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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대표 휴머노이드 휴보

CAPTAIN OF HUMANOID HUBO

일본 혼다의 '아시모(ASIMO)'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존 최강의 휴머노이드다. 지난해 업그레이드된 3세대 아시모의 경우 시속 9㎞로 달리고, 두발 점프와 외발뛰기도 가능하다. 이런 아시모의 호적수가 바로 우리나라에 있다. 국내 최초이자 최강의 휴머노이드 '휴보(Hubo)'가 그 주인공. 휴보의 아버지라 불리는 KAIST 오준호 교수를 만나 휴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망해봤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궁극의 로봇이다.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이족보행과 상호작용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을 대신하거나 협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그 어떤 문명의 이기보다 우리의 삶에 강력하고 폭넓은 파급력이 예견되는 존재다.

여전히 인공지능 고도화 등 해결해야할 난제들이 산적해있지만 이미 휴머노이드는 계단을 오르내리고, 뛰고, 물건을 옮길 수 있다.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일본 혼다의 '아시모'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자율행동제어기술을 채용, 주변 환경에 맞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중 누군가가 자신의 고객에게 말을 걸면 프레젠테이션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며, 예정된 진행 경로에 사람이 걸어오고 있다면 그 사람의 이동속도와 방향을 분석해 부딪치지 않게 피해서 걷는다. 얼굴 및 목소리 인식 센서를 통해 동시에 3명의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쉘 위 댄스
일본에 아시모가 있다면 대한민국 국가대표는 '휴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오준호 교수팀에 의해 지난 2004년 태어난 휴보는 아시모의 사실상 유일한 호적수로 꼽힌다.

오 교수팀은 그동안 쌓인 경험과 기술력을 결집, 2009년 양산 개량형 '휴보2'를 내놓았는데 시스템적인 개선과 함께 움직임, 걷기, 뛰기 등 성능에서도 상당한 진보를 이뤘다. 뜀박질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는 아시모, 그리고 트럼펫 연주 로봇으로 유명한 토요타의 '파트너(Partner)'에 이어 휴보2가 세계에서 세 번째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로봇공학자들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고난도 기술이다. 특히 휴보2는 얼마 전 춤을 출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오 박사에 따르면 춤은 휴머노이드의 능력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시금석 중 하나다.

로봇은 무게중심이 흔들려서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곧바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팔·다리와 상·하체를 제각각 이리저리 흔들어야 하는 춤은 엄청나게 어려운 도전과제이기 때문이다. 극도의 제어기술, 그것도 전신제어기술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한 가치다.

물론 이전에도 춤을 춘다는 휴머노이드가 국내에 있었다. 하지만 제자리에서 상체를 돌리며 팔을 휘젓거나 몸의 이동 폭이 매우 좁았다. 반면 현재의 휴보는 한발로 서서 골반을 비틀기도 하고, 한 다리를 앞으로 뻗으면서 반대쪽 손을 휘젓는 등 난이도 높은 동작을 시연할 수 있다. 이 같은 전신제어기술의 확보는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다.

오 교수는 "일본 혼다는 1986년 개발을 시작해 첫 번째 아시모가 발표된 1996년까지 10년간 무려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휴보2는 아시모와 투자비와 개발기간, 지향하는 바가 달라 직접 비교의 의미가 크지 않지만 특정 부분에서만큼은 아시모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로봇 공학의 정수
실제로 휴보는 총 40개의 관절을 보유, 자유도(DOF) 40의 부드러운 몸동작을 구현한다. 2011년형 아시모의 57보다는 적지만 그 이전 아시모의 34보다는 많은 자유도다. 휴보가 펼친 댄스 실력의 근간도 어찌 보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사람처럼 손목을 빙빙 돌릴 수 있으며, 손가락 5개가 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복잡한 형태의 물건도 떨어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잡는다. 당연히 악수와 가위바위보 게임도 가능하다. 악수를 할 때는 눈에 있는 두 개의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가 사람이 내미는 손을 감지하는데 손을 맞잡은 뒤에는 손가락 끝의 압력센서와 손목의 힘 센서가 보내오는 정보에 맞춰 적당한 힘으로 위아래로 흔든다.

이전 모델이 신장 128㎝, 중량 55㎏의 몸집을 가지고 최대 시속 1.25㎞로 보행했던 데 비해 휴보는 체중이 45㎏으로 날렵해졌고, 최대 시속 3.6㎞로 뛸 수 있다. 보행속도도 일반 성인이 걷는 속도인 시속 1.8㎞로 향상됐다. 보폭은 최대 30㎝며, 달릴 때는 1초에 3보 이상 발을 내딛는다.

휴머노이드 자체가 로봇공학의 정수이기는 하지만 안정적 보행 및 달리기 능력 부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은 균형 유지, 다른 말로 무게중심의 제어다. 또 지면과 접촉하는 발도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로봇의 걸음걸이 형태가 결정된다.

오 교수는 "휴보2가 한번 뛸 때마다 20〜30㎳(밀리초) 동안 공중에 떠 있게 된다"며 "달리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무게중심을 제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로, 아랫배 부분에 균형 센서를 탑재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발바닥의 경우 작은 고무패드를 붙여 안정성을 배가했다. 연구팀은 휴보의 걸음걸이가 안정적이지 못한 원인을 파악하던 중 평평해 보이는 바닥도 사실은 어느 정도 울퉁불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목 센서의 민감성을 오히려 둔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던 중 고무패드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실험을 해봤더니 효과가 확인됐죠. 이후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에서 개발된 모든 로봇의 발바닥에는 고무패드가 붙어 있답니다."



휴보가 군사위성을 실시간 추적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기권 밖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정보를 수집하는 타국 첩보위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인공위성 실시간 추적시스템 기술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이나 탄도미사일의 레이저 요격과 같은 국방무기체계 기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기술이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휴보가 이 문제를 풀어줄 전망이다. 오 교수팀이 휴보에 쓰인 위치 제어 기술, 다중모터 제어기술, 시스템 기술을 응용해 인공위성의 궤도를 정밀하고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천체관측용 광학식 마운트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마운트는 정밀도가 1초각(3,600분의 1도각)에 달해 200㎞ 밖에서 1m 길이의 막대기 위치를 정확히 특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 시스템을 이용해 한반도 850㎞ 상공에서 초속 7.4㎞로 이동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위치 추적에 성공했다.


15대 생산, 11대 해외 수출
여기에 더해 오 교수팀은 휴보2가 좀 더 사람과 동일하게 걷고 달리도록 보행 알고리즘을 수정, 무릎을 펴고 걸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기존 휴보와 달리 걸을 때 다소 엉거주춤한 모습이 사라졌다.

또한 경량화를 위해 프레임의 기초설계부터 다시 시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10㎏나 되는 대폭적인 다이어트의 성공은 이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관절에 들어가는 서보모터 역시 직류(DC) 모터에서 BLDC 모터로 대체, 소형화와 토크 향상을 꾀했다.

앞서 오 교수의 지적처럼 휴보2는 아시모는 지향점이 다르다. 아시모가 일종의 기술력 과시와 혼다라는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존재라면 휴보2는 휴머노이드 연구용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다. 때문에 아시모와 달리 플랫폼 자체가 완전히 오픈돼 있다.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휴보를 기본 휴머노이드 플랫폼으로 활용, 각자의 기술을 추가해 다양한 기능 확장과 응용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오 교수는 해외에 휴보를 임대·판매하는 레인보우라는 기업도 직접 설립한 상태다. "지금까지 휴보2의 양산모델인 '휴보2 플러스'를 총 15대 생산했어요. 대당 약 4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이중 4대는 국내 휴머노이드 연구팀에, 11대는 미국·일본·싱가포르·중국 등 해외 연구팀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현재 오 교수팀은 휴보2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시스템이 워낙 복잡한 탓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되던 중 종종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지금은 연간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연구에 사용하고 있다"며 "만일 연간 20억원 정도의 예산만 지원 받을 수 있다면 다각적 협력연구를 통해 훨씬 향상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연구의 초석
휴머노이드 연구의 플랫폼으로써 휴보가 갖는 가치는 대단하다. 미 국가과학재단(NSF)이 연구용으로 임대하기도 했을 정도다. NSF는 휴보를 가지고 다국간 휴머노이드 협력연구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KAIST에 5년간 연간 8만 달러, 총 4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NSF는 연구의 효용성 증대를 위해 버지니아공대, 펜실베이니아대학, 드렉셀대학, 브린마워대학, 콜비칼리지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학술목적으로 사용할 버추얼 휴보, 미니 휴보, 온라인 휴보 등 3종의 휴보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중 버추얼 휴보는 일종의 온라인 로봇 시뮬레이터다. 이를 활용하면 학생들은 돈을 내고 로봇을 사거나 직접 만들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아 가상공간에서 로봇공학을 배울 수 있다. 스크린 상에서 기본적인 로봇공학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로봇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 외부의 힘을 받을 때 생기는 변화를 연구하려면 역시 실물 제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물 휴보는 그런 목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휴보의 미니어처 격인 미니 휴보다. 크기는 작지만 실물과 다를 바 없는 운동학적 특성과 구조 비례를 갖추고 있다. 가격도 8,000달러 불과하다.

버지니아공대의 경우 아예 미니 휴보를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온라인상에 청사진, CAD 도면, 제작·조립 설명서 등을 업로드 해놓았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휴보는 실물 휴보를 활용한 실험대행 서비스다. 드렉셀대학 연구실에 실물 휴보를 설치해 놓은 뒤 다른 연구팀에서 알고리즘을 보내오면 휴보에 적용시켜 원격으로 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휴보는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만이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휴머노이드 연구의 초석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앞으로 탄생할 많은 수의 휴머노이드들이 휴보를 자신의 조상이라 부를 지도 모를 일이다.





자유도(degrees of freedom) 로봇에 있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부위의 숫자. 대개 서보모터의 숫자, 즉 로봇이 지닌 관절의 숫자와 동일하며 자유도가 높을수록 다채롭고 정밀한 동작이 가능하다.
BLDC(Brushless DC) 모터(degrees of freedom) 브러시 없이 전자적으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모터. 일반 DC 모터에 비해 토크, 효율, 수명, 소음 등에서 우위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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