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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맞춤형 주거플랜을 세우자

우재룡의 한국형 은퇴준비<br>노후의 삶은 어디서 보내는 게 좋을까? 은퇴 이후 주거지를 결정할 때는 크게 5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은퇴 후 어디에서 살 것인지 물으면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원주택이나 농촌을 꼽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원생활보다 도시생활을 희망하는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50대의 무려 65.7%가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답변했다. 농촌 14.8%, 중소도시 13.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사람들은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자기 집에서 노후를 보낼 때 가장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 집에서 거주하더라도 나이가 많아지거나 각종 질환 등으로 거동이 어려워질 경우, 생활하기에 편리하도록 여기저기를 고쳐서 사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주거계획은커녕, 어디에서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은퇴 이후의 주거지는 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만약 주거지를 잘못 선택했을 경우 이를 되돌리는 데 많은 비용이 들 수 있으므로 각각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한다. 은퇴 이후의 주거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5가지 요소를 살펴보자.

1 실속보다 외형을 중시하는 주택 과소비를 경계해야 한다.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주택 규모를 줄이고, 이를 통해 마련한 여윳돈을 노후자금으로 돌리는 주택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분하면 주택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2 노후에도 계속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고령자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에 맞게 집을 고칠 필요가 있다. 이를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하는데, 본래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노후 준비는 집에서 시작해서 집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어디에서 사느냐는 노후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3 문화, 교육, 행정, 의료, 교통 등의 각종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쉽게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또 다양한 여가시설을 이용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빈번한 접촉을 통해 사회적·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4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곳이 적합하다. 자녀를 키우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다른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이웃과 친구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게 되면 그 순간부터 커뮤니티가 생활에 만족을 주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 자신의 생각과 관심사를 함께 나눌 친구나 이웃이 있다면 은퇴로 인한 여러 가지 상실과 변화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곳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5 은퇴 생활의 단계별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주거 계획을 세울 때부터 나이가 들면 노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은퇴 이후의 생활단계는 60~70대의 활동기, 80대 초반의 회고기, 80대 중후반의 남편 간병기 그리고 남편 사별 후 부인 홀로 생존기와 부인 간병기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은퇴 이후에는 생활단계마다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적합한 주거환경도 바뀌게 된다. 따라서 이왕이면 모든 단계에 고루 용이한 주거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에는 어떤 주거 유형이 가장 적합할까? 은퇴 이후 주거지로는 일반적으로 전원주택, 실버타운, 자기 집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전원주택은 활동기에는 적합하지만 회고기 이후에는 불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이후에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원생활은 도심에서 살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 도시보다 물가가 낮기 때문에 당장의 생활비는 줄지 몰라도, 노후생활의 후반기인 간병기가 되면 전원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도심에 있는 큰 병원 다니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홀로 지내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전원생활을 하면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회와 단절되면서 자칫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실버타운은 생활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노후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의료시설이나 오락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는 데다가 식사와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자녀나 주변 사람들과 떨어져 노인들끼리만 생활하다 보면 자칫 소외감이나 무료함이 커질 수 있다. 미국에선 이러한 실버타운을 ‘시니어 커뮤니티’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실버타운이 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미국 등 선진국은 주거와 커뮤니티, 지속적인 케어(Care) 서비스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진국 실버타운의 핵심은 단순한 거주가 아니라 교류, 문화, 간병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지속적 은퇴관리 커뮤니티(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CCRC)’ 라는 점이다.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고, 문화 여가 시설을 비롯한 각종 의료서비스가 모여 있어 다방면으로 편리하다는 얘기다. 특히, 여러 시설과 서비스들이 은퇴 이후의 각 생활단계에 맞게 체계화되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끝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이를 영어로 ‘AIP(Aging In Place)’라고 하는데,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은퇴 후 주거유형이다. 실제로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2010년 45세 이상 미국인 1,6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자기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자가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를 자신의 집에서 보내면 무엇보다 익숙한 곳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반대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높은 문턱이나 미끄러운 욕실 바닥으로 인해 낙상(落傷)사고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내 집에서 계속 살기 위해선 문턱을 없애거나 낙상방지 시설을 마련하는 등 필요한 준비를 미리 갖춰야 한다. 선진국에는 ‘노후 준비는 집에서 시작해서 집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어디에서 사느냐는 노후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각각의 장단점을 잘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주거 양식을 선택하자. 주거플랜은 자신이 바라는 노후의 삶을 완성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다.


우재룡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 동양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을 거쳐 2011년부터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을 맡아 활발한 저술 ·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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