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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이니지 인류의 오감을 장악하라!

거리의 인파들 사이로 3D 광고가 튀어나온다. 홍채 인식으로 지나가는 행인의 신원을 파악한 뒤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선별된 맞춤형 광고다. 어떤 이에게는 맥주, 어떤 이에게는 자동차 광고가 노출된다.

도대체 어느 나라냐고? 아쉽게도 이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디지털 사이니지'에 의해서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 서울의 한 커피숍. 주문을 마치고 손에 받아 쥔 진동 벨이 언제부터인가 재미있어졌다. 동그란 모양이 아닌 네모난 모양의 이 진동 벨에는 작은 스크린이 있어 TV에서나 봤던 짤막한 광고가 나온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 지난 6월 지하철 강남역 신분당선 환승구. 아이돌 그룹 빅뱅의 사진이 디지털 기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는 이 디스플레이는 신기하게도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며 그 안에는 빅뱅의 새 앨범이 놓여 있다. 사람들이 기둥을 지날 때면 빅뱅의 신곡이 울려 퍼진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접목, NFC 칩을 내장한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거나 음원 구매도 가능하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러한 광경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 덕분이다. 이 개념이 국내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 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관련기술의 도입을 주도했다. 현재는 이들에 더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디지털 사이니지를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넣어줄 캐시카우로 여기고 있으며 광고, 솔루션, 시스템, 컨설팅 기업들은 또 다른 막대한 블루오션 시장의 출현에 환호성을 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기본 목적은 광고 효과와 함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를 높이는 것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제조업은 물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콘텐츠,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융복합 산업으로 전형으로까지 인정받는다.

현재 디지털 사이니지는 지하철 역사, 버스정류장, 아파트 엘리베이터, 은행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아직은 동영상에 음향을 곁들인 광고를 시간대별로 번갈아 노출하는 단순한 형태가 대다수지만 앞으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모션 인식이나 NFC 기술 등이 접목되면서 진정한 쌍방향 소통 모델로 진화해 나갈 전망이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TV, 인터넷, 모바일에 이어 제4의 미디어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KT종합기술원은 '첨단기술로 진화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보고서를 통해 "구매 접점에서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용적 가치나 영상미, 자극의 강도를 높여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데 큰 매력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IT 기술 발전에 힘입어 중앙에서 콘텐츠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이나 시간, 매장 별로 최적화된 맞춤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는 게 디지털 사이니지의 강점이다.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과 슬림화, 경량화 역시 시장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덕분에 디지털 사이니지는 북미 시장을 넘어 유럽과 일본에서도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디지털 사이니지 및 전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83억 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장밋빛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관련시장이 매년 19%씩 성장하면서 2009년 1,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3,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Digital Signage)
양방향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옥외광고. '사이니지(signage, 신호)'를 '디지털(Digital)'로 표현해 주는 기기라는 의미다. 쉽게 말해 공공장소에서 각종 정보와 광고를 상호작용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장치를 말한다.

눈앞에 펼쳐진 서기 2054년
디지털 사이니지를 위한 기술 융합이나 활용 분야는 글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소통의 접점으로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영상처리, 패턴 인식, 미디어플레이어 등의 신기술 접목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증강현실이나 3D, 홀로그램 등 생동감 넘치는 콘텐츠 표현을 위한 다각적 영상처리 기술의 채용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앞서 영화에서 등장했던 안면인식, 모션인식 등 자동 패턴 인식기술에 의한 유저인터페이스와 UX 환경을 제공하면서 고객 분석 데이터와 행동 패턴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개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휴대전화와 연동된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일본 이동통신사 NTT 도코모가 2010년 고객이 펨토셀 범위에 진입했을 때 자동으로 모바일 전용 앱이 구동, 디지털 사이니지를 제어하고, 맞춤형 광고와 쿠폰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용한 바 있다.

이런 디지털 사이니지가 가장 빛을 발하는 장소는 단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다. 지하철역, 공항 등 공공장소나 대형 할인점, 편의점, 프랜차이즈 매장, 극장 등 해당장소를 이용하는 목적과 주 이용계층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정보와 광고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디지털 사이니지의 진화 가능성은 가히 상상 그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광고, 마케팅을 넘어 신개념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예술 작품과 광고를 결합한 '미래형 디지털 옥외광고(DOOH·Digital Out of Home)' 미디어로서 커다란 잠재성을 보유한다. 현재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자신들이 보유한 콘텐CM와 건물 외부 조명을 결합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서울역 서울스퀘어에는 대형 LED에 예술 작품을 디스플레이해 건축물 자체의 상업적, 심미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SK마케팅앤컴퍼니가 증강현실을 적용한 DOOH 사업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여는 복합쇼핑몰 IFC몰의 3개층에 안면 인식, 동작 인식, 화면 터치 등이 가능한 쌍방향 옥외광고판을 상설 설치해 디지털 사이니지를 구현할 계획이다. 광고판이 사람을 알아보는 서기 2054년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미래가 40년 이상 앞서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펨토셀 (femtocell) 가정, 사무실 등 기존 이동통신 기지국의 서비스 범위(0.5〜5㎞)보다 훨씬 범위가 작은 지역을 커버하는 이동통신기술.

보는 광고에서 경험하는 광고로
사실 아직까지 사람들은 광고라고 하면 대부분 수동적 자세를 취한다. TV 앞에 가만히 앉아 신제품 CF를 보고, 듣는데 익숙해진 탓이다. 그런 면에서 기존 광고의 틀을 깨는 무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구현이 가능한 디지털 사이니지는 광고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빅뱅' 그 자체다. 과학기술 위에 톡톡 튀는 기획력과 최적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얻는다면 막강한 파괴력의 광고가 탄생할 수 있다.

영어학원을 가기 위해 강남역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대학생 이진경 씨. 그녀는 강남역 주변 U-스트리트의 한 시설물에 한 눈을 팔다가 강의에 늦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씨의 눈을 매료시켜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지난 2009년 설치된 '디지털 아트 미디어폴'이다.

높이 12, 폭 1.4m의 세계 최초 디지털 가로시설물인 이 미디어폴은 영화 이벤트, 공연 정보 등이 쏟아져 나오는 디스플레이와 키오스크, 무선인터넷 등이 망라된 결정체다. 디지털 아트, 교통정보, 게임, 지역 상가 정보, 실시간 뉴스, 광고 등이 제공되며 미디어폴의 웹캠으로 사진을 찍고 자신이나 친구에게 이메일로 전송할 수도 있다. 무료 와이파이 핫스팟과 가로등, CCTV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쌍방향 소통형 광고매체로서 미디어폴은 소비자들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송출되는 홍보성 광고 매체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시민들의 호기심과 편리함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광고를 할 수 있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이 같은 미디어폴의 등장에서 확인되듯 기존에 거리와 실내 공간 곳곳을 장식했던 무수한 간판과 포스터는 이제 점차 LED, PDP 등의 디스플레이와 스마트 IT 기술로 중무장한 디지털 사이니지로 환골탈태해 나가고 있다. 보는 광고의 시대가 지나고, 경험하며 소통하는 광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가 관건
향후 디지털 사이니지가 사회 전반에 온전히 뿌리내린다면 TV와 인쇄 매체에 버금가는 뉴미디어가 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미래가 밝다고 현재도 밝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은 본격화됐다고 보기에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디지털 사이니지형 광고들이 속속 출현하고는 있지만 관심을 끄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진입 초기 단계여서 투자 비용에 있어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에 콘텐츠를 얹는 방송·인쇄 매체와 달리 디지털 사이니지는 시스템을 설계와 구축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쉽사리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디지털 사이니지에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와 특성, 활용 방식 등의 다각적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아직 초보 단계인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이를 어떻게 보여줄지의 문제를 심도 깊게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의 기획력이다. 3D 제작 기술을 이해한다고 누구나 좋은 3D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듯 기술 자체를 안다고 훌륭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작정 여러 첨단기술과 장비들을 조합해 백화점식으로 제공해서는 소비자를 움직이기는커녕 또 다른 간판과 포스터를 양산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만나게 될 콘텐츠를 기술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이며, 소비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려가 앞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물꼬가 트인 이상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확대는 시간의 문제인 듯 보인다.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간판과 홍보물이 사라지고 지상의 모든 콘텐츠가 디지털라이징 될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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