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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외과의를 만나다

미래의 이슈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덕분에 로봇 활용이 이제 일반적인 수술절차로 자리를 잡았다

By Ryan Bradley


프랭크 클레멘트 Frank Clement는 로봇을 힐끗 한번 쳐다봤다. 수술 보조원은 일단 그의 가슴털을 제모했다. 이어 그에게 마취를 해서 잠들고 싶은지, 아니면 로봇이 그의 몸 속 갈비뼈 아래로 들어가 살을 찢고 지져서 두 개의 동맥을 심장에 접합하는 것을 지켜볼 것인지 물었다. 클레멘트는 로봇을 보고 싶었다. 로봇은 비닐에 덮여 있었고, 4개의 관절로 연결된 팔은 몸체 뒤로 젖혀져 있었다. 몇 달후면 일흔한 번째 생일을 맞는 그에게 인간의 몸을 로봇에 맡긴다는 것은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놀랍고 멋진 아이디어였다. 얼마 후 마취제의 영향으로 따뜻한 기운이 몸 전체에 퍼졌고, 그는 깊은 약물 유도 수면(drug-induced slumber)에 빠져들었다.

클레멘트의 몸이 수술대 위의 파란색 천 아래로 들어갔다. 가슴을 팽창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주입되자 그의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수술 전 소독제를 겹겹이 바른 그의 피부는 샛노랗게 변해 있었다. 에릭 레어 Eric Lehr는 수술용 메스를 들고 클레멘트의 흉부 3곳을 조그맣게 절개했다. 절개 부위가 열렸지만 피는 얼마 나지 않았다. 레어는 캐뉼라 cannulas *역주: 액체나 공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 삽입하는 튜브라고 불리는 금속 튜브를 각 절개 부위에 넣고, 비틀어 흉부에 삽입했다. 수술 보조원은 수술대로 로봇을 밀고 와 환자 옆에 위치시키고, 클레멘트의 몸 위로 로봇 팔을 펼쳤다. 동시에 카메라, 소작기(燒灼器·cauterizer) *역주: 고주파 전류를 이용해 조직을 잘라내는 데 쓰는 작은 칼, 클래스프(clasping tool) *역주: 조직, 혈관, 뼈 등을 붙잡거나 지혈, 지지해 주는 장비를 로봇의 세 팔에 연결시켰다.

클레멘트와 20피트 정도 떨어진 수술실 구석에선 냉장고 크기의 콘솔 *역주: 각종 시스템에서 본체가 되는 장비 두 대가 흉부 안쪽의 카메라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레어는 의자에 앉아 앞쪽으로 몸을 기울여 잠시 스크린을 응시한 뒤 콘솔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필자에게 의자를 주며 콘솔 옆에 앉으라고 했다. 덕분에 나는 그가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수술기술의 발전은 수술의 핵심인 절개기술 향상을 말한다. 조직이 덜 손상될수록, 환자의 회복속도는 빨라진다. 상처 치유에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의료 보건에서 '후처리 비용'(downstream cost)이라 불리는 개념이다. 병원들은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당 2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술로봇에 투자하고 있다.

가장 까다로운 작업을 하는 외과의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로봇을 채택하고 있다. 의사들의 구매가 (로봇 사용 증가에) 결정적이지만, 환자들의 요구 또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저널 포 헬스케어 퀄리티 Journal for HealthCare Quality는 전체 병원 웹사이트 가운데 41%가 로봇 수술을 광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중 37%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로봇 수술을 광고했다. 로봇장비를 갖춘 병원들이 점점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로봇 수의 증가만으로도 실제 시술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암 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의 연구에 따르면, 근치적 전립선 절제수술(radical prostatectomy)의 시술 횟수가 지난 10년간 엄청나게 증가했는데, 환자들은 로봇수술을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 날 전립선 절제수술의 80%는 로봇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의료계에는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병원과 의사, 그리고 환자까지 새로운 로봇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수술용 로봇은 다빈치 da Vinchi (작년 4월 프랭크 클레멘트가 시애틀 스웨디시 메디컬 센터 Swedish Medical Center에서 수술을 받을 때 사용됐다)이다.

인튜이티브 서지컬 Intuitive Surgical이 다비치의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고 직접 생산도 하고 있다(이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로 2010년보다 24% 증가한 17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콘솔과 로봇,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큰 서버 장치를 포함하는 다비치 로봇 시스템의 가격은 230만 달러에 달한다. 여러모로 '의료 장비계의 아이폰'이라 할 만하다. 의사들은 다빈치가 사용하기 쉽고 디자인이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아이폰 제조업체인 애플사처럼 인튜이티브는 다소 배타적인 모델을 개발해왔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특허 등록이 되어 있고, 다빈치 생산의 모든 영역을 인튜이티브가 통제하고 있다. '폐쇄적 수술 시스템 closed operating system'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이렇게 우월한 입지를 점유했음에도(미국 최고 병원 중 한 곳인 메이오 클리닉 Mayo Clinic만 해도 인튜이티브 장비를 7대나 보유하고 있다), 인튜이티브의 성공이 결코 보장된 건 아니다. 얼마 전 설립된 또 다른 로봇 회사는 미래의 수술실을 놓고 벌어질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신생 기업 어플라이드 덱스터리티 Applied Dexterity가 개발한 레이븐 Raven이라는 로봇은 더 작고 저렴한 실험용 모델로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 휴대폰처럼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인튜이티브의 혁신은 내부에서 발생하지만, 레이븐은 누구나 연구·개발·개량에 참여할 수 있다. 두 모델은 의료기기 분야를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영역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 500억 달러에 이를 로봇수술 분야의 쟁점은 과연 수술실에서 둘 중 어떤 로봇이 채택되느냐다.

클레멘트의 가슴에 난 구멍은 외계 행성의 광활한 풍경 같아 보였다(적어도 레어의 콘솔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이따금씩 멀리서 작은 미행성이 시야에 들어온다(수평선 위·아래로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레어에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왼쪽 폐"라고 답했다.

스웨디시 메디컬 센터에서 18년간 흉부외과 전문의로 일한 레어가 심장 외벽에 카메라를 비췄다. 선홍색과 흰색이 얽혀 있는 두꺼운 막에 덮힌 동맥이 나타났다. 화면상으로 보이는 로봇 장비들.소작기와 겸자(鉗子·forceps) *역주: 가위모양의 시술도구 은 아주 거대해 보였다. 겸자가 막을 잡아당긴 뒤 소작기가 내려와 조심스레 클레멘트의 살을 지졌다.

동맥에 엉겨 붙어 있던 점막이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계속 붙잡고, 굽히고, 지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스크린에서 떨어져 앉아 이 정밀한 과정에서 레어의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했다. 그의 정교한 동작은 마치 묵주를 쥐고 있는 수녀를 연상시켰다. 그의 손에서 수십억 바이트의 정보가 콘솔에 연결된 굵은 코드를 타고 서버로 흘러가고, 그리고 다시 로봇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로봇은 이 과정을 거쳐 몇 밀리미터씩 세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빈치는 대단히 직관적인 시스템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 비디오 게임에 뛰어난 아이들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접한 대부분의 외과의사들보다 이 시스템을 더 잘 조작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콘솔 앞에 앉아 엄지, 검지, 중지를 두 조종기에 건다. 조종기는 인지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7개의 페달을 눌러 사용하는 도구를 바꿀 수 있다. 이 중에는 깊이감(depth)을 전달해 주는 6만 3,000달러짜리 내시경 카메라도 있다. 집도의는 촉각 정보 대신, 영상과 몸 안을 움직이는 감각에 고도로 집중해야 한다.

인튜이티브는 자사의 모든 로봇을 캘리포니아 주 서니베일 Sunnyvale에서 제작했다. CEO 게리 구타르트 Gary Guthart는 과거 나사 에임즈 Ames 연구소 근처에서 수리공학자(mathematical engineer)로 일했다. 그는 그 곳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을 위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도왔다. 외과의사들을 위한 로봇공학 시스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두 분야 모두 수많은 종류의 데이터 소스를 다뤄야 한다. 그 양이 너무나 방대해 시급한 업무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들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처럼 외과의사들도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구타르트는 "초를 다투는 인지적 과제와 물리적 과제가 병존하는 극도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인튜이티브 연구팀은 지속적으로 다비치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단일 부위 시스템(single-site system)'이라 불리는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명칭이 암시하듯이, 환자의 배꼽에 낸 단 하나의 절개부위로 구부러진 장비들을 삽입해 수술하는 기술이다. 또 다른 새 프로젝트는 형광 영상(fluorescent imaging)을 이용해 암 세포를 찾아내는 것이다. 다빈치 인터페이스 상에서 종양은 밝은 초록색으로 나타난다.

덕분에 의사들은 종양을 쉽게 찾아 제거할 수 있고, 건강한 다른 부위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캐서린 모어 Catherine Mohr는 인튜이티브에서 소규모 연구팀을 총괄하고 있다. 그녀는 언젠가 로봇이 전통적으로 수술이 필요 없다고 치부되던 질병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 믿고 있다. 예컨대 위장 우회술(gastric bypass)을 시술할 때 환자가 앓고 있던 제2형 당뇨(Type 2 diabete)까지 치료하는 것이다. 고혈압 또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심지어 각종 중독 분야에서도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녀는 "수술실에 함께 들어간 로봇을 조작해 모든 병을 시술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작은 자국만 남기는 가벼운 수술로 평생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어는 인튜이티브 연구센터에서 신제품 개발과 다빈치 사용자들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수십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다. (인튜이티브의 연간 총 연구개발 예산은 1억 4,000만 달러에 이른다). 모어의 경쟁자는 다직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레이븐은 워싱턴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 크루즈 캠퍼스의 로봇연구소 공학교수 두 명이 개발한 것이다. 이들의 최초 목적은 외과의들의 움직임을 추적해 '수술실'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튜이티브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기계를 만들게 되었다. 그 결과 다빈치보다 크기가 작은-사무실 책상에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다-로봇을 제작해 30만 달러에 판매했다. 워싱턴대학 연구소에서 수술부위에 대한 실시간 3D 지도를 제공하기 위해 이 로봇을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 Microsoft Kinect-게임 개발에 이용되는 150달러짜리 모션 캡처 장비다-에 연결하기도 했다.

이렇게 느슨한 연구협력 관계는 레이븐이 보유한 무한한 잠재력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의료 연구원부터 비디오게임 마니아까지 누구나 이 플랫폼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븐 개발자들은 상업적 성공에 연연할 필요가 없고 한계에 도전할 수 있어 생각지도 못했던 목적으로 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레어는 이미 가장 좋아하는 수술 단계에 도달했다.

바로 클레멘트의 동맥을 다시 심장에 이식하는 단계다(혈관을 심장에 꿰어 붙이기 위해 끊임없이 바느질을 해야 한다). 레어는 이 시술이 끝나자, 나머지 연결하지 않은 혈관을 계속 눌러보며 혈액 흐름을 체크했다. 그동안 혈액이 졸졸 흘러나왔다. 레어는 불안했다. 피가 더 많이 흘러나와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를 떠나 심장 학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현 상황을 논의했다. 클레멘트가 수술대에 오른 지 6시간이 조금 지난 상황이었다. 관상동맥 우회술(coronary bypass)은 로봇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평균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레어는 전화를 끊고 수술대로 향했다. 보조원들이 더 많은 장비를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수술실은 다시 분주해졌다. 나는 멀리 떨어져 앉아 수술 보조원이 로봇과 캐뉼러를 제거하는 것을 보았다. 뭔가 찢어지는 듯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칼로 소파 쿠션을 찢는 듯한 소리였다. 상황이 진정되자 레어는 나를 불렀다.

그는 클레멘트의 흉부 옆쪽에 서 있었다. 나는 플라스틱 파티션 뒤로 클레멘트의 머리에서 몇 피트 떨어져(마취 전문의 가까이에)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가 절개 돼 열려 있었고, 철제로 된 커다란 죔쇠가 갈비뼈와 피부를 붙잡고 있었다. 레어는 "수술에 들어가는 환자에게 흉부를 완전히 절개해야 할 가능성-로봇 수술은 절개 부위가 아주 작은 반면, 전통적 수술은 흉부 전체를 절개해야 한다-이 15%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혈액 흐름을 2번 체크한 뒤, 동맥 우회술 시술을 위해 전통적인 방식을 택했다. 앞서 들렸던 찢어지는 듯한 소리는 '손'으로 수술을 하기 위해 레어가 클레멘트의 흉부를 절개하는 소리였다.

클레멘트의 몸이 따뜻해지고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의 옆에서 있었다. 절개되어 있는 흉부를 보며, 인간의 몸이라는 다른 종류의 기계에 대해 경외감을 느꼈다.

클레멘트는 그날 늦게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 곁을 지키고 있던 부인은 그에게 문제가 조금 있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의 가슴을 크게 절개해야 했다는 것이다. 레어가 들어와 무엇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었다. 클레멘트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내 반응은 '내 몸에 보통 환자들보다 수술 자국이 더 많게 되었다. 무척 아프구나'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자신의 일흔한 번째 생일을 맞았다. 심장질환을 제외하곤 여전히 건강했다. 수술 후 3주가 경과했는데 상태가 좋아 보였다. 그 또한 "몸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클레멘트는 이제 30분 이상 걸을 수 있다. 수술 전에는 45분을 걸어 헬스클럽에 다녔다. 3시간 동안 역기를 들고, 요가를 하고, 스피닝 spinning *역주: 실내 사이클과 안무 동작을 곁들인 운동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45분을 걸어 집으로 오곤 했다. 로봇 수술에 대해 처음 들었던 것도 바로 이 헬스클럽에서였다. 그는 "한 남자는 전립선(a prostate) 제거 수술을 받았고, 다른 사람은 배꼽을 절개해 비장(a spleen)을 제거했다. 그런 일을 알고도 로봇 수술을 추천하겠냐고? 물론이다. 로봇 수술은 최신식이자 최첨단 방식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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