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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스데이 트랙터

붕괴된 문명의 재건에 투입될 오픈소스 모듈형 트랙터

폴란드계 미국인 마신 자쿠보우스키는 융합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밟던 중 학계에 환멸을 느꼈다.

"서로 협동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으려고 데이터 공유를 피하더라고요."

결국 그는 고민 끝에 농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미주리주에 12만㎡의 농지를 구입했다. 트랙터 한 대도 마련했다. 호젓한 곳에서의 생활은 별 문제 없이 이어졌다. 2008년 어느 날 트랙터가 두 번째 고장을 일으키며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사건(?)은 그를 오픈소스 산업혁명가의 길로 이끈 계기가 됐다.

자쿠보우스키에게 기존 트랙터의 설계는 실패작이었다. 왜 고장 난 트랙터를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돈을 들여야 하는지 이해가되지 않았다.

"단순하면서도 유용하고,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손쉬운 트랙터를 원했죠. 적은 유지비용으로 오래 쓸 수 있도록 말이에요."

결국 그는 3개월간 6,000달러를 들여 자신의 DIY 트랙터 '라이프트랙(LifeTrac)'을 개발해냈다. 제작비만 보면 상용 트랙터의 5분의 1 가격이다. 그리고 이후 단 6일 만에 그는 몇몇 사항을 개선한 제2호 라이프트랙의 프로토타입 모델까지 내놓았다.

"트랙터를 포함해 제가 만든 기계들의 제작현황을 온라인에 올렸더니 많은 누리꾼들이 설계상의 개선점에 대해 조언을 해주더군요. 몇몇 사람은 저를 직접 찾아와 제작을 돕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오픈 소스 에콜로지(opensourceecology.org)'가 자연스레 탄생했죠."

자신이 설립한 이 사이트의 '팩터 e 팜(Factor e Farm)' 그룹에서 그는 오픈소스 농기계 설계에 매진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제4호 라이프트랙은 흔히 볼 수 있는 상용 농기계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부품과 장치들로 구성돼 있으며 구동력은 탈착 가능한 사무용 복사기 크기의 유압식 엔진 '파워 큐브(Power Cube)' 2개로부터 얻는다.

"파워 큐브는 '글로벌 빌리지 컨스트럭션(Global Village Construction, CVC)' 세트를 구성하는 모든 기계의 동력장치로 활용할 수 있어요. CVC 세트는 저희가 현대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50종의 기계로 3D프린터, 트럭, 제빵용 오븐, 벽돌 압출기 등이 포함됩니다."

이 같은 CVC 세트만 있다면 붕괴된 문명의 재건도 가능하지만 자쿠보우스키가 지구 대재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효율적 농업과 제품생산, 그리고 여러 문명화된 생활에 필요한 장비들을 저렴하게 공급하고자 할 뿐이다.

현재 그는 오픈 소스 에콜로지를 통해 CVC 세트 50개 중 15개의 시제품 개발을 마쳤다. 2015년까지는 나머지 35개의 개발도 완료할 생각이다.

이후 모든 시제품 설계도를 웹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팩터 e 팜 그룹의 소속원들이 상용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이것이 오픈소스의 기본 이념이니 말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작품을 자유롭게 개선할 수 있다면 기술혁신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집니다."

How it Works





파워큐브 내부의 28마력 가솔린 엔진이 유압펌프를 작동, 라이프트랙에 구동력을 제공한다. 모듈처럼 분리되므로 CVC 세트를 구성하는 모든 기계에 손쉽게 교체·장착할 수 있다.

유압 모터가 바퀴를 움직인다. 이 힘으로 바퀴와 연결된 무한궤도가 회전하며 1,800㎏의 라이프트랙이 이동한다. 파워 큐브 2개에 힘입어 최대 2톤의 중량을 견인한다.

라이프트랙의 몸체 프레임은 두께 10㎝의 고강도 스틸 튜브로 제작돼 막강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덕분에 전방의 로더 암(loader arm)으로 최대 4톤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

라이프트랙의 최대 강점은 다목적 능력이다. 사진 속 굴착용 삽 이외에 파종기, 우물 시추기, 건초 압축기, 벽돌 압출기 등의 연결 장치가 추가 개발되고 있다.

다목적 파워 큐브
하나의 엔진으로 여러 종류의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용성은 극대화할 수 있다. 라이프트랙에 채용된 모듈형 엔진 '파워 큐브'가 바로 그런 존재다. 50종이나 되는 CVC 세트 모두가 파워 큐브로 구동된다. 아래의 기계들은 2015년까지 개발될 CVC 세트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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