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는 컴퓨터가 휴가 계획을 짜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사람들의 변덕까지 예측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터무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가 상상하는 미래는 실현되고 있다.
By Miguel Helft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 WPP그룹의 CEO 마틴 소렐 Martin Sorrell이 지난해 가을 구글을 방문했다. CEO 래리 페이지는 그를 마중하기 위해 20마일 정도 떨어진 로즈우드 호텔 Rosewood Hotel 로 차량 한 대를 보냈다. 이 차는 보통 차와는 달랐다. 레이더와 센서, 초당 150만 번 이상 측량하는 레이저 스캐너까지 각종 첨단장치로 무장한 이 렉서스(Lexus SUV)는 자기 스스로 주행을 했다. 이 무인차는 20분간 자동 주행 모드로 280번 주간 고속도로와 교통량이 많기로 유명한 85번 주립 고속도로를 달렸다. 주행 코스를 수정하면서 교통량이 늘어날 땐 속도를 줄였고, 옆 차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야 할 땐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소렐은 "대단히 놀라웠다"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페이지의 무인차는 단순한 속임수가 아니다. 그가 항상 말하듯이, 이것은 미래의 교통 수단이다.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터무니없고, 위험하고, 재미없다'는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두 자녀를 둔 페이지는 무인차 사업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충분히 준비만 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젝트가 오히려 도로 안전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머지않아 구글의 무인차는 사람들의 운전을 흉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최고 운영팀과 미팅을 하는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교통 사고로
죽거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체계적으로 무인차의 장점에 대해 열거했다. (차량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통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비용 절감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구글에서만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페이지는 본사 구글플렉스 Googleplex의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차고 신설 경비가 1대당 4만 달러나 든다고 설명한다. 그는 운전자가 내린 후, 차량 스스로가 본사 밖 특정 장소에 주차를 하는 건 어떠냐고 반문했다. 페이지는"차량
이 필요하다면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지금 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된다. 그러면 계단을 내려왔을 때쯤, 당신 차가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젯슨 가족 The Jetsons *역주: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로봇 애니메이션과 무인차 키트가 나오는 80년대 TV드라마 나이트 라이더 Knight Rider 를 섞어 놓은 듯한 이야기다. 하지만 페이지는 구글이 이런 미래를 창조해 나가길 기대하며,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에 열광하고 있다. 1998년 설립 때부터 페이지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 은 구글을 대담한 아이디어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많은 아이디어는 단시간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실현됐다. 페이지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예컨대 모든 거리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어 실제 세계와 다름없는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 것, 출판된 모든 책을 스캔해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만드는 것, 두 가지 언어를 상호 번역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현재까지 4,200쌍의 언어를 지원했다) 등이다.
포춘은 컴퓨팅과 기계학습, 그리고 교통의 미래까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페이지를 찾아가 구글이 스스로를 포함해 어떻게 모든 것들을 탈바꿈시키고 있는지 물었다.
엉뚱한 아이디어와 효율적인 경영은 상충되기 마련이다. 페이지가 대단한 이유는 엔지니어와 경영자들이 큰 꿈을 추구하도록 격려하면서도, 5만 3,000명의 직원을 둔 38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그가 CEO에 올랐을 때, 한때 경이롭다고 찬사를 받던 구글의 '혁신 엔진'은 노쇠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불필요한 관료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페이지는 빠르게 구글을 구조 조정했다. 최고 경영진에게 더 많은 업무와 책임을 부과했고, 구글이 소수의 제품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했다. 그 결과 구글은 상의하달(top-down)식 소통구조를 갖춘 공격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구글에서 오랜 기간 일한 일부 직원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다. 그들은 구글 초창기 10년간의 자유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현재 구글이 훨씬 더 응집력 있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직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페이지를 샌님 같은 일벌레로만 여겼던 실리콘밸리 전체도 깜짝 놀랐다. 기업가이자, 새내기 CEO의 자문가로 알려진 벤처 캐피털 리스트 벤 호로위츠 Ben Horowitz는 "래리는 뛰어난 실력과 탁월한 기업운영 능력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그의 운영 방식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치고, 회사 서비스도 잘 운영되고 있다. 페이지는 "집중하라"는 스티브 잡스의 조언에 따라 구글 헬스 Google Health처럼 불필요하고,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을 모두 접었다. 또 주요 직원들이 페이스북이나 다른 신생 기업들로 이직하는 속도를 상당부분 늦췄다. 심지어 이직했던 일부 직원들이 구글로 되돌아오고 있다. 페이지는 회사가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모바일 컴퓨팅 부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도록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그가 열렬히 지지했던 인수를 통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의 힘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체제하에서 이뤘던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은 안드로이드와 유튜브를 대규모 사업으로 키운 것이다. 이를 통해 구글은 '한 가지밖에 못하는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었다(포춘 역시 비판적 입장이었다). 검색 서비스는 여전히 구글 사업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주로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는 디스플레이 광고도 50억 달러, 모바일 검색을 포함한 모바일 사업도 80억 달러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페이지를 가장 위대한 CEO 중 한 명으로 인정하는 건 이른 감이 있다. 그는 구글의 긴박감과 경쟁우위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구글은 여전히 거대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애플과의 모바일 컴퓨팅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아마존도 쇼핑객들을 위한 실질적인 검색엔진 역할을 하면서, 구글의 최대 수입원인 검색어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구글의 핵심 사업인 온라인 광고 전망에 대해 불안해 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규제당국과의 전면적인 대립 가능성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몇 년에 걸쳐 구글의 독점금지법 침해 여부를 조사했다. 유죄가 인정된다면 향후 몇 년간 구글의 혁신 엔진이 작동을 멈추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페이지 자신의 문제도 있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의 괴짜다. 보통 CEO들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도 없다. 39세의 나이에 머리는 하얗게 세었고 눈썹은 아주 짙다.
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래리 페이지의 운영 방식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설명할 땐 자주 이를 드러내고 웃는데, 장난꾸러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때는 부드럽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하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성대 문제 때문에 지금은 쉰 목소리가 섞여 나올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몇 달간이나 공개 연설을 못하기도 했다. 페이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를 절제된 유머감각을 가진, 겸손과 자신감이 적절히 잘 조화된 매력적인 인물이라 칭찬한다. 하지만 그는 극도로 개인적이며, 외부인들에게는 종종 거만하게 비치기도 한다. 그가 CEO가 된 것은 거의 2년 전 일이다.
그 이후 인쇄매체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건 지난해 11월 포춘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딱 두 번 밖에 없었다. 월가와 대다수 외부세계에게 페이지는 여전히 미스테리한 인물로 남아 있다. 매쿼리 그룹 Macquarie Group 의 애널리스트 벤 샤흐터 Ben Schachter 는 "그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를 평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샤흐터는 페이지의 과감한 전략적 투자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절망적이라 비판한다. "모토로라를 12억 달러에 인수할 때도 그에 따른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다."
페이지는 자신의 업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인정한 첫 번째 인물이 될 것이다. 그는 언젠가 구글의 규모가 현재의 10배 이상이 될 것이며,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선, 무인차나 모바일 결제 같은 새로운 사업들이 구글이라는 수십억 달러 가치의 대기업의 판세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커져야 한다. 그는 신제품과 서비스들이 '칫솔 시험(toothbrush test)'(사람들이 하루에 두 번 이상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지 측정한다)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이지는 "우리는 미개척지에 있다. 참고할만한 선례나 다른 기업이 없다. 그래서 '그냥 한번 부딪혀 보자!'라고 말한다"고 털어놓았다.
한 고위 임원은 페이지에 대해 "그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고 평가했다.
지난 몇 년간 페이지와 구글의 다른 경영자들은 사용자의 니즈를 이해하는 완벽한 검색엔진에 대해 고심해 왔다. 완벽한 검색엔진이란 사용자를 파악해 관심사에 딱 맞는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묻기도 전에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2011년 말, 페이지는 고위 간부들과 회사 밖에서 미팅을 가지면서, 구글이 지난번 했던 완벽한 검색엔진에 대한 약속(내부자들은 '보조(assist)' 기능이라 부른다)을 지킬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2년 1월쯤 구글 엔지니어들은 페이지의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제품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6개월여 만에 구글 나우 Google Now를 공개했다(최신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달력, 이메일, 검색 기록, 위치 정보를 취합한다. 이를 기반으로 사고가 발생해 교통정체가 예상될 경우, '당장 출발하지 않으면 예정된 비행기를 놓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준다. 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 Siri 같은 기능도 제공한다. 사용후기에 따르면 시리보다 정확도가 더 뛰어나다. 또한 그날 경기가 있는지 모르더라도 응원하는 팀의 경기 스코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 해준다. 앨런 유스타스 Alan Eustace 검색 총괄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요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에게 필요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구상이 단시간 내에 구글 나우라는 실제 서비스로 발전한 사실은 페이지가 구글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음을 입증한다. 오랫동안 그는 구글 최대의 적은 구글 자신이라고 말해왔다. CEO 취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지나친 팽창, 관료주의, 그리고 혁신을 막는 모든 것들을 타파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 왔다. 속도에 관한 그의 집착은 독특한 형태로 발현되기도 했다.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 Chrome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하는 선다 피차이 Sundar Pichai 수석 부사장은 회사 미팅에서 연사가 교체될 때 소요되는 몇 초에 대해 주의를 받기도 했다. 페이지는 그에게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게 무대 가까이에 서 있어라"라고 주문했다.
구글의 혁신 속도 향상을 위해 취했던 가장 과감한 조치는 취임 초기에 실시했던 주요 조직 개편이다. 대규모 엔지니어링과 제품 관리 부서로 구성된 옛 구조를 철폐하고, 검색과 광고, 안드로이드, 상거래 등 사업분야별 7개 부서로 개편했다. 경영자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이 됐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모든 경영진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어졌다. 페이지의 최측근 고문은 "새로운 제품이나 기능이 출시되면, 엔지니어와 매니저들은 쉽사리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갈 수 없다. 그래서 몇 년간이나 지메일 Gmail 같은 중요한 기능이 미완성 베타(beta) 버전으로 남아 있다. 지금 그들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선 및 보완도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편 과정에서 일부 경영자들의 역할은 줄어들었고, 그래서 일부는 회사를 떠났다. 구글의 최초 여성 엔지니어였던 마리사 메이어 Marissa Mayer도 구글을 떠나 지난해 7월 야후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구글 최고 간부들의 이직률은 여전히 대체로 매우 낮은 편이다.
7명의 부서별 경영자들은 L팀(Larry 팀의 약자)의 핵심을 구성한다. 그들은 매주 월요일 정오 페이지의 집무실에서 회의를 연다. 회의는 2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보통 이 회의가 끝난 뒤 하위 부서의 직원들과 함께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나 성적이 신통치 않은 제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한다. CEO가 되기 전에는 다소 산만하고, 회의 내내 노트북만 바라보던 페이지가 지금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다. 2012년 구글을 떠난 한 전직 중역은 "이젠 더 이상 노트북만 주시하던 래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차이는 "페이지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회의는 실행 방안을 도출하며 끝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조직 구조 덕분에, 더욱 효과적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구글 서비스에 자신의 비전을 반영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그는 디자인을 강조해 왔고, 구글의 전체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일된 인터페이스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지금 구글 서비스는 유튜브, 구글 홈페이지, 지메일까지 모두 일관된 디자인과 느낌을 갖고 있다. 그리고 구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구글 플러스 Google 의 기능들은 안드로이드와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들과 연계되어 있다. 피차이는 "처음으로 구글 서비스들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고객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과 일치하도록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부서 경영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누가 봐도 페이지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던 경우가 훨씬 많다) 그와의 관계를 끊기도 했다. 또 높은 기준을 세워야 했다. 최근 L팀의 한 멤버는 이사회 임원인 다이앤 그린 Diane Green에게 구글 최고 간부들이 지금처럼 압박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조심스레 털어놓기도 했다.
페이지는 쉽게, 또 간혹 느닷없이 일상 업무에서 장기적인 제품·서비스 계획으로 초점을 변경하곤 한다. 그는 얼마 전 비행 중에 구글의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니케시 아로라 Nikesh Arora 를 창가로 불러냈다. 그리고 네바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매년 버닝맨 Burning Man 축제.공동 창업자 브린 과 에릭 슈미트 회장을 포함한 수많은 구글 임직원들이 참석해왔다-가 열리는 사막지대를 가리켰다. 창 밖을 바라보다가 구글지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미국 전역으로 저공 비행기를 날려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진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요 경비를 대략 추정해 보았다. 구글 어스 Google Earth는 현재 수많은 도시의 3D 경관을 제공한다. 저공 비행기와 헬리콥터로 찍은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아로라는 "페이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끔 만든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거듭해서 재고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과학을 가르쳤던 부모님을 둔 그는 미시건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몬테소리 학교 *역주: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교육방법을 채택한 학교를 다니며 독립적인 사고능력을 키운 그는 미시건 대학교 컴퓨터 공학 학위를 취득한 후 스탠퍼드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바로 여기서 브린을 만나게 된다. 페이지의 지도교수였던 테리 위노그라드 Terry Winograd 교수는 "페이지는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발견 한 후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터무니없는 아이디어 중 하나는 모든 웹 페이지를 다운 받아 사이트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었다. 위노그라드 교수는 이 아이디어에 반대하며 "그건 학생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페이지는 굴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강행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페이지와 브린의 구글 개발로 이어졌다. 이들은 당시 CEO였던 슈미트와 함께 권력이 분점된 3인 체제로 구글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2001년 당시의 관습을 과감하게 깨부쉈다(슈미트는 여전히 구글 회장이며, 브린은 구글 X의 책임자다. 이 부서는 무인차와 증강현실 시제품 안경인 글래스 Glass 를 개발하고 있다).
CEO가 된 페이지는 구글을 재편하기 위해 불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페이지의 슬로건 아래 서비스 종료는 일종의 자존심 문제가 되었다. 종료된 서비스를 위해 일하던 다수의 직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구글 엔지니어들은 일주일 중 하루를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장받고 있었는데, 인기 있었던 이 시간 역시 대폭 줄어들었다. 타 회사로 이직한 한 고위 간부는 "과거에는 상향식(bottom-up) 혁신을 믿고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 모든 게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페이지와 오랫동안 일해온 가까운 직원들 또한 그와의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때 개방적이었던 구글플렉스가 훨씬 더 세분화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갑자기 구글 플러스와 안드로이드 팀은 특별 배지를 착용하게 되었다. 페이지의 집무실은 구글 플러스 빌딩의 꼭대기 층에 있다. 경비가 삼엄해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 라즐로 보크 Laszlo Bock조차 허가 없이 손님을 들였다가 이메일로 질책을 받을 정도다. 보크는 "나도 한번 혼난 적이 있다. 누군가와 동행하더라도 반드시 배지를 달고 있어야 한다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접근 제한은 구글 직원들 사이에서 큰 불만 사항이다. 페이지는 민감한 프로젝트 보호를 위해 접근 제한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있다. 보크는 "부조화와 갈등을 어느 정도 감수하려는 경향이 래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보크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일종의 유연성이다. 민감한 시기가 지나자, 페이지는 배지를 착용해야 출입할 수 있었던 안드로이드 구역의 접근 제한을 풀었다.
페이지는 '포스트 PC시대의 성공' 같은 더 중요한 목적을 위해 기꺼이, 또 강력하게 과거의 장애물을 무너뜨렸다. 일례로 지난해 3월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대폭 수정하면서 일부 사용자와 소비자 보호단체를 화나게 만들었다. 과거 규정들이 구글 서비스들 사이에서 데이터가 공유되는 것을 제한했기 때문에, 구글 나우처럼 다양한 출처의 개인 정보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 구글에게 여러 기능을 아우르는 것은 사용자들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것만큼이나 필수적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들은 더욱 긴밀히 상호 통합되어야 하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더욱 매끄럽게 작동해야 한다.
이는 인터넷 시대에 엄청난 성장을 한 다수의 IT기업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 문제는 바로 휴대폰 스크린은 큰 PC 화면만큼 광고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페이지는 개선된 소비자 위치를 이용한 타깃팅과 클릭-투-콜(click-to-call) *역주: 터치 한번으로 광고에 나오는 기업들로 전화를 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같은 서비스들 덕분에 모바일 환경에서 더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기기들이 발전했고, 더 다양한 기능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 낙관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도 그의 낙관론에 동의하고 있다. WPP의 소렐은 구글을 '프레너미'(frenemy) *역주: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사랑과 미움을 주고받으며 유지되는 친구라고 말해 유명세를 탔다. 그는 현재 구글이 '훨씬 더 상냥해진 프레너미'가 되었다고 말한다. 구글의 최대 고객 WPP가 2012년 구글에 지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25% 증가한 20억 달러였다. 소렐은 "구글은 대단히 튼튼한 기반을 갖춘 놀라운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지난해 9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새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그동안 기본으로 깔려 있던 유튜브 프로그램을 없애기로 한 애플의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구글은 12월 초 업그레이드를 통해 애플의 패스북 Passbook *역주: 각종 티켓, 쿠폰을 저장할 수 있는 모바일 지갑과 유사한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또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용 지도를 출시하면서 애플의 지도 애플리케이션(구글 맵스를 대체하기 위해 2012년 출시했다)에 대한 대안을 제공했다. 이렇게 모바일 시장에서 두 거대 기업은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법정에서도 두 회사 간의 치열한 공방이 진행 중이다. 페이지는 "다들 잘 지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은 필요에 따라 계속 협력도 할 것이다. 페이지는 "우리는 애플과 중대한 검색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계속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소통도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폰 제작사들이 오랫동안 끌어온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애플의 CEO 팀 쿡을 만나기도 했다. 특정 부분에선 진전이 있었지만, 더 큰 합의를 이뤄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페이지가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12월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주요 신문에 "구글에 당하지 말라(Don't get scroogled)"라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쇼핑 검색 결과를 광고 투성이로 만든 구글의 결정에 대한 공격이었다. 2012년 초 구글은 무료 쇼핑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다. 그 결과, 사용료를 지불한 온라인 상점만이 검색결과에 포함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구글을 오랫동안 지켜본 모든 이들은 페이지와 브린이 오랫동안 '유해한' 유료 쇼핑 서비스를 고려해왔다는 것에 주목해왔다. 유료 서비스가 검색결과를 편향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바뀌었을까? 페이지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답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쇼핑용 검색 엔진은 단순히 웹상에서 긁어 모은 정보에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입찰 모델'(bid model)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정확하고, 질 높고, 좋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색 목록에 포함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온라인 스토어들이 그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은 이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서치 엔진 랜드 Search Engine Land의 편집장 대니 설리번 Danny Sullivan 은 "서비스를 180도 바꿔 놓았는데, 개악(改惡)처럼 보인다. 그야말로 당혹스러운 변화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구글의 라이벌 기업들을 등에 업은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이 편향된 검색결과와 관련된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이 옐프 Yelp *역주: 미국 최대의 지역 리뷰 사이트 같은 일반 사이트들을 희생시키고, 자사 서비스(지도, 리뷰, 쇼핑 등)에 유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독점 금지법에 위배된다.
하지만 페이지는 여전히 사과할 기색이 없다. 그는 구글의 목표는 자사 고객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행, 쇼핑, 그리고 리뷰 도구들을 통합해서 '완성된 휴가 계획'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고객의 기호를 파악하고, 이를 날씨와 호텔, 비행기 티켓 가격 등의 정보와 통합해서 완성된 휴가 계획을 제공하는 것이다. 페이지는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불평하는 기업들은 이런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페이지는 "큰 변화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다른 이유로 불안해 하고 있다. 페이지는 자신이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들과 관련해 수많은 외부인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페이스북의 대항마인 구글 플러스의 성공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구글 플러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Motorola Mobility가 어떻게 안드로이드 환경과 부합할 수 있을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를 이유로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은 인력을 감축하고, 셋톱박스 사업도 23억 5,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업은 고수할 계획이다. 기존의 안드로이드 기반 파트너들에겐 새로운 경쟁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구글은 모토로라가 특별 대우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갈등을 피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CEO 데니스 우드사이드 Dennis Woodside 를 L팀에서 배제시키기도 했다. 페이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파트너들을 만족시키면서, 널리 사용될 혁신적 기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지는 "지금까지 아주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성공할 경우 삼성, HTC를 비롯한 다른 파트너들과 쌓아온 긴밀한 관계가 냉랭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HTC의 임원이자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교수인 데이비드 요피 David Yoffie는 "구글이 파트너 업체들보다 하드웨어에서 더 뛰어날 것이라고 볼만한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하드웨어 진출은 애플에 대한 질투라는 것이다.
직접 타보기 전까지는 무인차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단 탑승해 보면, 자연스러운 승차감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무인차의 뒷좌석에 탑승한 적이 있다. 구글 엑스의 자동운전 엔지니어 디미트리 돌고브 Dimitri Dolgov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구글플렉스에서 101번 고속도로까지 차를 몰았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버튼을 눌러 자동 주행모드를 작동시켰다. 정속 주행장치를 켠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후 약 15분 동안 디미트리는 내 쪽으로 돌아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탄 자동차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놀랍게도 나는 매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글의 무인차 기술이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도로 수십만 마일을 무사고로 주행했다. 슈미트는 구글의 무인차가 이미 술 취한 운전자의 차보다 안전하며, 앞으로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는 농담을 자주 던져왔다. 하지만 투자자를 포함한 외부인들에게 과시용이나 비현실적 과학실험으로 비치는 무인차 개발은 구글 내부적으로도 여전히 소규모 프로젝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페이지와 브린에게는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갖춘 중요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브린은 "무인차는 세계를 바꿀 기술일 뿐만 아니라, 비전 있는 사업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구글이 로비를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무인차를 합법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과 지난해 11월에 미 고속도로 안전관리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의 부국장을 안전 책임자로 영입했다는 사실이다. 페이지는 구글이 또 어떤 별난 아이디어를 내놓을지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큰 변화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큰 변화란 기회인 동시에 엄연한 사실이다.
L팀(래리 페이지팀) 멤버들의 면면
페이지는 구글을 사업분야별 7개 부서로 재조직했다. 이 팀에는 최고비즈니스 책임자, 최고재무책임자, 최고법률책임자, 최고인프라책임자가 있다. 세르게이 브린도 이 팀에 포함되어 있다.
지식(검색)
수석 부사장, 앨런 유스타스
구글의 최대 사업은 계속 선전하고 있다. 구글은 2012년 수억 개의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지식 그래프'를 통해 검색기능을 개선했다.
광고 제작
수석 부사장, 수잔 보이치키
애드워즈 , 애드센스, 애드몹, 그리고 더블클릭 같은 서비스 덕분에 구글이 세계 최대의 광고 판매업체가 됐다.
크롬과 애플리케이션
수석 부사장, 선다 피차이
롬은 PC시장의 35%를 점유하면서 최고의 인터넷 브라우저가 되었다. 프리미엄(유료) 버전을 구매하려는 기업들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수석 부사장, 앤디 루빈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들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 제품들 또한 가용한 앱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지도와 상거래
수석 부사장, 제프 휴버
모바일 결제(구글지갑)와 구글 오퍼즈 등 성공을 위해 분투하는 분야들부터 구글 맵스처럼 이미 성공한 서비스까지 가장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구글 플러스
수석 부사장, 빅 군도트라
구글 플러스는 지메일부터 유튜브까지 다양한 구글 서비스와 연계되어 있다. 구글은 '활동' 이용자 수가 1억3,500만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회의론자들은 구글 플러스에겐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영향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수석 부사장, 살라 카만가
매달 40억 시간의 시청 시간을 자랑하는 유튜브는 50억 달러에 달하는 구글 비디오 사업의 중심축이다.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가 현명한 판단이었음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