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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상생 기업을 찾아서 ①포스코

동반성장 활성화로 ‘위대한 기업’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대한민국 경제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달리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견고한 유대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매년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는 포춘코리아가 동반성장의 모범 사례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베스트 상생 기업 사례를 발굴, 동반성장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로 포스코의 동반성장을 연구해봤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기업 간 경쟁보다 산업 생태 간 경쟁이 중요합니다. 협력업체인 산일전기가 동반성장 활동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포스코의 경쟁 력이 높아진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준 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6월 4일 포스코 임원과 계열사 대표 16명 과 함께 중소업체인 산일전기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정준양 회장은 이날 포스코패밀리 임원들에게 산일전기와의 협력 관계 강화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포스코패밀리 차원에서 동반성장의 의지를 다짐한 상징적인 자리였다.
산일전기는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종업원 135명 규모의 작은 회사다. 주로 변압기 및 전기센서를 생산한다. 포스코로부터 전기강판을 구매하는 중소기업이다. 포스코의 전체 거래물량으로 따지면 산일전기의 구매량은 정말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2010년 10월 동반성장지원단을 꾸려 이 회사에 파견했다. 동반성장 지원단은 포스코의 임원들이 협력사를 직접 방문해 전반적인 경영 환경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조언해 주는 특별조직이다. 산일전기의 체질을 확실히 뜯어 고칠 분야별 임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포스코의 홍보 관계자는 설명한다. “포스코 고유의 혁신활동인 QSS(Quick Six Sigma)를 적용했습니다. 산일전기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안전, 품질, 공정관리 시스템을 혁신했죠.” 삼일전기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도 높은 혁신이 이뤄진 셈이었다. 포스코의 경영컨설팅 효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2011년 산일전기의 생산성은 전년대비 23% 향상됐다. 재해건수도 2건으로 줄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성과 향상은 수주량 증가로 이어졌다. 이란의 기업과 106억 원 규모의 신규계약을 성사시켰고 일본 고객사와 계약물량도 30% 이상 증가했다. 포스코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은 지 불과 1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정준양 회장은 말했다. “포스코가 가야 할 길은 사랑받는 기업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기업으로 거듭납시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포스코를 ‘위대한 기업’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그룹의 비전을 전면 수정했다. 위대한 기업이 혼자 독주하며 성장하는 글로벌 공룡이라면, 사랑받는 기업은 주요 이해 당사자들과 공존·공생하는 존재에 가깝다. 자산 규모 30조원에 달하는 포스코가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산일전기 같은 중소기업에 관심을 쏟는 것도 사랑받는 포스코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포스코의 혁신을 돕다
포스코의 동반성장 사례를 살펴보면 이색적인 내용들이 많다. 협력사가 스스로 적극적인 혁신을 거듭해 되레 포스코에 이익을 안겨준 경우도 있다. 지난 2008년 한 식사자리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포스코에 철강 절단용 칼(Laser Welder Knife)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인 대원인물의 최도현 사장은 포스코 인증공급사인 28개 대표들과 함께 정준양 회장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최도현 사장은 이 자리에서 공언했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인증 공급사들도 세계 최고가 되야 합니다. 대원인물도 세계 최고의 철강 절단용 칼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정준양 회장은 두말 없이 그 자리에서 책임지고 그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협약서를 써줬다.
생산된 철을 자르지 못하면 포스코는 철을 판매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철강 절단용 칼은 포스코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다. 더욱이 칼의 성능은 제철 공정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자동차와 배에 사용되는 강판은 갈수록 가벼워지면서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강해진 강판을 자르는 칼의 수명이 중요해졌다. 칼의 수명이 줄면 교체를 자주 해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생산현장에서 만드는 칼의 수명은 3.5일 정도였다. 최도현 사장은 이보다 더 강한 칼을 새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최도현 사장은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더욱 오래가는 소재를 만들기 위해 합금의 성분에 다양한 변화를 가했습니다. 매일 실험을 거듭했죠. 기업비밀이라 정확히 말은 못하지만 음식으로 치면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를 쳐 봤다가 또 고춧가루 분량을 늘려봤다가 다른 것도 넣어 보는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였죠.” 오랜 시행착오 끝에 2011년 무렵 사용 수명이 7일인 칼을 제작하는 데에 성공했다. 기존 3.5일에 딱 두배만큼 성능이 향상된 칼이었다. 대원인물의 자발적인 혁신의지와 포스코의 구매 약속이 만나 이뤄낸 값진 결과였다.
대원인물의 신제품 칼 개발로 포스코는 연간 칼 교체 시간을 최대 200시간까지 절감하고 있다. 이로 인한 생산량이 껑충 뛰어올랐다. 증가량만 따지면 연간 7만 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대원인물이 개발한 이 칼은 지금까지 나온 강판용 칼 중에 가장 강력한 고장력 강 절단용으로 통한다. 대원인물의 칼은 수입대체 효과까지 불러일으켰다. 생산 원가가 낮아지고 성능마저 좋아져 포스코가 더 이상 수입 칼을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포스코가 가장 많이 쓰던 절단용 칼은 독일 제품이었다. 현재 대원인물은 포스코 제철소의 거의 모든 공정에 들어가는 절단용 칼을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와 대원인물 두 기업이 동반성장을 한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협력으로 공생하다
유니코 정밀화학도 포스코의 성과공유제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회사다. 최근 유니코 정밀화학은 소결광 분화방지제의 품질을 개선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소결광이란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 고로에 투입되는 철광석, 부원료, 무연탄 등을 혼합한 광석을 말한다. 이 소결광 표면에 분화방지제를 살수해 코팅을 해야 한다. 분화방지제를 뿌려야 철을 녹이는 뜨거운 고로 안에서도 소결광의 강도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
포스코 홍보 관계자는 설명한다. “문제는 고로 조업에 필수 자재인 분화방지제가 염산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수급이 불균형하다는 겁니다. 염산 시황에 취약한 원가 구조를 지녔단 말이죠.” 분화방지제 납품 기업인 유니코 정밀화학은 성과공유제를 통해 포스코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유니코 정밀화학은 한 분야에만 오래 연구한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포스코와의 기술협력에서도 주도적으로 과제를 풀어갔다.
2010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두 기업은 2년간의 끝없는 실험을 통해 분화방지제의 원가를 절감하는 공정 단계를 극적으로 완성했다. 두 회사의 동행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더 아름다웠다. 포스코는 이에 대한 성과보상금으로 지난해 8월에 유니코 정밀화학에게 약 2억 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유니코 정밀화학은 자체적인 기술개발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도 모자라 막대한 순이익까지 덤으로얻었다. 익명을 요구한 유니코 정밀화학의 한 관계자는 “성과공유제야말로 대기업이 제 살 깎아 먹는 일이 아니란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의 혁신 활동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동반성장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성과공유제 통해 동반성장 추진
포스코의 반짝이는 동반성장 사례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2004년부터 포스코는 성과공유제를 통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추진했다. 성과공유제는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개선활동을 수행하고 그 성과의 50%를 3년간 중소기업에게 현금보상하고 장기 계약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성과공유제를 처음 도입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포스코의 홍보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중소기업 협력사들에게 826억원의 성과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2012년부터 지원규모를 더 늘렸습니다. 2014년까지 3년 동안 1,600억 원의 성과보상금을 지원할 예정이죠.”
포스코는 아예 성과공유제를 고유의 브랜드로 업그레이드 했다. 지난 2012년 8월 포스코형 성과공유모델인 포커스를 정립한 것이다. 포커스는 중소 협력사들과의 성과공유 모델을 7개로 정하고 포스코 그룹 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동반성장활동이 성과공유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CEO 직속 체제로 성과공유제 전담팀을 구성해 포커스의 운영에 나서고 있다.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단순한 개별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한 포스코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성과공유제를 통해 얼마나 많은 협력사들과 동반성장해 왔을까. 포스코 홍보 관계자는 “2011년까지 801개 회사에 1,794건의 과제를 수행했습니다”며 “특히 800억 원이 넘는 성과보상금을 지급한 것은 성과공유 프로그램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방증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준양 회장은 전 그룹 대표이사가 모인 운영회의 자리에서 “성과공유는 포스코 동반성장의 브랜드입니다. 가장 실질적이고 유효한 동반성장 활동입니다”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앞장서는 포스코의 동반성장
포스코의 동반성장은 경영진이 솔선수범한다. 특히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질적인 실행에 힘을 쏟는다. 지난 2011년 8월 포스코는 CEO 산하에 동반성장 총괄 부사장직을 신설했다. 원료, 자재, 설비구매, 외주, 판매 등 관련부서 임원과 출자사 구매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동반성장 추진 전담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동반성장 추진 책임자를 부사장급까지 끌어올린 조직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포스코가 유일하다.
같은 해 10월에는 포스코패밀리 전 임원이 참여해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에 대한 지원활동을 펼치는 ‘포스코패밀리 임원 동반성장지원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250여 명의 임원이 협력 기업 123개사를 방문해 낭비발굴이나 도면교육, 수출 및 홍보지원과 같은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은 최근 동반성장지원단 활동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동반성장이 포스코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다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포스코뿐 아니라 출자사 및 외주 파트너사 등이 함께 나서는 더 큰 차원의 동반성장 노력이 필요합니다.” 포스코는 동반성장을 기업이 수행해야 할 하나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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