가 이뤄지면 2018년 9월 2일 심우주 기동 (DSM)을 하고 2020년 4월 9일에는 지구의 중력 도움을 받아 가속(EGA)해 타이탄으로의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다. 이후 2021년 6월 23일 목성의 중력도움 가속(JGA)을 거쳐 2024년 10월 22일 타이탄에 도착할 수 있다.
AVIATR의 대기권 돌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먼저 우주비행체가 적정 고도에 진입한 뒤 대기권 돌입체를 분리한다. 그러면 돌입체는 초속 5.7㎞의 속도로 초음속 강하를 실시, 대기권 돌입 후 270초 뒤 타이탄 상공 175㎞ 고도에 도달한다. 이때의 속도는 마하 1.5며 초음속 감속 낙하산이 전개돼 속도가 마하 0.5로 떨어진다. 이어 주낙하산까지 펴지면 돌입체는 초속 20m까지 감속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방열판이 분리되고, 다시 고도 40 ㎞에 이르러 UAV가 분리된다.
UAV의 주 탐사지역은 타이탄의 북반구와 남반구. 이곳을 비행하며 바람과 대기 조성, 구름과 폭풍, 산맥과 모래언덕, 북극 호수 등의 탐사임무를 수행한다.
1년간의 모든 임무를 마쳤거나 탐사 중 예기치 못한 사고 또는 기계고장으로 임무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지구의 관제팀에 의해 UAV는 타이탄의 방대한 모래바다 중 한곳에 불시착해 폐기된다. 반즈 박사는 현재로선 '벨렛(Belet)' 지역이 최적의 폐기장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굳이 폐기지점을 모래 지대로 삼은 것은 모래가 불시착 시의 충격을 흡수, UAV의 방사성 동위원소 발전기 파열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얼음이 없어 UAV의 열이 얼음을 녹이면서 환경에 피해를 입히는 사태도 막을 수 있다. 물론 UAV는 불시착하는 순간까지 데이터를 수집, 송신하며 불시착 후에도 장비 작동이 가능하면 연료가 고갈될 때까지 고정식 관측장비의 역할을 맡는다.
토끼와 거북이
NASA와 ESA는 열기구를 이용한 타이탄 공중탐사 프로젝트(TSSM, 우측 사진)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TSSM은 능동적 이동이 불가능하고 이동속도도 느리다는 한계가 있다.
7억 1,500만 달러의 사나이
반즈 박사에 의하면 AVIATR 프로젝트에 필요한 예산규모는 약 7억1,500만 달러다.
막대한 돈임에 틀림없지만 여타 타이탄 탐사 임무와 비교할 때 결코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오히려 다른 탐사임무에 AVIATR를 접목시켜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즉 몇 년 이내에 AVIATR가 추진될 가능성은 무척이나 낮아 보 인다. 미 국립과학아카데미(NAS) 산하 국립연구회의(NRC)가 지난 2010년 외계행성탐사 우선순위에서 타이탄을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즈 박사조차 2020년대에 이르러야 AVIATR의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조속한 발사를 위해 AVIATR가 TSSM보다 타이탄 탐사에 유용한 방식임을 관련학계에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기구는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만큼 절대로 타이탄의 극지방에 위치한 호수를 관측할 수 없다는 점을 집중 피력한다. 또 설령 기구가 날아간다고 해도 험난한 지형 탓에 제대로 관측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AVIATR은 넓은 영역의 탐사가 가능해 향후 다른 탐사선들 이착륙할 유망한 후보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 며, 능동적 이동능력에 힘입어 햇빛이 비추는 지역만을 골라 탐사함으로서 쉬지 않고 탐사를 펼칠 수 있다는 부분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럼에도 주지하다시피 AVIATR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격 대기 중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며 하나하나 재검증해야한다. 반즈 박사의 바람대로 2020년대 초 발사가 이뤄져도 이동기간을 감안할 때 뉴스를 통해 AVIATR의 성과를 접하려면 최소 7~8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인지 반즈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AVIATR 프로젝트에 평생의 경력 전체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이 프로젝트를 계획·발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미국 정부와 NASA의 간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하늘에는 AVIATR, 바다에는 TIME
AVIATR 무인기가 타이탄의 하늘을 누빈다면 TiME는 바다를 책임진다
대기권 진입
TiME 캡슐은 행성의 중력을 활용, 속도를 높이는 중력 도움(gravity assist) 기술을 동원하며 7년여의 비행 끝에 타이탄에 도달한다. 이후 열 차폐막을 펼쳐 질소와 메탄으로 이뤄진 타이탄의 대기권에 돌입한다.
수상 착륙
지표면 160㎞ 상공에서 낙하산이 전개된다. 착륙지점인 리지아해(Ligeia Mare)에 안착할 때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이 시간동안 캡슐의 카메라가 타이탄의 바다 풍경을 촬영하며 내장 온도계와 기압계는 기상테이터를 측정한다.
표류 탐사
착륙 후 캡슐에 내장된 질량분석계가 바다의 표본을 채집, 화학적 조성을 분석한다. 음파탐지기는 수심을 측정한다. 자체 동력이 없기 때문에 캡슐은 물결과 바람에 밀려 표류하는 형태로 탐사를 진행한다. 탐사기간 동안 탄화수소 비를 맞는 이색적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해안으로 떠밀려 올라와 옴짝달싹 못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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