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국내 유수의 테마파크 마케팅 담당자를 만났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운영 대행 업체를 찾는다고 했다. 오랫동안 홍보 등 마케팅 업무에 잔뼈가 굵은 그 친구는 “트위터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 끝에 SNS 운영 전문 대행사에 일을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50대 초반 교수가 SNS 마케팅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듣더니 “그거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네”라고 단순히 무시해 버렸다. 이 교수는 아직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귀찮다며 추호의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3 올해 총선에 나섰던 한 국회위원의 40대 보좌관이 SNS 특별 강연을 들었다. 그는 “SNS를 모르면 아예 안 하는 게 낫다”는 강사의 말을 위안(?)으로 삼다가 당시 한나라당이 공천 심사에 SNS 평가 항목을 추가한다고 발표하자 부랴부랴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팔로어 늘리기에 급급했다.
SNS는 이제 대기업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 툴이 되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SNS마케팅에 관한 개념 정립과 활용 방안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여전히 있는 게 현실이다. 사례 2의 경영학과 교수처럼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SNS를 외면하고 있는 그룹도 존재한다. 스마트폰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이도 간혹 만날 수 있다.
그래도 SNS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인정한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를 뿐이다. 어떤 대화로 SNS를 시작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마케터들도 상당하다. 매스미디어에 보도자료를 뿌리는 데 익숙한 홍보실 직원들이 더 적응을 못하기도 한다. 홍보실에 근무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문이나 방송 등 매스 미디어 기자들이 선택하는 뉴스나 정보 가치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SNS에 무엇을 올려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SNS는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로 서비스 측면을 강조한 용어이지만 소셜미디어로도 불린다.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의 예를 들어보자. 테마파크에는 시계가 없다. ‘낭만과 환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현실로 대변되는 시간을 잊고 마음껏 즐기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테마파크에는 사실 큰 변화가 있기 어렵다. 놀이 시설은 설치에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1년에 한두 개 신설되거나 교체된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주변 경관만 바뀔 뿐이다. 그래서 정기적인 퍼레이드나 공연 그리고 특별 이벤트 등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그러나 이런 행사나 이벤트 내용만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채울 수는 없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테마파크에서 매일 바뀌는 것을 찾아 꾸준히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드넓은 소셜미디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 감동도 그중 하나다. 난생처음 테마파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신기해 하는 광경, 낙도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 프러포즈를 하는 연인들의 사랑, 수능을 마친 후 홀가분해 하는 고3의 해방감 등 너무나 많은 인간 스토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테마파크를 이야기의 보고로 만들어 감동을 제공할 수 있다.
다른 예로는 테마파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직원을 ‘배우’라고 부른다. 객장을 돌아다닐 때 그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관객을 대상으로 연기를 한다. 고객들의 유희를 도와주는 직원들의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스토리가 테마파크에서 계속 펼쳐지기 때문에 새로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유학 온 아르바이트 퍼레이드 걸의 사연을 아는 고객이라면 ‘백설공주 퍼레이드’가 달리 보일 것이다.
매스미디어에선 이런 콘텐츠를 다뤄주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선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콘텐츠다. 놀이 공원에 오려는 고객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새로운 도구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는 쉽게 발굴되지 않는다.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SNS 담당자나 담당 부서만으론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전사적인 SNS 조직망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고객들의 질문에 대한 응답도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담당 인력이 직접 답변해야 할 고객들의 질의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 내 전문적인 SNS팀이 조직되기 전에는 프로젝트 조직과 기능직 조직을 절충한 매트릭스 조직을 고려할 만하다. 매트릭스 조직은 구성원 개인을 원래의 종적 계열과 함께 횡적 팀의 일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조직형태다. CEO의 인식 전환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SNS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창구 민원보다 트위터를 더 빨리 더 열심히 처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SNS 운영자는 기업의 대변인이다. 현재 대기업 트위터조차도 홍보실의 막내 직원이 맡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사급 이상의 책임자가 실무 담당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외부 운영 전문 대행업에 SNS업무를 의뢰하는 것 또한 가급적 피해야 할 일이다. 대변인을 외부 용역이 맡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SNS 운영자를 콜센터의 교환수 정도로 폄하하면 승산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기 회사를 제일 잘 아는 직원이 이 일을 맡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SNS 계정을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트윗을 자신이 직접 올린다. 동정이나 알림 등 단순한 메시지는 ‘문재인 캠프’ 명의로 트윗해 문재인 후보 자신의 트윗과 구분한다. 박근혜 후보도 마찬가지다. 단 자신이 직접 쓰는 트윗 수가 적고 ‘행복캠프’의 트윗 비중이 높다는 차이뿐이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트윗은 직접 작성하되, 페이스북 본인 계정은 아예 만들지 않고 ‘안철수의 안심캠프 대변인실’ 계정만 운영했다.
기업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바로 미디어라는 사실을 늘 상기하고 고객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일부 SNS 강사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보도자료의 내용은 게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업로드 시켜야 할 보도자료가 있고 업로드 시키지 말아야 할 보도자료가 따로 있다. 경제지에 나올 기업의 재무 상황 변화라든지 CEO 동정 같은 것은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 아니다. 고객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SNS에 올릴 필요가 없다. 고객을 친구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신문과 방송은 독자가 필요로 한 정보인지를 제일 중요한 기준으로 뉴스 가치를 판단한다. 매스미디어에 게재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보도 자료는 SNS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단 홈페이지나 SNS계정에서 보도자료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 SNS와 자신이 바로 미디어이니까. 신문이 보도자료라고 표시하고 기사를 올리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홍덕기 대표는…
이 글의 필자인 홍덕기 씨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현재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