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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혁신 꾀하는 KT의 디자인 경영

이석채 KT 회장의 디자인 경영이 해외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이 회장이 디자인경영에 전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경원 카이스트 디자인학과장

2012년 12월 초, 홍콩에서 개최된 ‘비즈니스 오브 디자인 위크(Business of Design Week: BoDW)’에 초대된 필자는 우연히 CNBC를 통해 재방송되는 제11회 ‘아시아 비즈니스 리더 상(Asia Business Leader Awards)’ 시상식에서 이석채 KT 회장의 수상 장면을 보았다. 11월 16일 방콕에서 개최되었던 행사에서 이 회장은 영예의 ‘인재경영대상’을 수상했다. 사회자는 이 회장이 시상자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놀랍게도 디자인경영을 언급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관심사가 되고 있는 KT 디자인경영의 실체는 무엇일까?

디자인경영에서 나오는 서비스 경쟁력

디자인경영을 잘하는 회사 하면 흔히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회사를 연상하기 쉽다. 제품의 경쟁력이 디자인에 의해 좌우되므로 디자인경영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 유·무선 통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디자인경영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웬만한 제조회사보다 더 독창적인 디자인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헬로(Hello)’를 거꾸로 배열한 ‘올레(olleh)’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주식회사 KT이다.

KT가 디자인경영에 전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기술특허 일변도에서 ‘디자인 권(權)’으로 확대되는 등 감성적 차별화가 중시되는 전 세계의 트렌드 변화에 맞추려는 것이다. 2013년 1월, KT 서초 올레캠퍼스 빌딩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규택 시너지경영실장(전무)은 “종전의 KT가 갖고 있던 노쇠하고, 느리고, 소극적인 이미지를 신속하게 개선하는 데 가장 빠른 길이 디자인경영이라는 확신을 갖고 현대카드 등 앞서가는 회사들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민영화된 KT의 10년 진화과정

KT의 성장과정은 우리나라 유·무선 통신 산업의 발전과 맥락을 같이한다. 1981년 정부가 체신부의 전기통신사업을 떼어내어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창립한 이유는 100명당 불과 8.4대에 불과하던 고질적인 전화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1997년 전화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전화의 대중화가 빠르게 실현되었다. 2001년 12월에 ‘주식회사 KT’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2002년 5월에는 정부 소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완전 민영화됐다.

2009년 1월 이석채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유·무선 통신 서비스의 통합을 본격화하여, 그해 6월에 이동 통신 자회사인 KTF와 합병된 ‘통합 KT’가 출범하였다. KT의 총 자산 규모는 32조 원으로 재계 서열 11위 수준이며,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6.69%), 일본 NTT 도코모 등이다. 직원은 3만2,000명에 달하며, BC카드 등 3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최근 창단한 ‘KT 프로야구단’을 포함하여 6개의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경영으로 4대 영역 혁신

KT 통합이미지담당 조훈 상무는 “2009년 7월, ‘올레 KT’라는 역발상 CI를 제정한 것”이 디자인경영이 본격화된 시발점이 되었다고 했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인 내실을 다지려는 KT 디자인경영의 목표는 다음 네 가지 영역에서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고객 서비스의 질과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데 집중되었다. ●창의적인 공간운영 ●브랜드 및 시각적 정체성 (Visual Identity: VI) 확립 ●일하는 방식과 IT시스템의 혁신 ●사회공헌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지난 4년간 KT 디자인경영은 그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먼저 창의적인 공간 운영을 위해 기존 전화국 공간을 개방하여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광화문의 ‘올레스퀘어’와 전국 5곳에 ‘올레애비뉴’ 등 IT체험 및 문화공간을 새롭게 조성하고, 상담 중심의 매장들도 고객들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올레 매장으로 거듭나게 했다. 브랜드 및 시각적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기존의 ‘블루KT’(기술과 기능을 상징)에서 ‘레드kt’(감성과 열정)로 바꾸었고, ‘쿡/쇼(QOOK/SHOW)’로 분리되어 있던 유·무선 브랜드를 ‘올레’로 통합하여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구현했다. 또한 올레 서체, 올레 시그널 등 기업이미지가 투영된 VI를 개발하여 고객 소통을 원활하게 했다.

일하는 방식과 IT시스템의 혁신을 위해서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 이념’을 도입했다. 종전의 업무 중심에서 벗어나 직원 중심으로 바꾸려고 전국 16개 지역에 설치한 ‘스마트 워킹센터’는 무미건조한 사무 공간에서 벗어나 직원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회공헌의 경우, 과거에는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소극적인 활동에 머물렀지만, 기업 활동 그 자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스마트 혁명의 선도, 협력사는 물론 앱 개발자와 SW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사례들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KT 디자인경영의 성과

2012년 10월 15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이석채 회장이 직접 나서 지난 4년간 KT가 일구어낸 디자인경영 성과를 발표했다. 이 회장은 “KT 디자인경영은 개방과 공유, 뛰어남과 친근함, 고객 편의 증대라는 철학을 담아 ‘올레스러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설명하고 “앞으로 본격 디자인경영을 강화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발표의 하이라이트는 KT의 PI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셋톱박스, 인터넷 모뎀, 홈 허브 등 주요 제품 패키지가 ‘2012 레드닷 디자인 상(Reddot Design Awards)’에서 ‘최고상(Best of the Best)’을 받았다는 것이다. 글로벌 통신서비스업체가 그런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일 만큼 이례적이지만, 이 회장이 직접 디자인경영을 챙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통신서비스 회사들은 제품의 성능과 기능만 직접 챙겼을 뿐, 디자인은 하청 회사의 몫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조잡한 외관과 미흡한 디자인 품질로 인하여 고객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문제는 그런 경우 고객들의 불만과 비난이 하청업체가 아니라 통신회사에 쏠린다는 것이다. 임재희 수석디자이너는 ”PI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그런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바이스들의 디자인이 효율적으로 관리되므로써 고객 불만이 크게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년에 IPTV 셋톱박스 등 임대형 제품과 케이블 어댑터 등 총 20여 종의 KT 디바이스에 PI 지침이 적용되면 디자인경영의 효과가 한눈에 드러나게 된다. 디자인 마인드를 갖춘 회장의 명확한 목표 제시에 따라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과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협력업체들이 이루어내는 오케스트라가 KT 디자인경영의 성공 요인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KT의 디자인경영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욱 생생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경원 교수는…

한국 디자인 진흥원장을 역임한 정경원 교수는 국내 산업디자인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 본부장(부시장)을 지냈으며 현재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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