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속에서 이동하는 이 프로토타입 장치는 크기가 3×4㎜에 불과하며, 2×2㎜의 무선 안테나를 이용해 체외에서 동력을 공급하고 위치를 제어해요. 무선 통달거리는 약 5㎝정도구요. 이처럼 배터리를 내장할 필요가 없기에 소형화가 가능했죠.
장치의 이동은 전자기유체역학(MHD) 추진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크기가 너무 작아 기계식 추진은 비효율적이거든요. MHD의 기본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하면 프로토타입 장치의 전기회로에 로렌츠 힘이 생성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그래서 장치와 가까운 거리에 자석이 위치해야 하는데 저희는 환자를 자석이 깔린 검사대에 눕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 뒤 무선 전파를 이용해 장치 내부의 전극들을 제어하게 됩니다. 각 전극은 자신을 둘러싼 유체에 전류를 흘려보내 장치를 추진시킬 알짜 힘을 만들어내요.
자석 검사대에 환자가 누워있다고 했을 때 자기장의 방향은 위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전극의 전류가 반시계 방향이면 장치가 전진하고, 시계방향이면 후진하게 됩니다. 장치의 양쪽에 서로 반대로 작용하는 힘을 생성시켜 줄 회로가 탑재돼 있어 좌회전과 우회전도 가능해요.
저희 프로토타입 장치의 경우 약한 자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식염수 속에서 초당 5㎜정도의 느린 속도로 이동합니다. 만일 사람의 동맥 내부에서 혈류를 거슬러 올라가며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로봇으로 활용하려면 더욱 강한 자석을 써야겠죠.
물론 정말 그런 능력의 장치가 세상에 나오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다만 저희는 머지않은 미래에 이 장치를 업그레이드시켜 소화기관인 위장관(胃腸管) 내부를 촬영해볼 계획입니다. 위장관이라면 빨리 움직일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요.
이게 가능해지면 암 검진비를 낮출 수 있고, 대장내시경을 비롯한 기존의 다른 검사기법들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겁니다.
- 다니엘 피본카
스탠포드대학 전기공학부 대학원생
로렌츠 힘(Lorentz force)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전하에 작용하는 힘.
알짜 힘(net force) 물체에 작용하고 있는 모든 힘들의 벡터를 합한 힘. 물체의 운동상태를 실제로 바꾸는 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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