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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에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

BOOK REVIEW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덴트ㆍ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청림출판/ 1만7,000원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2008년 이후 우리는 수많은 경제 위기설 속에 살 았다. 3월 위기설, 8월 위기설 따위의 단기 충 격을 예견하는 설부터, 신용위기, 재정위기처 럼 성격으로 규정 지은 위기와 유럽위기, 선진 국 또는 신흥국 위기 따위의 지역으로 묶인 위기까지….

하지만 숱한 카테고리의 위기 가운데서도 전문가들이 가장 대 처하기 어렵고 견뎌내기 힘든 최악의 위기로 꼽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디플레이션이다. 모든 상품과 서 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 경제가 가진 최소한의 활력마저 도 고사시켜버리는 위기다. 인류 역사 상 가장 혹독한 위기로 꼽는 1930년대 대공황도 실상은 장기 디플레이션이 었다.

1990년대 일본의 거품 붕괴를 예측 했던 월가의 경제 분석가 해리 덴트는 이 디플레이션 위기를 자신만의 독창 적인 논리구조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2020년대 초반까 지 10년 이상 지속되는 기나긴 디플레 이션 시기를 맞게 된다. 선진국, 신흥 국 가릴 것 없는 쓰나미와 같은 이 전 염병은 주가와 부동산 가치를 반토막 내고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을 감소시 킨다. 거의 모두가 내핍의 생활을 견뎌 야 하는 혹독한 경제의 겨울과도 같다.

너무 암울한 예측일까. 지금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 연구 소들은 2013년쯤을 지나면 세계 경제가 미약하나마 다시 회복세에 들어서리라 예상하고 있지 않은가. 덴트는 이 같은 예상에 단호하 게 찬물을 끼얹는다. 각국의 인구구조와 그에 따른 소비성향 변화 로 볼 때, 세계는 1930년대 이후 80년 만에 찾아오는 기나긴 겨울 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단언하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2010년 이미 소비 흐름의 고점을 지난 한국은 선진국 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질 향후 10년간 수출길이 막 히며 막대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스피지 수는 2015년 말 950선까지 떨어지고 서울의 집값은 향후 수년간 43~57%가량 폭락한단다. 폭락의 시기든, 수준이든 그는 구체적 인 수치를 제시하는 데 거침이 없다. 왜냐고? 그간 축적해 놓은 방 대한 데이터와 과거 비슷한 시기 경제의 흐름들이 자신감의 원천 이다.

실현되길 결코 바라진 않지만, 덴트 가 ‘설득력 있게’ 내놓는 암울한 세계 경제 파국의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덴트에 따르면, 우리가 이제 맞이하 고 있는 역사적 디플레이션 시대는 단 지 2000년대 들어 버블을 키우다 결 국 터져버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와 뒤이은 글로벌 신용경색, 재정위기 등에서만 비롯되지 않았다. 위기의 씨 앗은 이미 1946~64년 사이(미국의 경 우) 베이비부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뿌려졌다.

다른 경제학자들과 달리, 덴트는 경 제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사람들 의 소비 결정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 는 금리나 통화량보다 인구구조와 그 에 따른 소비패턴을 더 집중해 분석한 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 사이클은 베이비부머들의 성장 궤적에 따른 사회활동으로 결정됐다. 1960 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베이비부머가 대거 사회에 진출하자 미국엔 이들을 받아들일 일자리가 부족했다. 이들을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심한 인플 레이션을 겪었고 한편으론 오랜 기간 심각한 생산성 정체 현상을 빚기도 했다. 80년대 들어 베이비부머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크게 늘었을 정도다.

사회생활 내내 소비를 늘리던 베이비부머는 2007년 전환점을 맞는다.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이제는 자신들의 노후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녀들의 대학 4년 동안 소비 정체기를 거친 후 2012년부터는 베이비부머들의 소비 감축 시 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덴트는 전망한다.

베이비부머들이 소비를 그치고 저축에 힘을 쓰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에 거대한 구멍이 생긴다는 의미다. 장기적 이고 지속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경제는 마침내 디플레이션을 맞게 되 는 것이다. 이때는 정부의 온갖 부양책도 먹히지 않는다. 금리나 재정 정책 모두 인 간이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이지만 자녀양육이나 노후대비, 직업 안정성 등을 고려한 인간의 경제활동 심리는 이런 이론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이 덴트의 지적이다. 결국 2009년에서 2011년 사이 미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정책 에 힘입은 반짝 경기 회복세는 조만간 끝이 나고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 들 것이란 예상이다.

덴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떤 정부도 버블이 꺼지는 것을 막거나 고령화하 는 인구가 저축하는 것을 중단시킬 수 없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이 과정을 늦춰 일시적으로 고통을 줄이는 것뿐이지만, 일본이 20여 년의 경제 부진으로 증명 했듯이 여기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인구구조가 규정하는 소비의 힘은 생각 외로 강력하다. 덴트는 그 증거로, 미국 인들이 9·11사태 직후에도 소비를 줄이지 않았던 점을 강조한다. 그 해 10월 미국 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와 90년 걸프전,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때에도 베이비부머의 소비는 큰 흔들림이 없었다. 덴트는 미 국인들이 대개 26세에 결혼해 28세에 첫 아이를 낳고, 31세에는 첫 집을, 37~42세 사이에 더 큰 집으로 이사하며 자녀들이 집을 떠나는 46세 즈음 소비가 절정에 달한 다고 분석한다. 그 사이 웬만한 경기 사이클의 변화에도 이런 생애주기적 소비성향 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미국만의 특수 케이스로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유럽 등 선진국 모두는 이미 2010년을 전후로 역사적인 소비 정점을 지났다. 덴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제 소비 감 소에 따른 수요 부족을 견디며 그동안 소비를 위해 끌어 썼던 부채를 ‘고통스럽게’ 조 정해야 한다.

디플레이션 시대에는 다른 경제 사이클 때와는 전혀 다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생존법도 마찬가지다. 덴트는 디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법과 생존전략도 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갖고 있는 빚은 최대한 줄일 것, 즉시 활용 가능한 안정적 인 채권 중심으로 투자할 것, 주식은 대폭락 이후에나 매수를 고려할 것, 부동산은 싸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사지 말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고려해 볼 것, 작더라도 지속적인 소득을 확보하려면 최대한 현재의 일자리를 지킬 것 등이다. 어떤가. 당신은 디플레이션을 견딜 준비가 돼 있는가.

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곽수종 지음/ 글로세움/ 1만4,800원
2013년 이후 세계경제의 판이 새롭게 짜일 것이라며 한국과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진단한 책. 세계 경제 위기는 2017년까지 계속되며 2013~2014년에 중국을 시발점으로 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기 이후에는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유럽, 중국이 함께 주도하는 다자 체제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미국은 패권국 지위는 잃지 않을 것이며 유럽경제 위기는 악순환의 연속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최강의 팀을 탄생시킨 안트러리더십
데이브 램지 지음/ 김무겸 옮김/ 물병자리/ 1만8,000원 금융전문가
데이브 램지는 스물여섯 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가 3년 만에 모든 것을 잃은 뼈아픈 경험의 소유자다. 이후 재정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처한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재정 전문가로 재기에 성공했다. 저자는 자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사업체를 운영하는 리더들이 꼭 알아야 할 리더십에 대해 기술한다. 안트러리더십은 기업가와 리더십을 결합시킨 단어다.

변화면역
로버트 케건ㆍ리사 라스코우 라헤이 지음/ 오지연 옮김/ 1만6,500원
신년계획을 세웠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현상은 특정 변화에 대해 면역체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사람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이를 깨뜨리는 변화에 면역체계를 만든다. 조직의 구성원 간에도 무의식적으로 특정 가치나 방법을 중심으로 면역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개개인뿐 아니라 조직에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변화면역지도’를 통해 근본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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