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모 뿌브아르경제연구소장 kyungmosong@pouvoir.co.kr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신기술을 사업화하려 할 때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막연히 매우 낮을 것이라는 정도의 짐작을 누구나 하겠지만 막상 이 질문에 명확히 대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니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신기술, 사업화, 성공, 확률이라는 네 단어의 의미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연 무엇을 신기술이라 부를 것인지부터 불분명하다. 그것은 실험이나 시운전에 성공한 상태의 기술을 칭할 수도, 특허가 등록된 기술이나 공인된 인증을 받은 기술로 국한될 수도 있다.
넓게는 논문과 보고서에 제시된 기술, 단순히 아이디어 및 개념정립 상태의 지식까지 신기술이라 불린다.
이와 비교하면 사업화는 비교적 의미가 분명한 편이다. 기업의 형태를 갖춰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사업화 성공'이라는 말에 이르면 다시 모호함이 엄습한다.
그저 회사를 설립해 매출을 일으키면 사업화에 성공했다고 해야 할지, 충분한 규모의 이익이 생겨야 하는 것인지, 혹은 투자비 대비 수십~수백 배의 현찰을 손에 쥐어야 성공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확률이라는 뜨거운 감자
확률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피셔리안(Fischerian)'과 '베이지안(Bayesian)'이라는 전혀 다른 확률 개념이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두 접근방식은 서로 일치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종종 전혀 다른 결론을 낳기도 한다. 일례로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을 구한다면 피셔리안은 실제로 동전을 수천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오는 횟수를 센다.
그리고 이를 동전을 던진 전체 횟수로 나눈 수치가 확률이다. 실험을 해보면 그 수치는 2분의 1, 즉 50%에 수렴한다. 반면 베이지언 방식은 처음 던질 때부터 동전의 구조를 보고 50%임을 추정한다. 또한 몇 번 동전을 던져본 결과도 당초의 추정과 일치하면 확률이 50%라고 결론 내린다.
동전 던지기처럼 반복적 시행이 가능한 경우에는 대개 두 방식의 결론이 크게 다르지 않다. 춘천에는 1년 중 며칠이나 비가 내릴까? 이는 춘천에서 수십년간 우산 장사를 해온 사람이라면 본능적 추정이 가능하다. 그 추정을 기상청 자료와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어떨까.
누구든 신기술을 가지고 처음 창업을 할 때는 성공확률을 가급적 높게 설정한다. 아니, 높아야만 한다.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막상 실패하고 나면 다음번에 재기를 할 때는 심리적 성공 확률을 다소 하향조정하게 된다.
반면 첫 시도에서 성공을 하면 신념은 더 상향조정된다. 자신감이 넘쳐서 다양한 일을 벌일 수 있다. 그러다가 큰 실패를 겪기도 한다. 그렇게 경험을 쌓으면서 성공 확률에 대한 신념을 조정해 나갈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일생을 통틀어 신기술 사업화를 반복 시행할 기회가 몇 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 한 번의 실패로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개인의 입장에서 신기술의 사업화는 자신이 생각하는 믿음이 확률의 전부가 된다. 경험적 통계에 기반한 피셔리안 방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무줄 성공률
물론 투자자나 기술사업화 지원기관들은 개인과 달리 신기술 사업화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피셔리안 방식이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기간 동안, 충분히 많은 관찰 데이터를 통해 측정된 확률을, 충분히 긴 기간에 걸쳐 적용해야 한다.
10년간 100개사의 벤처에 투자, 만족스런 수익을 안겨 준 곳이 10개사(10%)라고 해서 올해 투자한 10개사 중 1개사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는 얘기다. 결국 신기술, 사업화, 성공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성공률 역시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어느 시기에, 어떤 사업을, 어떤 지역에서 수행하는지에 의해서도 피셔리안 확률은 달라진다.
신기술 사업화 성공률과 관련해서는 1995년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R. G. 쿠퍼 교수가 제시한 수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기술과 시장의 조합을 4가지로 분류하고,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을 성공으로 정의한 상태에서 신기술이 성공할 경험적(피셔리안) 확률을 이렇게 밝혔다.
신규 기술을 개발해 신규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 5%, 기존 기술을 개선해 신규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 15%, 신규 기술을 개발해 기존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 35%, 기존 기술을 개선해 기존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 50%가 그것이다.
이와 달리 기술이 어느 성장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성공 확률은 다른 식으로 계산될 수 도 있다. 국제저널 연구기술경영(RTM)에 1997년 게재된 그렉 스티븐스와 제임스 버레이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기업체는 3,000개의 신기술 원천 아이디어 중 단 1개만 최종 사업화에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3,000개 중 구체화된 보고서나 기획서로 공식 제출되는 것은 300개 정도며, 300개 중에서 다시 100개만 제품 개발이 시도된다. 이후 100개 가운데 연구개발이 성공적으로 종료되는 것은 10개, 시장에 정상적으로 출시되는 것은 2개, 투자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1개라는 설명이다.
사업화 성공을 어느 단계로 보는지에 따라 성공확률은 3,000분의 1(0.03%)이라는 매우 비관적 수치에서 3,000분의 300(10%)이라는 다소 안심되는 수준까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1%와 50% 사이
미 국가과학재단(NSF)은 신기술을 특허 등록, 사업화 성공을 제품 출시로 정의한 상태에서 신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내 과학·엔지니어링·헬스(SEH) 분야 박사급 연구자가 등록한 특허 중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를 경험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그 확률은 30~60% 사이였다. 컴퓨터, 정보과학, 사회과학 분야가 60%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물리학 분야가 약 31%로 가장 낮았다.
최소 성공률이 31%라면 부푼 기대감을 갖고 사업화를 시도하기에 충분한 확률이다. 그러나 신기술의 개념을 특허 등록에서 특허 출원으로 조금만 넓혀도 확률은 최소 18%에서 최대 29%로 급전직하한다. 이외에도 국내외적으로 신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을 계산한 다양한 연구들이 존재한다.
당연이 이 연구의 결과들도 앞서 언급된 연구와 다를 바 없이 계산식에 적용된 요소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 그리고 어느 지역, 어느 기간, 어느 주체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의해 1%~50% 범위로 천차만별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그냥 성공확률이 50% 이하라거나 1~50%의 중간인 25% 정도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너무 무책임한 처사일까. 컨설팅기업 베인&컴퍼니도 자체 조사를 통해 신사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약 25%에 불과하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정확한 근거는 차치하고 이 수치를 신사업 성공률이라고 믿고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를 계산하는 게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경험해 봤다면, 머리를 싸매고 계산을 해봐야 보편타당한 확률로 인정받지도 못할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유혹이 더욱 클지 모른다. 어차피 직접 실행해서 겪어보지 않는 이상 성공 가능성에 대한 개인적 신념만이 의미가 있을 테니 말이다.
100%에서 성공률을 빼면 곧바로 실패율이 된다. 누구나 실패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따라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라면 성공률, 실패율 같은 숫자 놀이에 연연하기보다는 사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데 모든 지혜와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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