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요타가 ‘벤자’를 내놨다. 벤자는 SUV와 세단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벤자는 넉넉한 실내공간에 멋진 디자인, 거기에 나무랄 데 없는 성능까지 갖췄다. 그동안 미국에서만 판매되던 벤자를 들여 온 한국토요타는 꽤나 자신 만만한 눈치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첫선을 보인 벤자는 원래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모델이다.
토요타 벤자는 체구부터 당당하다. 차량의 인상을 결정짓는 헤드라 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렬하다. 20인치 휠을 끼운 타이어가 제대로 된 ‘자세’를 나오게 한다. 벤자는 운전 석 문을 열고 시트에 앉는 순간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승용 차에 오르는 것보다 더 편하다. 문을 열고 몸을 수평으로 이동하면 바로 착석할 수 있다. 벤 자는 일본어로 ‘편히 앉을 수 있는 휴게실’을 뜻하는 ‘편좌(便坐)’와 발음(べんざ 벤자)이 같 다.이름에서부터 벤자는 자신이 지닌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벤자는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SUV와 세단이 가진 장점을 섞어 놓았다. 소비자 성향이 세분화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 차종 중 하나다. 넓은 실내공간과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가 크로스오버 차량이 겨냥하 는 타깃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처음 선보인 벤자는 원래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모델이다. 그래서 전량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한다. 미국에서 연간 3만 대가 팔리고 있 다. 벤자는 한국에 출시되기 전만 해도 미국에서만 판매되던 모델이었다. 미국과 한국을 제 외하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 차를 정식으로 살 수 없었다. 그동안 미국에서만 판매하던 벤자가 한국 시장에 상륙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관세 혜택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어 토요타의 국내 론칭 전략이 성사될 수 있었다.
벤자는 일단 덩치가 크다. 7인승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실내가 넓지만 국내 출시모델은 모두 5인승이다. 실내 디자인은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다. 다양한 조작 버튼이 여기저기 배 치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필요한 조작 버튼만 추려 한곳에 정리했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 석 중간 공간인 센터페시아가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비게이션과 에어컨 조작 버튼, 변 속기어, 좌석 열선 버튼만 배치하고 남은 곳을 모두 수납공간으로 꾸며 공간 효율성을 극대 화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를 좌우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 힙포인트도 앞좌 석보다 높게 설정해 뒷좌석 탑승자의 시야를 확대했다. 틸팅과 슬라이딩 기능을 지닌 파노 라마 문 루프도 기본으로 달려 있어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가족 단위로 여행길에 나설 때 이만한 차가 없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벤자는 실내공간이 충분하고 스포티한 느낌도 있어 젊은 가족에게 매력적인 차다.
한국토요타는 벤자 고객 층을 둘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난 50~60대 가장이다. 이들은 아직 야외활동을 활발히 즐기는 세대다. 두 번째는 어린이가 있는 30~40대 젊은 가장이다. 이들은 미니밴을 다소 부담스럽게 느끼지만 벤자는 실내공 간이 충분하고 스포티한 느낌도 있어 매력적인 차다. 벤자를 보면 가족과 함께 어디든 편하게 달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시승 구 간을 잠실에서 용인 에버랜드~압구정동~잠실로 잡고 벤자를 타봤다. 버튼을 누르니 트렁 크가 자동으로 열렸다. 유모차를 실었다. 짐 실을 때 스트레스 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 을 만큼 트렁크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차에 오르자 육중한 무게감과 함께 넓은 실내 공간 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 차량에 비해 운전대 앞 공간이 1.5배 이상 넓었다. 스피커 13개가 달린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과 터치식 한국형 내비게이션, 메모리 시트 등이 기본 사 양으로 들어 있었다.
시동을 걸자 짧은 마찰음이 들리는가 싶 더니 이내 엔진 소리가 잦아들었다. 아이들 링 상태에서 전해지는 진동과 소음은 일본 차다웠다. 한국토요타는 벤자의 차체 패널 안쪽에 방음 재질을 적용해 바람 소리와 노 면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밝 혔다. 일반적인 대중차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게 바로 느껴졌다. 벤자는 너무 민감하지도 않고 너무 둔하 지도 않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다. 주 행감은 매끄럽기 그지없다. 미끄러지듯 달 려 자연스럽게 속도가 올라갔다. 고속도로 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기동력을 보여줬 다. 최고출력 272마력을 내는 3.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은 2톤에 가까운 무게를 시원스레 끌고 달렸다. 순간적인 힘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가속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 속 페달에 힘을 가하자 이내 속도가 150㎞ 를 넘어 180㎞까지 올라갔다. 안정감도 뛰어났다. 차체가 크고 무거운 데다 무게중심까지 낮춘 까닭에 코너를 돌 때도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락한 주 행에 초점을 맞춰 설계해 서스펜션 느낌이 단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물렁하지도 않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그래도 부드러 운 승차감임에는 틀림없다. 전반적으로 편 안함을 원하는 주요 소비층이 만족할만한 감성을 갖추고 있었다.
최근 SUV는 디젤 엔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벤자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급가속할 때 디젤 차량에서 흔히 들리는 거친 엔진 소리를 벤자에서는 들을 수 없다. 벤자의 성능은 양재동에서 용인시 마북리로 가는 두 번째 시승에서 더욱 빛났다. 차창 밖으로 폴폴 날리던 눈가루가 제법 굵은 눈송이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었 다. 주행 상황을 분석해 언제든 차의 불안정한 거동을 붙잡아주는 상시 4륜구동(AWD)이 가속페달을 밟는 발끝에 자신감을 실어주었다. 육중한 덩치와는 상반된 부드러운 주행감 이 차 안으로 전해졌다. 낮은 무게중심은 안정감을 더해줬다. 이만한 높이의 차에서 으레 느껴지는, 코너링 때 탑승자의 몸이 좌우로 쏠리는 현상도 많지 않았다. 벤자는 공을 들여 만든 차가 확실하다. 평범하지 않은 외관에는 크로스오버 차량의 밋 밋한 디자인을 최대한 피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세단의 세련미와 역동성이 동시에 묻어난다. 스포일러와 뒷 유리창 기둥으로 이어지는 ‘S’자 형 라인은 길 위에서도 쉽게 벤 자임을 알아볼 수 있다. 여기에 토요타만의 품질과 주행 성능도 조합했다. 잔고장 걱정 없 이 넓은 실내공간과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가격은 2.7 리터에 전륜구동(앞바퀴굴림) 방식인 XLE가 4,730만 원, 3.5리터 4륜구동인 리미티드가 5,23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