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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시장 전망

저성장 저금리 시대 인컴펀드 ETF 각광

2013년 펀드 시장을 이끌 테마는 무엇일까? 올해도 대형주나 성장주는 고전하고 중소형주와 가치주가 진가를 발휘한 2012년의 흐름이 지속될까? 차병선 기자 acha@hk.co.kr


먼저 2012년 펀드시장을 돌아보자. 첫째는 일단 개인투자자입장에선 환매 일변도였고, 기관 투자기금은 펀드로 많이 유입됐다. 소위 말하는 중산층 붕괴가 펀드에서도 가시화됐다. 개인이 펀드를 털어 비용을 쓰거나 전세자금 부족분 등을 마련했다. 저축률도 과거 20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저축과 투자 마인드나 여력이 위축됐다. 둘째, 해외펀드 중엔 채권형이 판정승을 거두었다. 해외주식형펀드는 세계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익률이 별 볼 일 없었다. 브릭스나 선진국의 금융위기로 인해서 변동성만 컸을 뿐이다. 해외 펀드붐이 일었던 2007년 당시 투자한 사람은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저금리 저성장 테마에서 대안 상품으로 중위험 중수익 펀드가 관심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해외 채권형 펀드다. 셋째, 국내 주식형 중엔 가치주가 성장주를 이겼고,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세계 경기의 위축은 곧 우리의 대형주나 성장주의 위축요인으로 작용했다.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내수 종목 위주의 중소형주가 좋은 성적을 냈다. 소위 말하는 가치주의 전성기였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주식형 펀드

“올해는 (채권보다) 주식이 강할 것으로 봅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부 부장은 말한다. 박 부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투자자가 자산배분을 할 때 보통 부동산, 주식, 채권, 예금을 본다. 이 중 예금은 인플레이션을 헤지 하지 못할 정도로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 부동산 역시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은 건 주식 아니면 채권. 2012년엔 금리가 떨어지며 채권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주가지수를 웃돌았다. 2013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까? 일부에선 각국 정부가 두 번 이상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거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박 부장은 달리 본다. “금리를 내리는 건 경기가 안 좋다는 뜻이죠. 금리를 더 내리면 2% 초반까지 떨어지는데, 이건 경제가 망가졌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 됩니다. 그리 될 리 없죠. 그래서 2013년엔 채권보다는 주식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늘리고 있다. 이 유동성이 어디로 흐를까? 과거엔 이 돈이 선물 시장으로 유입돼서 유가나 곡물에 베팅됐다. “이제는 선물 시장으로 빠질 위험이 크지 않아요.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물의 위험성을 실감하기 시작했죠. 제조업이 더 낫다는 쪽으로 인식이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 주식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박 부장은 말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기업은 주가수익비율 PER(Price Earning Ration)이 낮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수익비율이 10배 미만이다. 주가수익비율은 영업이익과 시가총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낮을수록 경영이 견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10조 원을 버는데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라면 주가수익비율은 10배가 된다. 삼성전자의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 주가수익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여력이 커진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예기치 못한 변수는 어떨까. 사람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사고를 우려한다. 이 경우 주가수익비율이 낮아도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부장은 2013년에 유럽 국가가 부도를 내진 않을 것으로 본다. “돈을 마구 찍어서라도 이를 막을 겁니다. 한 국가가 부도나면 영향이 전 세계에 미칠 수밖에 없어 모두 부도를 피하려 할 거예요.” 반대로 지수가 폭등할 가능성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지수는 올해처럼 일정한 밴드에 갇혀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강하다. 하지만 우량주는 꾸준히 올라가고, ETF나 믿음이 가는 종목에 대한 투자는 해볼 만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상품전략팀장은 “(주식투자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고 말한다. “글로벌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상반기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하반기로 가면서 경기여건이 나아짐에 따라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겠지만 결국 박스권 장세라 큰 의미가 없어 보여요. 주식 관련 기대 수익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김 팀장은 채권에 좀 더 주목한다.


채권형 펀드

해외 채권형 펀드는 크게 4가지다. 이머징, 선진국, 하이일드, GI(투자적격)펀드 등이다. 전반적으로 하이일드형이 15~20% 수익을 냈고 이머징도 비슷했다. 그리고 GI, 선진국 국채 순을 보였다. 소위 말하는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가 충족됐다. 자금유입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거의 2배로 커졌다. 저금리와 저성장은 하나의 고착화된 흐름이다. 일본도 저금리가 되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 해외로 나갔는데, 그 대표적인 상품이 해외채권형 펀드였다. 우리나라도 저성장 저금리 시대엔 해외채권형 펀드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스미스 부인,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에 이어 한국의 김 여사도 해외 채권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익률이 2012년 만큼 높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대투 김 팀장은 말한다. “올해 흐름이 (2012년에 이어) 지속될 거란 전망과 그렇지 않을 거란 분석이 있어요. 우리는 세계 정부가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감행할 여력이 낮다고 보고, 해외채권 수익률이 2012년보다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해외채권수익률이 9%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채권은 어떨까? 2012년 국내채권 수익률은 6~7%였다. 국내 채권에 대해서는 김 부장과 박 부장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낸다. 한국투자의 박 부장은 매력이 없다고 말한다. “새 정부가 공약실천을 위해 돈을 풀 수밖에 없습니다. 유동성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것으로 보진 않습니다.” 박 부장은 주식이 더 나을 거란 기대를 전제하고 있어 채권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다. 한편 주식시장에 대해 기대치가 낮은 하나대투 김 팀장은 “상반기엔 국내 채권, 하반기엔 국내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해외채권은 나라별 상황이 다양한 데다 중국이 조정을 어느정도 마쳐 국내 채권보다 매력이 덜 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연간으로 보면 해외채권도 중간 정도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다 줄 것이란 분석이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국내주식형에 40%, 해외채권형에 20%, MMF에 10%, 나머지 30%는 해외주식형으로 포트폴리오를 배분하라”고 권유한다.


인덱스펀드·ETF·ELS

펀드는 크게 액티브 펀드와 인덱스 펀드로 나눌 수 있다. 액티브 펀드의 경우, 펀드매니저가 시장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액티브하게 알파 수익을 추구한다. 시장과 똑같이 가는 걸 베타 전략이라 하고, 베타 전략을 따르는 펀드를 인덱스 펀드라 한다. 2012년은 인덱스펀드의 전성기였다. 시장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다보니 액티브 펀드매니저가 따라잡지 못했다. 액티브 펀드 매니저중 지수를 이긴 사람이 25%도 안된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금은 저금리.저성장 시대다. 성장주가 맥을 못추고 대부분 기업이 사이클에 따라 오르내린다. 알파수익을 추구할 만한 종목을 찾기 어렵다. 또 수익이 슬림화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비용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판매사와 운용사 수수료에 예민해졌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인덱스펀드와 ETF(Exchange Traded Fund)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수를 제대로 따라가고 수수료도 일반 펀드보다 낮다. 이 중 인덱스펀드는 기본적으로 성과가 비슷하지만 ETF는 좀더 다양하다.

섹터별 테마별로 총 134개에 이른다. 또 ETF는 인덱스펀드보다 거래가 편리하고 환금성에서 앞선다. 투자자들이 계속 몰리는 또 다른 이유다. ETF는 2012년 12월 5일 현재 순자산 총액은 14조1,978억 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선전한 상품 중 하나가 주가연계증권 ELS(Equity Linked Securities)였다. 주식형 펀드가 130조 원 규모까지 갔다가 95조 원으로 30% 넘게 빠진 반면 ELS는 발행규모만 40조 원이 넘는 시장이 됐다. ELS는 변동성이 심하거나 금리가 높을수록 수익률이 올라간다. ELS 전망에 대해 한국투자 측과 하나대투 측에 차이가 있다. 한국투자 측은 “점차 변동성이 줄고 금리가 인하되면서 ELS의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반면 하나대투 측은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유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팀장은 “상반기에 국내 채권, 하반기에 국내 주식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금은 불확실성이나 인플레이션을 헤지 할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이 달러를 풀어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금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Q2, Q3 등으로 이어진 양적완화조치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망으로 금값은 장기간 상승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금 투자가 좋다고는 볼 수 없다. 미국이 현재 재정절벽이라는 이슈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해결된다고 본다면, 그에 따라서 실물경기가 턴어라운드 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 경우 금값이 내릴 수 있다. 다만 폭락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고용지표를 살피며 금의 매매 타이밍을 판단하는 게 좋겠다. 그 타이밍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한국투자의 박 부장은 “고용지표를 주시하라”고 말한다. “미국의 경기를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고용지표입니다. FRB는 실업률이 9% 이상 오를 때 달러를 발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물경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은 2013년에도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감행할 수 있고, 이는 곧 금값의 상승을 뜻하는 것이죠. 반대로 고용지표가 나아진다면 금값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금 관련 상품은 다양하다. 하나대투의 김 팀장은 “금 펀드 중에서도 금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가 금 가격을 가장 잘 반영하는데,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원자재

현재 원자재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어 있어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리는 원자재 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상품이다. 현재 구리와 철은 매우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리 값은 계속 오르는 반면 산업체의 쌀이라는 철강 값은 하락하고 있다. 구리는 자원의 희소성이 주요 요인이지만 철강은 공급과잉이다. 철강업체들이 중국내 산업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생산능력을 확대했지만, 중국이 내수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돌림에 따라 철강이 남아도는 상황이 됐다. 원자재 수요를 점쳐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중국의 전력사용량이다. 중국 전력사용량이 줄어든다는 건 공장가동이 아직 신통치않다는 방증이고, 경기 회복이 멀었단 뜻이 된다.


재형저축펀드

앞서 강조했듯이 2013년 펀드시장을 가로지르는 주된 테마는 저금리.저성장이다. 이 같은 추세 아래 크게 3가지 상품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인컴펀드. 저성장.저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채권, 리츠, 고배당주 등에 투자해 일정 기간마다 수익이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펀드가 유망하다. 둘째가 ETF, 셋째가 절세상품이다. 2013년엔 절세상품이 하나 새롭게 등장한다. 2012년에는 즉시연금과 같은 보험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고, 물가연동채가 각광받았다. 장기 30년 국채가 처음 발행되기도 했다. 주로 부유층이 저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이들 상품을 활용했다. 2013년엔 비과세 재형저축펀드가 도입될 전망이다. 서민도 소액규모로 절세할 수 있는 기회다. 앞으로 금융회사도 단품을 판매하기보다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능력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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