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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열어젖힐 일류 정보연구기관 비상"

국가 과학기술 지식정보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영서 원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다양한 중기지원책의 시행에 기관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 원장은 이런 노력을 통해 우수한 성과들을 다수 도출해내는 한편 도전과 변화를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혁신을 통해 KISTI가 대내외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Q. 연임에 성공하셨는데 그만큼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는 의미겠지요?

그렇게 보아 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Q.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경쟁력과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연구사업, KISTI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연구사업들을 매년 20%가량 구조조정하고 사업종료시기를 기존의 12월에서 10월로 앞당기는 등 뼈를 깎는 혁신을 단행했던 것입니다. 이런 혁신을 통해 KISTI의 연구사업 체질이 확실히 개선됐다고 믿습니다.

이에 더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파격적 인사혁신을 지속 추진한 것도 훌륭한 성과를 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출연연구원 최초로 시행한 '경영성과급 집중지급제'입니다. 이는 우수한 성과를 낸 상위 1~2%의 인력에 기관 전체 인센티브의 10%를 집중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에 열린 승진 제도를 도입, 나이나 경력 등에 상관없이 실력에 따라 승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연구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습니다. 기관장이 직접 해외로 나가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글로벌 인재 채용 제도' 역시 출연연 최초로 시도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합니다.

이외에는 오랫동안 염원했던 일명 '슈퍼컴퓨팅 육성법' 제정에 성공한 것, 50% 수준에 불과했던 전자정보 체계를 90%까지 끌어올린 것,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를 구축하고 1사 1연구원 근접지원 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중소기업의 핵심 연구개발 파트너로서 입지를 굳힌 것을 대표적 성과로 기억됩니다.

Q. 과학기술정보협의회는 어떤 단체인지요.

ASTI는 KISTI와 중소기업, 대학교수, 연구자, 정부기관 등이 함께 역량을 모아 중소기업 성공을 도모하는 협의체로 제가 4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인 2009년 발족했습니다. 현재는 8,000여명의 중소기업 관련 인력을 포함, 1만2,000여명의 위원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ASTI의 역할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중소기업의 강소기업화 도모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이제는 대기업 위주의 선진국 추격형 산업구조 속에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강소기업 즉, 작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국가산업의 허리를 탄탄히 떠받치는 창조형 산업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들이 매우 많습니다. 일단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찾기 위해 정보를 확보하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실제로 매년 정보의 총생산량이 60% 이상 늘어나면서 정보를 찾아 활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어렵사리 적합한 사업아이템을 찾았다고 해도 어려움은 남아있습니다. 선행기술, 특허, 시장성, 경쟁사 등에 관한 정보를 구해 철저히 분석해 기술 로드맵을 짜야하는데다 기술 완성 후의 사업화 로드맵도 구축해야 합니다. 이렇게 가이드라인이 잡히면 전문인력과 장비들을 확보해 수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내 중소기업 치고 이런 과정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중소기업은 인적, 재정적 역량이 부족합니다.

KISTI는 바로 이런 과정들을 도와주기 위해 유망사업아이템 발굴이나 기술로드맵 구축, 시장진출 기획,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 등의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ASTI는 중소기업들에게 KISTI가 운영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KISTI를 100%활용토록 해주는 1차 루트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Q. 1사 1연구원 근접지원에 대한 업계의 호응은 어떻습니까.

그렇습니다. 각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정확히 찾아내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시행한 사업입니다.

이를 위해 KISTI는 2010년부터 전국 중소기업을 1년에 100개사씩 찾아가 필요로 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어림잡아 1년에 5,000㎞ 이상을 이동하며 중소기업의 요구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이들 중소기업 한 곳마다 KISTI의 연구원 한 명씩을 전담으로 붙여 밀착지원 하는 '1사 1연구원 근접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성과가 좋은 기업의 경우 향후 5년까지 맞춤형 지원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당연히 아주 좋습니다. 특정 정보나 컨설팅이 필요할 때나 슈퍼컴퓨팅 지원을 받고 싶을 때 KISTI의 지식멘토에게 연락하면 곧바로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멘토들 역시 해당 기업의 상황을 누구보다 훤히 알고 있어 정확한 지원이 가능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한-중 기업교류의 메신저로도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은 우리나라 대외무역의 26%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협력을 강화해야할 국가입니다. KISTI는 지난 2011년부터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진출을 본격 지원했습니다. 우선 2011년 5월 중국진출의 기반을 마련한 뒤 중국 내 한국기업의 지원을 위해 다롄에 ASTI를 설립했고, ‘한중 ASTI 기술교류 및 기술이전대회’도 개최했습니다.

이중 기술이전대회는 장길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는 중국 정부의 러브콜로 이뤄졌는데 한국기업 20개사와 장길도 지역 중국 기업 100여개사가 참여해 활발한 기술·정보를 교류했고, 14건의 협력 의향서 교환이 성사된 바 있습니다. 올해 9월 중국 길림에서 열린 제2차 대회에서도 총 2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향후 지속적으로 한중기술이전대회를 통한 활발한 교류를 유지해 나갈 방침입니다.

이밖에 KISTI는 2011년 5월 중국의 과학기술·산업정보를 현지에서 곧바로 수집·가공해 국내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연변데이터 베이스센터'를 개소하는 등 중국-KISTI와 중국-ASTI 사이의 적극적 협력관계의 강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Q. 슈퍼컴퓨팅 육성법 제정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슈퍼컴퓨팅 육성법으로 불리는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은 작년 4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12월 8일 발효됐습니다. 이로써 슈퍼컴퓨팅에 대한 최우선적인 지원이 법으로 약속되면서 KISTI가 한층 안정적·효과적으로 다양한 슈퍼컴퓨팅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습니다. 이런 슈퍼컴퓨팅 육성법 제정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슈퍼컴퓨터는 단순히 고가의 빠른 컴퓨터가 아니라 국가 첨단기술력과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CoC)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8가지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로 슈퍼컴퓨팅을 선정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기인한 것입니다.

Q.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사실 슈퍼컴 육성법이 처음 논의된 것은 10년 전인 2000년대 초반입니다. 슈퍼컴퓨터 저변 확대와 그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사용 형태를 넘어서는 '점프 업'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는 생명과학이나 나노, 항공우주처럼 이름만 들어도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분야는 아닙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일개 연구장비로 보일수도 있는데 굳이 법까지 제정해가며 육성해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5년 전부터 그 중요성을 인식한 국회의원 분들의 지원을 받아 이번에 법제정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궁극적으로는 슈퍼컴퓨터를 잘 쓰는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슈퍼컴퓨터 성능 향상에 더해 신약이나 무기, 금융상품의 개발, 심지어 보험사기를 막는데 까지 슈퍼컴퓨터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책임을 다 할 계획입니다.

Q.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전국 100개 중소기업을 방문해 니즈를 알아본 결과,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슈퍼컴퓨팅 지원을 강력히 원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슈퍼컴퓨팅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중소기업을 지원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금형이나 선박용 안전밸브 설계, 산업용 로봇의 안정성 테스트 등 수많은 중소기업형 R&D에 슈퍼컴퓨터가 활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KISTI 내·외부전문가를 활용한 1대 1 맞춤형 기술지원 체제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30여 명의 내부 박사급 연구원과 260여 명의 외부 공학해석 전문가들로 구성된 슈퍼컴퓨팅 인력 풀을 구축해 개별 기업의 R&D 특성에 따른 맞춤형 자문 체제도 확립했습니다.

참고로 KISTI는 1988년 국내 최초로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한 이래 지금까지 국가차원의 슈퍼컴퓨팅센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현재 KISTI는 360테라플롭급 슈퍼컴퓨터 4호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올해는 어떤 방향으로 KISTI를 이끌어 나갈 계획인지요?

KISTI는 그동안 세계 일류 정보연구기관으로 비상하기 위해 ‘4S’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스마트(Smart), 스피드(Speed), 소셜(Social), 지속가능성 (Sustainable)이 바로 그것입니다.

올해도 4S를 기본골격으로 삼아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조직문화의 구축에 집중하겠습니다.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투명한 경영문화, 제도 및 환경 개선, 전 직원의 연구윤리 문화도 적극적으로 조성해나갈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KISTI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장서서 열어젖히고, 과학기술 8대 강국으로 당당히 진입하는 탄탄한 길을 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KISTI의 발전을 위한 궁극적 포부와 철학이 있다면?

요즘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단어입니다. 지난 50년간 KISTI가 국가 핵심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KISTI를 내 가족처럼 아끼고 헌신한 선배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50년간 KISTI인 모두가 가족이었듯 앞으로의 50년도 굳건한 신뢰를 가지고 똘똘 뭉쳐 나가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직원 모두가 자기 자녀의 직장으로 망설임 없이 ISTI를 권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것입니다.

세상 누구나 자녀에게는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자식에게 권하고 싶은 직장이라는 의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장이라는 뜻과 일맥상통합니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국가 발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그런 기관 말입니다.

테라플롭(TeraFlop) 슈퍼컴퓨터의 연산처리속도 단위. 1테라플롭은 1초당 1조번의 연산 처리를 뜻한다.

박영서 원장 프로필

학력
1977년 충주 고등학교 졸업
1979년 아주공과대학 화학공학과 학사
1981년 한양대학 공업화학 석사
1993년 일본 와세다대학 고분자 박사

경력
1984~1998년 산업기술정보원 산업무역부
1998~2001년 산업시장정보분석부장,
산업정보분석실장
2001~2003년 KISTI 산업정보분석실장
2003~2008년 KISTI 산업정보분석팀장, TCI 사업단장
2008~현재 KISTI 원장 (4대·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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