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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석유시대의 선봉장 바이오디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이다.

그런데 화석연료가 고갈 위기에 처하며 수입가격이 연일 상한가를 내달리고 있다.

설령 이것이 아니어도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재앙에 맞서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확보가 시급하다.

이와 관련 막대한 인프라 투자 없이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양가 만점의 에너지원이 하나 있다. 궁금한가? 바로 바이오디젤이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석유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식물 자원을 원료로 생산되는 바이오 에너지의 입지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바이오디젤, 바이오 에탄올로 대변되는 바이오 연료는 석유자원 의존도가 가장 높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도 가장 많은 수송부문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대체 에너지로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여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바이오 연료는 현재의 화석연료 인프라를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처럼 전용 차량을 개발할 필요도 없다. 도입과 운용 편의성 측면의 확고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50% 올해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 중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쓰일 양. 유럽의 경우 그 비중이 60%에 이른다.

바이오디젤의 명(明)과 암(暗)
그중에서도 바이오디젤은 각국 정부가 일반 디젤 연료와의 혼합 공급을 의무화하는 등 보급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 대폭적인 시장 성장이 점쳐지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시범보급 사업을 거쳐 2006년부터 정유사들에게 약 2%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판매할 것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지방 혹은 동물성 유지에서 생산된 모노알킬 에스테르, 즉 지방산 메틸이나 에틸에스테르 화합물을 뜻한다. 일반 경유에 비해 미세 분진, 황화합물, 탄화수소 등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월등히 적어 수송부분의 친환경성 제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물론 CO₂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원료가 되는 식물과 조류(藻類)가 생장 과정에서 CO₂를 흡수, 유기물로 전환하기 때문에 순배출량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바이오디젤도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 생산되는 바이오디젤 대부분은 콩,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용작물을 원료로 한다. 그래서 곡물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과 저소득층의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연쇄적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난제를 풀고자 팜유, 유채유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바이오디젤의 수요 증대에 맞추려고 광범위한 열대우림을 개간해 팜나무 농장을 설립하는 등 환경파괴가 빈발하면서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원료인 대두유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처럼 원료를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국가들은 석유자원과 다를 바 없이 대외적 상황에 따라 수급불안과 공급가격이 오르내릴 개연성을 배재키 어렵다.

그래서 이런 1세대 초본계 원료에 이어 등장한 방법이 옥수수대, 왕 겨, 폐목재와 같이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2세대 목질계 원료라 하는데 목질계의 경우 리그닌(lignin)이라는 성분의 분해를 위한 추가공정이 필요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공정 중 화학적 촉매를 사용, 유리지방산 등 불필요한 부산물이 생성되고 분리·회수·정제·폐수처리 등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는 부분도 한계로 지적된다.

바이오디젤도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곡물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저소득층의 식량난 가중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7%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예측한 2030년 수송부문에서의 바이오연료 공급 비중. 2050년에는 27%에 이를 전망이다.

생촉매 바이오디젤
정말 해법은 없을까. 얼마 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이 주목할 만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린공정소재연구그룹 김상용 박사팀의 생촉매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이 그것이다.

이 기술은 자연상태의 미생물과 동식물에 존재하는 효소인 리파아제를 촉매로 활용한다. 이처럼 화학촉매 대신 효소를 촉매로 쓰면 화학 반응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생촉매인 덕분에 부산물 발생이 없고, 분리와 회수 공정도 간편하다. 또한 별도의 전처리 과정이 없이도 다양한 식물성 오일에서 바이오디젤 생산이 가능하다.

김 박사는 "바이오디젤은 A부터 Z까지 전 공정의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리파아제 생촉매를 실제 공정에 즉각 적용할 수 있도록 각각의 단위기술을 하나로 묶는 공정과 공정기술의 스케일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바이오디젤은 A부터 Z까지 전 공정의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리파아제는 대표적 지방분해 효소인지라 이를 바이오디젤 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원리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를 다른 법. 실제 산업화에는 큰 어려 움이 있었다. 화학 촉매보다 비싼 가격은 차치하고라도 화학 반응을 위 해 필수적으로 첨가해야하는 알코올 때문에 효소의 활성도가 낮아지면 서 반응 속도에서도 화학 촉매에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던 것.

김 박사팀은 이번에 분자 모델링을 바탕으로 한 효소공학기술을 적용, 알코올과 접촉해도 당초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리파아제를 개발해냈다. 이 리파아제는 수십 차례에 걸쳐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반응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환경친화적인 초임계 유체(Supercritical Fluid, SCF)를 용매로 이용하는 공정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SCF는 아무리 온도와 압력을 높여도 더 이상 물성이 변하지 않는 임계점에 도달한 물질을 말한다. 기체처럼 형태는 없지만 액체와 동일한 비중을 지니며 밀도는 액체와 같지만 점도는 기체처럼 낮은 독특한 물성을 지닌다.

이런 이유로 SCF 용매는 식물성 오일과 리파아제의 호환성과 접촉성을 높여 반응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으며 용매의 회수도 쉽다. SCF로 원료 내에서 필요한 성분을 용해시킨 후 온도를 임계점 이하로 낮추면 유효 성분을 머금은 SCF가 액화되어 원료 밖으로 유출된다. 여기서 다시 압력을 떨어뜨리면 SCF는 기화돼 사라지고 순수한 유효성분만 남는 식이다. 연구팀은 31.1℃와 72.8기압에서 SCF가 되는 CO₂를 용매로 썼다.

전문가들은 김 박사팀의 생촉매 바이오디젤 생산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화학공정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의 분리, 정제가 용이하고 폐기물 발생이 최소화되며 폐식용유와 같은 저가 원료를 포함한 여러 식물성 오일에서 바이오디젤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실용화에 초점을 맞춰 기술 개발을 해온 만큼 기술 수준도 상용화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김 박사는 "지난 5년간 파일럿 규모의 소형 생산시설에서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제는 1,000ℓ급 반응기 규모로 실증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 판매토록 법규를 제정, 수송용 화석연료 사용량 저감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골칫덩이 녹조류의 화려한 변신
여름철 수질오염의 주범인 녹조류를 가지고 인류에게 유용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청정연료연구단 오유관 박사팀도 그중 하나다.

오 박사팀의 녹조류 바이오디젤 생산공정은 저가의 광생물 반응기로 녹조류를 키워내 단위면적(1㎡)당 연간 4ℓ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조류의 생장에 꼭 필요한 CO₂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연소가스 및 배기가스를 포집하여 충당하므로 CO₂ 배출저감과 친환경 연료 생산이라는 일석이조의 메리트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그동안 조류 바이오디젤 생산공정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탈수 과정의 낮은 경제성을 극복하기 위해 자성 금속입자를 이용, 응집시간 2분 이내에 회수율을 99%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 한번 사용한 응집제를 회수해 재활용함으로써 환경오염 방지와 비용절감도 꾀했다.

오 박사에 따르면 이렇게 회수된 응집제도 녹조류 수확 활성률이 99%에 달한다.

오 박사팀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연구팀이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녹조류에 주목한 것은 여타 식물들처럼 까다로운 생장조건을 맞춰줄 필요가 없어서다. 성장에 필요한 것은 오직 광합성을 위한 햇빛과 물, 그리고 CO₂뿐이다. 이것 세 가지만 제공되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대량 배양할 수 있다. 황폐한 사막이나 황무지 한가운데 자동차 연료 공장을 세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녹조류는 단위 면적당 오일 생산량이 기존 식용작물 대비 무려 50~100배 이상 높다. 광합성을 통해 생체 내에 축적하는 식물성 오일의 품질도 매우 좋으며 매일 수확이 가능해 원료 공급난 걱정에서도 매우 자유롭다.

오 박사는 "세계 각국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연구개발 인프라를 집중시킨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관련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오는 2014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나 다량의 CO2 배기가스 배출 기업과 연계한 대규모 실증에 착수할 방침이다. 최종 목표는 연간 3억ℓ의 수송용 녹조류 바이오디젤 공급.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약 2,000억원의 석유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 박사는 "향후 연구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바이오디젤 생산단가가 1ℓ당 0.7달러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며 "80만 톤에 달하는 CO2 감축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14조원 오는 2020년까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투자해야할 순비용. 정부는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8억1300만 CO2톤 중 30%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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