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종들 중 15%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다.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해있는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발자국, 배설물, 동작감지 카메라 등을 동원해 이들을 추적하고는 있지만 발견이 결코 쉽지 않다. 나무가 울창한 밀림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일례로 아시아 유니콘이라 불리는 '사올라(saola)'의 경우 1992년 사냥꾼의 집에 보관돼 있던 두개골에 의해 그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 이후 1999년에야 무인카메라가 살아있는 사올라의 촬영에 성공했을 뿐 아직 어떤 연구자도 생태를 관찰하기는커녕 직접 목격한 적도 없다.
해결책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유전학자 톰 길버트 박사는 희귀생물의 추적에 거머리를 활용한다. 동료 연구자가 말레이시아에서 거머리에 물린 테이퍼를 관찰하는 것을 보고 야생 거머리가 흡혈한 피 속에서 희귀동물의 DNA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가능성 확인을 위해 그는 염소의 피를 먹인 거머리 40마리를 잘게 분쇄해 DNA를 분석했고, 모든 거머리에게서 염소의 DNA가 나왔다. 심지어 피를 먹은 지 4개월이 지난 개체에서도 DNA가 추출됐다.
이에 그는 2010년 베트남에서 야생 거머리 25마리를 채집, DNA 분석을 시도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1마리에서 포유동물의 DNA가 검출됐고, 검출된 포유동물 DNA 중 2개는 희귀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안남 줄무늬 토끼’와 '쭈옹 손문착 사슴'의 것이었다.
길버트 박사는 현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포획한 거머리들의 DNA 분석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테이퍼(tapir) 멧돼지처럼 생긴 희귀 포유류.
지명수배 야생동물
1 태즈메이니아 늑대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에 서식했던 육식성 유대류(有袋類). 암컷은 캥거루처럼 새끼주머니를 가진다. 1936년 동물원에서 보호 중이던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공식 멸종됐지만 일부 전문가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2 자바 코뿔소
불법 밀렵 때문에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최대 50마리가 살아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3 사올라
수십~수백 마리가 베트남과 라오스의 안남 산맥 오지에 은둔하며 살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추측이다.
4 큰 대나무 리머 →
영장목의 포유류. 이름과 달리 몸무게는 2.3㎏ 정도다. 마다가스카르 대나무숲 속에 100~160마리가 살고 있다고 여겨진다.
5 안남 줄무늬 토끼
사올라와 동일한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 엉덩이를 가진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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