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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최후의 극약처방

모든 노력이 실패해 3월의 기온이 45℃로 치솟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와 강도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앞서 언급한 예방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선택은 극약처방 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폐해가 심할 수록 극약처방이 통하지 않았을 때 인류가 짊어져야 할 위험도 커진다.

향후 10년 이내에 폭풍과 가뭄이 일상화될 경우 우리는 일단 가급적 적은 위험부담을 안고 대기 중의 CO₂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 첫 단계는 대규모 녹화사업이 될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1976년 미국 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은 호주 국토 면적에 나무를 심으면 화석연료로 인해 지구상에 배출되는 CO₂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09년 NASA 기후학자들은 호주의 사막과 사하라 사막을 모두 유칼립투스 나무 밀림으로 만들면 의미 있는 수준의 CO₂ 제거가 가 능하다고 밝혔다. 녹화에 필요한 물은 해수담수화로 충당하고, 해수담 수화 공장의 전력은 CO₂ 발생이 전혀 없는 원자력발전소에서 공급할 경우 연간 120억톤의 CO₂가 흡수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거대한 녹화사업에는 위험이 따른다. 밀림이 된 사하라는 작물을 갉아먹는 메뚜기 떼와 조류독감 등 질병을 퍼뜨리는 새들의 온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대서양의 폭풍이 더 강해질 우려가 크다.

사하라의 모래바람은 대서양의 폭풍 약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 문제는 돈이다.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1조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좀더 저렴한 방법을 찾자면 해양 비옥화를 들 수 있다. 바다에 철(Fe) 가루를 풀어 넣어 CO₂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하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난 20년간 10여 차례의 소규모 실험을 통해 철가루의 플랑크톤 성장 촉진 효과를 확인했다.

문제는 철가루 투입이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철가루가 어류에게 유독한 조류(藻類)를 대량 증식시킬 수 있고, 용존산소가 부족한 죽음의 바다를 만들 수도 있다. 더욱이 영국 왕립학 회의한 연구팀은 CO₂ 제거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 사업을 펼쳐봐야 의미 없는 수준인 10ppm 정도밖에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면 어찌해야 할까. 해수면 상승과 폭풍이 도를 넘어서 한 국가에서 에너지 인프라와 수백만 가구가 침수 피해를 당하고, 북극의 여름에는 얼음이 사라지며, 매년 그런 상황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 말이다. 이때는 지구로 유입되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계획을 시행해봄직하다.

다만 이런 종류의 계획을 실행하려면 우리가 현재 지닌 햇빛 반사의 효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산부터 지켜야 것이다. 일례로 2008년 네덜란드 과학저술가 롤프 슈텐헬름은 베링해를 횡단하는 290㎞의 댐을 건설, 따뜻하고 염분이 많은 태평양 해수의 북극 유입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면 북극 빙원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미래에 햇빛을 반사시켰을 때 지구 냉각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햇빛 반사와 유사한 맥락의 햇빛 차단 프로젝트도 시도 가능한 수단이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제임스 얼리 박사가 1989년 제안한 '햇빛 가리개'가 그중 하나다. 그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첫 번째 라그랑주 포인트(L1)'에 폭 1,930㎞의 투명 차광막을 띄우면 지구에 유입되는 태양복사에너지를 2%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2006년에는 애리조나대학 로버트 엔젤 박사 연구팀이 2,000만대의 로켓을 활용, 폭 60 ㎝의 거울 16조개를 L1에 보내 지구에 9만9,780㎞ 길이의 그늘을 만들자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마저도 늦은 상황, 즉 너무 오랫동안 미적대다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과 물 부족에 시달리고 어떤 방법으로도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과거에 자연이 시도해서 성공한 방법을 모사하는 마지막 방법이 남아있다. 자연이 시도한 방법이란 1991년 필리핀의 피나 투보 화산이 폭발, 대기 중에 약 2,000만톤의 이산화황(SO₂)을 퍼뜨린 사고를 말한다. 이로 인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0.5℃ 가량 내려갔다. 즉 대기 중에 햇빛을 반사하는 에어로졸 입자를 잔뜩 살포, 지구의 열기를 식힐 수 있을지 모른다.

햇빛 차단 프로젝트가 제대로 성과를 발휘하더라도 갑작스런 기온 저하로 인해 수십억명이 가뭄에 고통 받게 될지 모른다.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스파이스(SPICE)'가 바로 그런 프로젝트다. 선박과 기구를 19㎞ 길이의 로프로 연결, 바다를 돌아다니며 대기권에 황산염 입자를 분사하는 게 핵심 골자다.

이와 함께 1992년 미 정부는 해군 군함을 투입, 미세입자가 들어있는 포탄을 하늘에 발사하자는 다소 급진적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은 연간 500만톤의 산화알루미늄을 대기권에 발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선 10문의 포열을 갖춘 군함 35대가 250일 동안 계속 포격을 해야 하며 연간 비용은 1,00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그리고 산화알루미늄 입자는 2~3년이면 지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발사는 영원히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되다시피 앞서 언급한 모든 햇빛 반사 및 차단 프로젝트는 심대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갑작스런 기온 저하는 물의 증발을 억제, 물의 순환 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 이는 곧바로 인도, 중국, 아프리카 사헬 지역의 계절풍에 영향을 미쳐 수십억명이 가뭄의 고통 속에 떨어진다.

더 큰 불안요인도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먹혀들어 지구 기온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기계고장, 국가간 협력 부재 등의 이유로 햇빛 차단 노력이 중단될 경우 그야말로 대재앙이 벌어진다. 기온이 단시일 내 급격히 상승,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지구온난화 유발 지수가 CO₂의 23배나 되는 메탄(CH₄)이 수십억톤 방출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미친 척하고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극약처방조차 존재치 않는다.

라그랑주 포인트 (Lagrangian point) - 서로 공전하는 두 천체 사이의 인력이 0이 되어 역학적으로 안정된 곳.

사헬 (Sahel) - 사하라 사막 남쪽의 거대 초원지대. 폭이 300㎞에 달하며 전체 크기는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30배에 이른다.

STORY BY Damon Tabor
ILLUSTRATION BY Graham Murd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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