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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미개척지 심해를 정복하라!

인류는 땅과 바다, 하늘을 지배하는 지구의 지배자다. 첨단 과학기술을 무기로 우주까지 정복과 탐사의 대상으로 삼은 지 오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계를 풀지 못한 장소가 하나 있다. 바로 심해다.

심해는 무수한 생물자원과 광물자원, 에너지 자원들이 꽉 들어찬 보고(寶庫)지만 지금껏 인간이 탐사한 바다는 놀랍게도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95%의 비밀을 풀기 위한 세계 각국의 심해 탐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자료제공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암 치료 물질을 생산하는 해면생물,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망간단괴, 고온의 열수구(熱水口)에서 살아가는 희귀 미생물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양학적 발견은 거의 모두 수심 4,500m 이내에서 이뤄졌다.

심해 유인탐사의 한계
왜 그랬을까. 그 이상까지는 들어갈 가치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다.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인류가 해양탐사를 본격화한지 50여년 동안 인간이 탑승한 유인잠수정으로는 그 이상의 깊이로 내려갈 능력이 없었다. 문제는 수심 6,000m 미만의 해저는 전체 해저 면적의 단 2%에 불과하다는 것. 때문에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쳐줘도 인류가 탐사한 바다는 전체의 5%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5%의 대부분도 수심 300m 이내다.

유인잠수정을 이용한 최고 수심 잠수 기록은 1960년 1월 22일 스위스의 엔지니어 자크 피카르와 미 해군의 돈 월시 대령이 트리에스테호를 타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의 수심 1만916m 지점에 도달, 20여분간 머문 것이다. 현재 최고 잠항 심도의 유인잠수정은 1989년 건조된 일본의 '신카이 6500'으로 해저 6,500m의 탐사가 가능하다. 지진과 쓰나미 연구를 위해 6,492m까지 내려가 심해 해양 경사면과 대단층면을 조사하는 등 1,000여 차례의 잠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수심 6,500m 이상의 바다는 불과 2% 뿐이다. 6,500m 잠수 능력만 갖춰도 전체 바다의 98%를 탐사할 수 있다.

트리에스테호가 마리아나 해구를 정복한 이래 인류는 인간복제와 인공생명체 합성, 화성 유인탐사, 우주여행을 논할 만큼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52년 전의 기록은 여전히 깨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심해탐사의 목적이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닌 연구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깊이 들어가는 것과 심해의 수압을 오랜 시간 견뎌내며 연구를 해야 할 때의 잠수정은 갖춰야할 요구 조건 자체가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실제로 트리에스테호는 자체 동력이 없었다. 무게추를 매달아 잠수를 한 뒤 해저면에 닿으면 무게추를 분리시켜 수면으로 부상하는 간단한 구조였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진정한 심해 탐사는 깊이 내려가면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잠수정 자체의 강력한 내구성은 물론 각종 탐사장비들의 원활한 운용 기술 확보도 필수다.

바다는 지표면의 71%를 차지한다. 부피는 13억7,000만㎦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바다의 95%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실비아 얼



도전자들
유인잠수정은 심해의 비밀을 밝혀줄 탐사의 동반자다. 좌측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신카이 6500, 딥씨 챌린저, 앨빈.

트럭 6대로 대륙을 탐사?!
이쯤에서 왜 심해를 유인탐사하려는 건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무인잠수정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무인잠수정 '네레우스(Nereus)'의 경우 마리아나 해구 중에서도 가장 깊은 수심 1만1,034m에도 가뿐하게 도달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인류가 굳이 달과 화성을 유인탐사하려는 이유를. 그렇다. 그 어떤 기계도 인간의 넓은 시야와 탐사능력을 쫓아올 수는 없으며 앞으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4,500m 이상 잠수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을 보유한 국가는 신카이 6500을 가진 일본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뿐이다. 러시아가 2대, 나머지 국가들이 1대를 지니고 있어 총 대수는 6대다. 마치 트럭 6대로 아프리카 대륙을 탐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처지다.

이중 미국은 WHOI가 수심 4,500m급 '앨빈 (Alvin)'을 운용 중이다. 5,000여 회에 달하는 심해잠수 기록의 소유자다. WHOI는 또 6,500m 급 앨빈 2호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2015년경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심해 유인잠수정은 '미르(Mir) 1호'와 '미르 2호'다. 6,000m 잠수가 가능하며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리튬이온배터리를 동력원 삼아 심해에서 17~20시간이나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프랑스의 경우 1985년 제작한 6,000m급 '노틸(Nautile)'로 1,500여 차례의 탐사를 실시했다. 주로 해저생태계와 심해광물 탐사에 쓰이지만 해저 통신케이블 점검이나 수중 구조물 설치, 침몰 선박 수색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하는 중국의 무기는 전장 8.2m, 전폭 3m, 전고 3.4m, 중량 21톤의 '자오룽(蛟龍)'이다. 2010년 3,000m, 2011년 5,000m 잠수에 성공한 뒤 올해 6월 24일 세 명의 승조원을 태운 채 수행한 마리아나 해구 실 험잠수에서 7,015m 해저에 도달했다. 승조원 세 명과 220㎏의 장비를 싣고 최대 9시간 동안 탐 사 작업이 가능하다. 다만 잠수 가능 깊이의 우위와는 달리 성능 면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일본보다 뒤쳐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과 극지를 점령했다.
이제 지구상에 남은 도전 대상은 심해뿐이다.




심해의 우주왕복선
심해 유인탐사정 개발은 설계, 소재, 엔지니어링 등의 전 분야에서 우주왕복선에 버금가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수압과의 사투
심해 유인잠수정 개발이 이토록 어려운 것은 단연 수압 때문이다. 수심이 10m 깊어질 때 마다 수압이 평균 1기압씩 증가하므로 수심 6,500m의 수압은 약 650기압에 달한다. 사람의 머리 위에 스쿨버스를 올려놓은 것과 같은 압력이다. 즉 6,500m급 유인잠수정을 개발하려면 이 같은 엄청난 수압에 끄떡없는 내구성을 확보하면서 다양한 전자기기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고도의 설계, 소재,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일반 잠수정의 잠항 깊이가 대개 150m 정도며 핵잠수함도 500~700m가 한계임을 감안하면 심해 유인잠수정의 기술적 복잡성이 어느 정도일지 대충이나마 가늠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심해 유인 잠수정의 설계에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선 승조원의 탑승 공간이 공 모양으로 설계된다. 내부에 가해지는 수압을 분산하기 위함이다. 제작방법에 있어서도 하나의 금속 덩어리를 통째로 펴고 늘려서 만든다. 금속판을 이어붙이는 것이 훨씬 쉽겠지만 그렇게 하면 이음매 부분이 생겨 수압에 취약성을 갖게 된다. 관측창 역시 취약점이 될 수 있으나 유인 탐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어쩔 수 없이 구비한다.

일례로 신카이 6500의 조종실을 두께 73.5 ㎜의 고강도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됐으며 측면 관측창에는 두께 7㎝의 메타크릴 수지 유리를 두 겹 끼웠다. 부력장치 등도 압력에 따라 부피가 변하는 고탄성 소재를 썼다.

단적으로 말해 심해 유인 잠수정은 우주탐 사선에 버금가는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보유한다는 사실은 한 국가의 해양기술은 물론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수준을 알려주는 시금석이 된다.

그렇다면 심해 유인 잠수정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6,000m 이상의 심해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것일까.

기본적인 잠수와 부상은 일반 잠수정과 다를 바 없이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의 원리를 이용한다. 이 원리에 의하면 한 물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액체 속에 잠겨 있으면 그 물체에 밀려나온 액체의 중량과 크기가 동일하고 방향은 반대인 부력이 물체에 가해진다. 다시 말해 잠수정이 잠수를 하면 부력에 의해 선체의 체적만큼 중량이 가벼워지는데 부력이 잠수정의 중량보다 세면 부상, 작으면 하강하게 된다. 또 부력 과 잠수정 중량을 동일하게 맞추면 제자리에 정지할 수 있다.

대다수 잠수정은 선복(船腹), 즉 배의 중간 허리 부분이 이중구조로 돼 있어 그 사이에 바닷물을 넣거나 빼내는 형태로 부력을 제어한다. 잠수를 하려면 밸브를 열고 바닷물을 유입시켜 선체의 중량을 높이고, 부상할 때는 내부의 바닷물을 배출하고 그 자리를 공기로 채워서 부력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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