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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 POWER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

해안에 몰래 접근해 내륙 깊숙한 곳의 적들을 기습할 수 있는 역대 최강의 군함

내년 미국 메인주 배스아이언웍스의 조선소에서는 미 해군의 최신예 줌왈트급 구축함이 진수된다. 이 녀석은 현존하는 구축함들보다 전장이 30m나 길고, 덩치는 거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러나 최첨단 스텔스 기술을 채용, 레이더상에 나타나는 크기는 기존 구축함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운용에 필요한 승무원 수도 절반이면 족하다. 또한 이물부터 고물까지 최신 레이더, 무기, 추진시스템들로 꽉 들어차 있다. 이렇듯 역사상 가장 기술집약적 군함으로 꼽히는 줌왈트는 오는 2016년 실전에 투입될 전망이다.

현재 미 해군의 가장 값비싼 자산인 항공모함을 적 항공기로부터 지키는 임무는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 맡고 있다. 줌왈트급 구축함은 이의 대체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스텔스 능력에 힘입어 대함, 대공 공격은 물론 지상 목표물의 타격도 가능하다.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적국의 해안까지 접근해 수백 ㎞ 떨어진 내륙의 목표물에 가공할 만큼 정밀한 화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 물론 해안에서 벌어지는 특수부대의 작전을 지원하거나 상륙작전에서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문자 그대로 적지의 철옹성 같은 관문을 열어젖혀주는 바다 위의 공성 무기인 셈이다.

1990년대 미군은 소말리아 등 여러 곳에서 상륙작전을 성공리에 수행했다. 그러나 각국의 해안 방어체계는 매년 진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라크의 방호망은 강력하기로 유명해 1991년 걸프전 당시 해로를 통해 쿠웨이트에 상륙하려던 미군에게 심각한 위협이 됐다. 줌왈트급의 개발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다.

기존 구축함은 이동 시 선체 주변에 항적(航跡)이라 불리는 큰 물결을 일으킨다. 레이더파를 반사하는 단면적(RCS, Radar Cross Section)도 매우 넓다. 반면 줌왈트는 선체를 독특한 각도로 설계, RCS를 50분의 1로 줄였다. 때문에 레이더에는 소형 어선으로 보인다. 또한 수면이든, 수중이든 항적을 거의 남기지 않으며 흘수가 8.4m에 불과해 수심 9m의 연안에서도 작전을 펼칠 수 있다. 그러면서 최신 평면배열 레이더와 소나를 활용, 공중과 수중의 위협요소를 샅샅이 탐지한다.

제조사에 따르면 줌왈트는 해안에서 최대 116㎞ 내륙의 적 방어망을 쓸어버릴 수 있다. 게다가 승조원들은 AGS 155㎜ 함포 2문에 포탄을 장전할 필요도, 탄피를 제거할 필요도 없다. 이 함포의 모든 사격 과정은 통제실의 컴퓨터에 의해 제어된다.

포탄은 정밀 GPS 유도탄을 사용한다. 발사 후 진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포탄보다는 로켓에 더 가깝다. 이외에도 SM-2 대공미사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인 ESSM, 잠수함 공격로켓 ASROC 등이 선체 곳곳에 배치된 80개의 미사일 발사장치에 들어있다.

줌왈트는 또 여타 군함들과 달리 100% 전기식 통합형 동력공급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스터빈 4대로 이뤄진 발전기가 78㎿의 전력을 생산, 함내의 모든 에너지를 공급한다. 엔진은 35㎿급 최신 인덕션 전기모터 2기가 채용돼 있으며 최대 속도는 30노트(시속 55.5㎞), 순항속도는 20노트(시속 37㎞)다. 순항속도로 항해할 경우 발전량의 75%인 58㎿가 다른 시스템에 배분된다.

주지하다시피 줌왈트는 화재진압시스템, 화물취급창 등 모든 시스템이 상당부분 자동화돼 있다. 덕분에 줌왈트급 구축함의 운용에 필요한 승조원은 항공대를 포함해도 148명 밖에 되지 않는다. 276명이 필요한 알레이버크급과 비교해 100명 이상 적은 숫자다.

다만 이렇듯 뛰어난 면면에도 불구하고 줌왈트급 구축함의 활동무대는 당분간 다소 제한될 전망이다. 연안의 얕은 수심에서 운용 가능한 구축함의 전술적 가치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탓이다. 일례로 미국에 국한하면 이란, 러시아 등 잠재적 적국들의 미사일 공격력이 일취월장하면서 구축함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하고도 우선적인 임무는 항공모함의 보호가 됐다. 또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을 끝으로 해군의 군사적 주안점은 공해상의 분쟁으로 옮겨지고 있다.



미 해군 전력의 60%가 태평양으로 집중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도 이런 상황 변화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태평양과 같은 전장에서는 줌왈트의 특화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특히 미 정부가 국방예산을 줄이고 있는 현 시기에는 언제 있을지 모를 상륙작전에 대비해 한 대당 30억 달러(약 3조3,800억 원)나 되는 줌왈트급 구축함을 보유하느니 그보다 저렴하고, 이미 검증된 방공무기를 탑재한 기존 구축함에 투자하는 것이 한층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줌왈트급의 효용 가치는 여전히 높다. 공해상의 분쟁이 남태평양의 도서지역으로 옮겨질 때가 그렇다. 또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란과의 긴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줌왈트야 말로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펜타곤은 최근 태평양 주둔 미 해병대가 무력 분쟁에 개입했을 때 안전과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 상륙작전에 적합한 군함을 태평양 지역에 더 많이 배치해야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점에서 향후 이란 등의 핵시설을 점령해야 하는 상황이 탁칠 경우 미 해군은 주저없이 줌왈트급 구축함을 보내 소리 없이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줌왈트의 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줌왈트는 최첨단 미래 군함기술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할 최적의 대상이다. 레이저포, 전자기 레일건(EMRG) 등 미군이 개발 중인 첨단무기체계의 플랫폼으로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군사적 위협의 종류가 바뀌면서 줌왈트의 실전배치 의미가 일부 퇴색되기는 했지만 미래의 분쟁에서는 적성국가의 출입구를 확실하게 열어젖힐 수 있는 이 구축함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해질지도 모른다.





흘수 (吃水, draft) 물 위에 떠있는 선박의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선체 길이.

STORY BY Clay Dillow
ILLUSTRATION BY Nick Kalotera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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