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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중국 시장 다시 읽기

값싼 중국의 종말/ 숀 레인 지음/ 이은경 옮김/ 와이즈베리/ 1만4,000원.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지난 30년간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통했다. 13억 인구가 끝없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은 전 세계로 수출되는 거의 모든 공산품의 가 격을 ‘매력적인’ 수준으로 묶어 놓았다. 중국산 제품은 더 이상 예전의 ‘싸기만’ 했던 물건도 아니다. 노동 력과 기술 수준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어느덧 세계는 ‘품질도 그럴듯 한’ 중국산 제품에 마약처럼 중독된 지 오래다. 한국과 일본 같은 주 변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산골짜기 마트에서도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을 빼고는 소비 유지가 어려 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단순히 중국산 제품이 널리 퍼졌 다는 의미로만 여기면 오산이다. 중국의 ‘공장 역할’은 전 세계 경제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쉽게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 자.

숱한 제조업 공장들이 중국산과의 가 격 경쟁력에 밀려 해외(주로 중국으로) 로 이전했다. 국내 산업계 지형은 물론, 외국인투자 환경, 법인세 수입까지 줄줄 이 엄청난 변화를 감수해야 했다. 식탁은 어떤가. 이제 중국에서 들여오 는 식재료 없이는 단 한 끼도 제대로 식 탁을 차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중국 에서 식품 파동이 날 때마다 이는 곧바로 우리 일이 된다. 꼭 나쁜 일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다양한 중국산 제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국내 소 비자물가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 책의 큰 과제인 물가 걱정을 중국이 덜어준 셈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도 막대하다. 제조업 공장이 떠 난 뒤, 수많은 국내 비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졌다. 이들이 생계를 찾아 대거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경제에서 서비스업 비중은 급격히 높아졌다. 언뜻 선진국형으로 가는가 좋아 했지만 결과는 돌이키기 힘든 양극화로 이어졌다. 기술력 없이 구멍가게 창업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거 대한 저소득층을 이루고 있다. 실업률이 낮은데도 실질소득이나 직 업 만족도는 뚝 떨어지는 현실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랬던 중국이 최근 수년 사이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예전의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세계 의 시장’으로 탈바꿈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값싼 중국의 종말’이 란 책 제목은 바로 이런 변화들을 함축한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진출을 돕는 컨설 팅사를 운영 중인 저자는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지켜본, ‘비싸지고 있는 중국’ 의 목격담을 풀어놓고 있다. 특히 자신의 체험담을 위주로 각 단 원을 시작하는 것이 쉽게 읽힌다. 중국 의 변화는 우리에게 전혀 남의 일이 아니 다.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사업가의 시 선으로,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을 연구해 보자. 책의 서문은 저자가 경험한 중국 매춘 부의 변화상으로 시작한다. 1998년 창춘 의 한 호텔에 묵던 저자는 밤새 매춘부의 호객 전화에 시달렸다. 전화를 거절하자 결국 방문까지 두들기던 매춘부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뻤다고 한다. 그것 도 단돈 20달러에.

하지만 언제부턴가 매춘부들의 수준 도 변하기 시작했다. 요즘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특급 호텔 로비에 서 마주치는 매춘부들은 중년에, 배불뚝이에, 화장으로 떡칠을 한 이들이 많고 더 이상 호텔 룸으로 호객전화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가 부족하던 90년대 중반, 몸이라도 팔아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굳이 매춘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저자는 중국 여성의 변화에 주목한다. 젊은 현대 중국 여성들이 또래 남성보다 소득 증가율이 더 높고, 이들이 소비를 주도하면서 값싼 중국의 종말을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배경은 이렇다. 중국 정부가 문화대혁명 이후 사회 안정을 위해 양성평등 촉진정 책을 쓰면서 상대적으로 여권이 빠르게 신장됐다. 또 산아제한 정책으로 남녀성비가 더욱 남아 쪽으로 기울면서 오히려 여성이 희소성을 인정받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중국 대도시에선 육체노동 중심의 남성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임금이 훨 씬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런 소득 수준과 외동딸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지원을 바탕으 로 20~30대 여성들이 새로운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소비 트렌드까지 명품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세계 최대 가구 제조업체 ‘로라가구’의 상하이 공장은 수년 전 베트남과 인도네시 아에 대규모 공장을 신설했다. 날로 절상되는 위안화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도 모 자라 치솟는 인건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처음에는 아예 전체 시설을 주 변 동남아 국가로 옮기려고도 했으나 중국보다 훨씬 뒤떨어진 사회기반시설의 비효 율성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실제 중국의 인건비는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로라가구의 총 인건비는 2015년이면 지금의 2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중국 31개 행정구역 중 21개 지역의 최저임 금이 평균 21.7%나 인상됐다. 2010년에는 쓰촨성에서만 최저임금이 44%나 올랐다. 이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수준 높은 노동력과 훌륭한 사회기반시설 을 눈여겨본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면서 중국 대도시에 서는 여전히 노동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자연히 노동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임금인상 경쟁이 벌어지고 실제 노동자들의 이직률은 엄청나게 높다. 저자가 2010년 실시한 포춘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 인터뷰에서 90% 이상이 향후 5년 내 가 장 큰 장애물로 ‘인재를 모집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꼽았을 정도다.

비싸진 중국을 탈출하려는 노력도 당장은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베트남 등 주변국은 인건비는 싸지만 생산 후 제품을 운송할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열악해 채 산성이 맞지 않는다. 결국 대안은 중국 대도시의 공장을 그나마 비용이 적은 시골 쪽 으로 옮기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선진국으 로서는 갈수록 비싸질 중국산 제품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자국이나 다른 지 역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건설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저자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을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 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의 진정한 힘을 과소평가하는 말이라는 것. 대신 서구 시장과 똑같이 중요한, ‘변화하는 시장(changing market)’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 이다. 전 세계 유일한 공장의 생산단가가 점점 비싸지는 현실, 그 공장의 노동자들이 갈 수록 왕성한 소비자들이 돼 가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해야만, 중국이라 는 선택지를 피할 길 없는 각국의 사업가와 소비자들이 그나마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권하고 있다.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마이클 마이넬리ㆍ이안 해리스 지음/ 윤태경 옮김/
21세기북스/ 1만5,000원
개인과 단체, 사회의 소비 결정이 선택, 경제, 시스템, 진화 등 네 가지 법칙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분석한 책. 다양한 사례를 들어 지구 경제의 현황을 짚어보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할 방안을 모색한다. 사람이 선택하는 금융시장 프로세스와 그 사이에 얽혀 있는 경제와 사회, 환경을 분석하면서 미래 상황에 대비한 전략을 다루고 있다.

당신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가
저메인 포르셰ㆍ제드 니더러 지음/ 이재석 옮김/
문학스케치/ 1만6,000원
관리와 리더십의 신비를 벗겨내어 왜 ‘코칭’이 미래의 근무 환경에서 동기부여와 실행의 방법론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코칭의 역할ㆍ로드맵ㆍ범위와 코칭에 대한 저항, 코칭 스펙트럼, 코칭 철학, 코치의 가치 등을 통해 코칭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코치가 묻는 질문, 프로세스 지도 그리기, 팀 코칭, 전화 코칭 등을 통해 코치로서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기술을 안내한다.

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
사토 게이지 지음/ 김경은 옮김/ 김영사/ 1만2,000원
일본 센다이 아키호 온천 두메산골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 ‘사이치’는 종업원 15명에 연 매출 82억 원을 올린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500여 종의 반찬에서 나온다. 주말에만 경단을 2만개 넘게 팔고 재고율과 폐기율은 ‘제로’다. 특별한 레시피 없이, 전단지나 광고 없이 성공을 거둔 '사이치‘의 경영 노하우를 일흔이 넘은 사토 게이지 사장이 직접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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