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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쟁이 바보상자 다음TV 플러스

포털사이트 다음이 출시한 '다음TV 플러스'는 인터넷 연결 기능이 없는 TV는 물론 PC용 모니터에도 스마트 DNA를 심어주는 셋톱박스다.

편리한 설치법은 기본이고, 손쉬운 사용법과 다양한 콘텐츠까지 품은 똘똘하기 그지없는 녀석이다.

심지어 월 이용료도 없어서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서영진 IT전문기자 artjuck@news1.kr

포털사이트 다음이 일반 TV나 모니터에 부착해 쓸 수 있는 셋톱 박스를 선보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라성 같은 제조사가 주름잡고 있는 스마트 TV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양한 콘텐츠와 공짜라는 메리트를 최전방에 내세워 구형 TV 시청자들을 유혹하는 일종의 틈새전략이 다음TV 플러스의 핵심이다.

외국에는 이미 애플TV, 구글TV 등이 출시돼 있지만 국내에서 전자제품 제조사가 아닌 업체가 스마트 TV 셋톱박스를 일반에 판매하는 것은 다음이 최초다.

콤팩트한 디자인, 푸짐한 기능
다음TV 플러스는 정사각형 주사위 모양의 초소형 큐브 디자인을 하고 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깜찍하다. 크기가 작은 만큼 TV 거치대 어디에 올려놓아도 화면을 가리지 않으며 지금껏 봐왔던 셋톱 박스들처럼 거추장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공간이 좁은 책상 위에 올려놓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덩치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다 갖췄다. 고화질 영상과 고품질 음성을 케이블 하나로 전송할 수 있는 HDMI 포트와 홈시어터 사용자를 위한 광출력 단자를 내장했으며 아날로그 영상·음성 출력 단자를 각각 구비해 일반 스피커와 구형 TV 사용자도 스마트TV의 기능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기에 USB 메모리나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연결해 콘텐츠를 꺼내볼 수 있는 USB 포트 2개도 마련돼 있다. 이를 활용하면 지금까지 작은 PC 모니터에서 봐야했던 고화질 영상을 거실의 TV에서도 감상 가능하다.

스마트 TV인 만큼 인터넷 연결 능력이야 기본이다. 뒷면에 유선랜 단자가 있고, 케이블 연결이 여의치 않는 환경을 고려해 무선랜까지 지원한다. 무선랜 수신율이 안정적이라 인터넷 공유기가 멀리 떨어져 있는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했다. 테스트를 위해 한 달 가량 사용해봤지만 영상을 보는 중간에 버퍼링을 경험한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었다.



안성맞춤 리모컨 본체만큼 리모컨도 미래지향적 외관과 귀여움을 겸비했다. 일반 TV 리모컨보다 작은 크기지만 기본 제어버튼과 함께 웹서핑 시 마우스처럼 쓸 수 있는 광학 트래킹 버튼, 그리고 화면전환용 터치센서를 품고 있다.

리모컨을 뒤집어서 가로로 돌리면 키보드처럼 문자입력도 가능하다. 각각의 버튼 크기가 꽤 큰 편이라 손이 큰 사람들도 불편함 없이 원활히 입력을 할 수 있다.

웹서핑 기능을 띄우고, 트래킹 버튼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린 다음, 조금씩 움직여보니 화면 속의 커서가 실시간 이동했다. 마우스와 동작 방식이 다른 탓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다소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그 이후에는 매우 편리했다.

특히 화면 전환 시 터치센서의 진가가 드러났다. 손가락을 대고 좌우로 부드럽게 문질렀더니 화면이 전환되며 기능별 메뉴가 떴다.

감도 역시 우수해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아울러 마이크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키 입력이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짜증나는 귀차니스트의 본좌라면 입만 놀려서 음성검색을 해도 무방하다. 음성인식 정확도가 꽤 높은 편으로 웬만한 단어는 대부분 정확하게 인식했으며 짧은 문장 정도는 단순에 입력됐다. 검색결과가 PC용 다음 웹페이지처럼 풀브라우징 형태로 나타나 알아보기도 쉽다. 배터리는 충전지를 사용하며 대다수 스마트폰에 적용된 5핀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다.

매력과 아쉬움의 공존.
스마트 TV에 풍성한 콘텐츠가 없다면 김빠진 콜라와 다를 바 없다. 기본적으로 다음TV 플러스는 다음에서 제공하는 검색, 동영상,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능이 녹아 있다.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완전 공짜다.

그러나 스마트 TV에 특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 아쉬웠다. 다음의 동영상이나 스포츠 하이라이트, EBS, KBS 등 일부 프로그램의 다시 보기를 제외하면 눈길을 확 끄는 부분이 적다. 물론 지상파 방송의 경우 안테나나 공청망에 연결된 케이블을 꽂으면 무료로 시청 가능하며 별도로 앱을 설치해 케이블 TV 방송과 게임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종류가 제한적이다.

아직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스마트 TV의 생태계가 완전히 자리 잡히지 않은 만큼 올해 말이면 한층 풍부한 콘텐츠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실제로 다음도 이 점을 인식하고 콘텐츠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종합하자면 다음TV 플러스는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형태의 스마트 TV 셋톱박스다. 디자인과 확장성을 두루 갖춘 팔방미인 제품이다. 반면 아직 다음이 보유한 막강 콘텐츠의 강점이 100% 반영돼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콘텐츠 부분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애플TV와 구글TV가 국내에 직접 진출하더라도 충분히 붙어 볼 만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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