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각 선수의 능력이나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기 당일의 기상조건, 심리상태 등 선수의 실력과 상관없는 요소에 의해 기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모든 스포츠에서는 실력 이상으로 운도 중요합니다. 운만 좋아도 신기록으로 우승할 수 있는 게 스포츠에요."
기록경신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통계를 보면, 조건이 비슷할수록 기록경신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6개의 숫자 중 하나가 나오는 주사위는 몇 번만 던져도 기록경신이 불가능한 것 2012과 동일한 이치다. 때문에 역사가 오래된 종목이나 고참 선수보다는 새로운 종목이나 신인 선수의 기록경신 빈도가 높다. 1984년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여자 마라톤이 지금껏 약 10분의 기록단축을 이룬 반면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이었던 남자 마라톤은 같은 기간 동안 5분밖에 기록을 단축하지 못한 것이 그 실례다.
어쨌거나 모든 조건이 동등한 경우는 세상에 없다. 현 올림픽 선수들만 봐도 과거보다 우월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다. 신기술과 최신 장비, 과학적 훈련의 도움으로 기록경신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프로선수들의 참여 역시 이를 배가하는 요인이다.
그로인해 기록경신의 빈도는 기술혁신이 이뤄지는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영국 울버햄튼대학의 생물통계학자인 앨런 네빌 박사의 연구 결과에서도 세계 신기록의 경신은 평상시 느리게 진행되다가도 신기술이 도입되면 더 많은 선수들이 경쟁에 가세, 속도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기술혁신의 효과가 소진되면 다시 속도가 떨어진다.
몇몇 종목의 경우 기술혁신 시기가 수차례 찾아오기도 했다. 사이클 경기만 해도 사이클의 공기역학 설계, 탄소섬유 소재 채용 등이 있을 때마다 눈부신 기록경신이 이뤄졌다.
물론 전반적 경향을 보면 과거보다는 기록경신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프랑스 국립스포츠 체육연구소(INSEP)의 제오프루아 베르텔로 박사팀이 제1회 올림픽부터 147개 종목의 세계 신기록 3,000건 이상을 연대별로 분석한 결과, 현대로 올수록 빈도가 현저히 저하됐던 것.
"육상 종목 중 3분의 2는 1990년대초의 기록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어요. 개인 종목의 기록들도 경신 속도가 느려졌고요. 이를 보면 현재의 운동선수들은 인간의 생체역학적 한계에 거의 근접해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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