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족 기업이었던 구겐하임이 지난해 LA 다저스를 인수하며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 이후 현재 더 많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클 밀켄 Michael Milken이라는 고객 때문에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 된 이 비밀스러운 회사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by Scott Cendrowski and James Bandler
지난 겨울 로스앤젤레스미국 화려함의 중심지다의 유서 깊은 야구단 다저스에 대한 입찰이 시작됐을 때 응찰에 나선 인물들의 면면은 예상대로 화려했다. TV 유명인사 래리 킹 Larry King, 다저스 스타 출신으로 야구계의 전설인 스티브 가비 Steve Garvey, 헤지 펀드 거물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티브 코헨 Steve Cohen은 물론이고 NFL 세인트루이스 램즈 Louis Rams의 스탠 크뢴케 Stan Kroenke 등 다른 스포츠 팀의 소유주들도 이 입찰에 참여했다.
최후의 승자는 적절하게도 카리스마가 뛰어난 LA 출신 슈퍼스타였다. 바로 NBA LA 레이커스의 전설 매직 존슨 Magic Johnson이었다. 아니 어쩌면 헤드라인 기사의 제목처럼 매직 존슨이 이끈 팀이 승자들이었다. 전국의 스포츠 팬들은 21억 5,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최종 입찰가에 경악했다. 두 번째 높은 금액으로 알려진 코헨의 제시 액보다 무려 8억 5,000만 달러나 많았다. 종전 야구사에 기록이 남아 있던 2009년 시카고 컵스 12위 입찰액 차이인 8억 4,500만 달러보다도 큰 것이었다.
매직 존슨의 '배후'로 알려졌던 구겐하임 파트너스 Guggenheim Partners가 실제론 협상 타결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깜짝 놀랄 만한 다저스 인수는 이 회사가 더욱 이목을 끌게 된 여러 이유 중 일부에 불과하다. 뉴욕과 시카고에 근거지를 둔 구겐하임은 이제 LA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9월, 구겐하임 그룹은 골든 글로브 Golden Globes 시상식 중계방송과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 '유 캔 댄스'를 제작하는 딕 클라크 프로덕션 Dick Clark Productions을 3억 7,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몇 년 전에는 다른 투자자들과 손 잡고 할리우드 리포터 Hollywood Reporter를 비롯한 일곱 개의 업계 간행물을 사들이기도 했다.
최근 구겐하임은 또 하나의 매력적인 인수 대상(crown jewel)에 눈을 돌렸다. 억만장자 필립 앤슈츠 Phillip Anschutz가 100억 달러에 내놓은 AEG가 그것이다. AEG는 LA 라이브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하키팀 LA 킹스, 그리고 전 세계적인 콘서트 홍보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레이커스의 홈 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 Staples Center도 이 회사의 소유다. LA에 NFL 미식축구 팀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지도 이 회사가 개발했다. 구겐하임의 AEG 인수는 매우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뒤에 살펴보겠지만, 입찰을 포기할 조짐도 몇 가지 보인다.
이제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구겐하임은 '먹잇감'을 찾아 다니는 거물이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유서 깊은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던 작은 회사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또 매우 거대한 존재로 급성장하고 있다. 구겐하임은 지금 기관과 개인, 보험회사의 재산 1,700억 달러를 관리하고 있다. 헤지펀드 몇 개와 투자은행 한 곳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헤드라인으로 다뤄지는 부분이다은 이 회사가 사모펀드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구겐하임은 (몇 년간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모으는 대신) 건별로 투자자를 모집해 다저스와 같은 초대형 인수에 자금을 대고 있다.
'변종(anomaly)'이 존재한다면 구겐하임이 바로 그것이다. 구겐하임이라는 회사 이름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소용돌이 모양의 미술관 건물에 대해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친숙할 것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경제지를 읽는 독자라면 익숙할 베어스턴스의 전임 CEO 앨런 슈와르츠 Allan Schwartz와 센던트 Cendant의 창업자 헨리 실버만 Henry Silverman 같은 재계 유명인사들을 영입해 왔다. 그러나 세간의 주목을 피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선호해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구겐하임의 이런 비밀스러움은 일면 전략적이고 또 어느 정도는 내성적이며 무신경한 CEO 마크 월터 Mark Walter의 성격이 반영된 것이다. 월터가 빠르게 회사를 성장시키는 경영전략에 집중하는 동안, 더 열정적인 사장 토드 볼리 Todd Boehly는 화려하고 새로운 협상들을 추진해왔다. 한 전직 직원은 "두 사람이 그림자 속에 숨은 '다크 호스'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구겐하임은 남의 이목을 피하기에 너무 커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중한 부유층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과, 열성 팬들을 거느려 언론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명의 유명 고객한때 정크 본드의 황제로 알려졌던 마이클 밀켄때문에 구겐하임은 원치 않는 주목을 받고 있다. 포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양측의 거래와 관련해 구겐하임이 밀켄에게 내려진 증권 거래 금지조치를 위반했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더 많은 주목을 끌게 되면서, 구겐하임은 마침내 조금이나마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포춘의 독점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핵심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구겐하임은 기업들을 단기간에 사고 팔려는 새로운 투자회사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수십 가지의 수익성 있는 장기 사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서 일종의 할리우드판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를 꿈꾸고 있는가? 월터는 "우리는 곧바로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모든 것을 팔려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중함의 전형을 보여주면서도 마지막 몇 방울의 물이 남은 수통을 꽉 움켜쥔 사막의 여행자처럼 정보를 조금씩 흘렸다. 한 컨설턴트는 "모두가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해 한다. 구겐하임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구겐하임 가문의 재산 형성은 18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이어 구겐하임 Meyer Guggenheim은 콜로라도 주에 있는 두 개의 납과 은 광산 지분에 5,000달러를 투자했다. 수십 년 만에 그의 일곱 아들들은 캐나다의 유콘 Yukon 주에서 볼리비아까지 확대된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아워 크라우드 Our Crowd'라는 책에 따르면, 메이어의 아들 솔로몬이 뉴욕 맨해튼 5번가(Fifth Avenue)에 미술관을 세움으로써 구겐하임가의 이름을 불멸의 위치에 올려 놓기 한참 전에 이미 구겐하임은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유태계 독일 가문이 되었다.
다른 갑부 가문들과 마찬가지로, 구겐하임가의 일원들은 주로 가족 사무실을 통해 자산을 관리했다. 그렇게 1990년대 말까지 사업을 유지하다가 J. 토드 몰리 J. Todd Morley라는 친구가 이 가족 회사를 더 크고 야심 찬 사업체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고정금리 상품을 다루는 회사를 경영하던 몰리는 우연히 마크 월터를 알게 되었다. 월터는 당시 자산유동화 증권(asset-backed securities·ABS)을 구성하는 리버티 햄프셔 Liberty Hampshire라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몰리는 세 회사를 합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새로 설립된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당시 한참 뜨던 다양한 형태의 구조화 채권(structured bonds) *역주: 채권과 파생상품을 결합해 만든 상품으로 채권의 원금과 이자가 금리, 주식, 통화 등의 기초자산에 연동돼 결정된다에 투자했다. 그리고 구겐하임의 명성을 이용해 더 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몰리는 "우리는 강력한 브랜드가 마케팅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구겐하임가에선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1999년 5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면서 이 회사가 시작됐다. 2년 후 월터는 볼리 Boehly를 영입했다. 볼리는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Credit Suisse First Boston 출신의 은행가로, 대출과 정크 본드를 전문으로 다루던 능력 있는 레버리지 팀을 함께 데려왔다.
몇몇 보험회사를 거느린 댈러스의 대기업 새먼스 엔터프라이즈 Sammons Enterprises는 구겐하임의 초기 고객 중 한 곳이었다. 현재 새먼스는 구겐하임 지분의 35%를 갖고 있다. 구겐하임 임직원들의 지분은 50%가 조금 안된다. 이 중 월터와 볼리가 각각 1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겐하임 가문의 지분은 적은 편이다.
그 외의 고객으론 자산을 투자할 만한 여력이 안되는 중소 보험회사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구겐하임의 채권 전략이 성공하면서 큰 혜택을 봤다. 예컨대 슈퍼 헤비급 보디빌더 출신의 CIO 스콧 미너드 Scott Minerd가 운용하는 핵심 고정금리 상품들은 1999년에서 2012년까지 연평균 7.3%의 수익을 올렸다.
이런 눈부신 실적 때문에 특히 보험회사들로부터 자산 관리 요청이 봇물처럼 밀려들어 왔다. (구겐하임이 사들인 회사들을 포함해) 구겐하임이 관리하는 보험회사 자금 총액은 현재 75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구겐하임이 관리하는 자산14년 만에 50억 달러에서 1,700억 달러로 급증했다은 CEO 월터의 지도력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 잘 정돈된 은발의 월터(52)는 중서부 출신 특유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프랭크 카프라 Frank Capra 감독 영화에 나올 법한, 혹은 동네 은행을 맡길 만한 믿음직스러운 타입이다. 월터는 아이오와 주의 시골에서 대학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그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을 끈질기게 피했기 때문에 이번 포춘과의 인터뷰가 공식적으론 세 번째밖에 안된다고 고백했다. 그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다.
이와 반대로, 메릴랜드 주의 고교 레슬링 챔피언 출신인 볼리는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다. 헝클어진 머리에아무리 정돈을 하려고 해도 앞머리 몇 가닥이 제멋대로 뻗친다고 했다주름진 셔츠를 입은 볼리(39)는 어린 남자아이가 억지로 단정한 어른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한 전직 직원은 "회사 경영진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외모와 달리, 볼리는 구겐하임의 가장 중요한 거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월터는 특유의 겸손한 태도로 "끊임없이 일하는 파트너를 둬서 좋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볼리를 일중독자라고 부른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사람처럼 수십 가지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이야기하다가 문장 중간에 다른 협상에 대한 생각을 내놓곤 한다. 유럽 재정 위기 때는 전화위복의 기회들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뉴욕이 밤 11시 반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그리스에서 현지 시간 새벽 6시 반에 전화를 하곤 했다.
이렇게 극명하게 대조되는 성격에도, 볼리와 월터는 한가지 야심을 공유한다. 한 전직 동료는 "이 사람들은 억만 장자가 되려고 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역할이 상호 보완적이기는 하지만월터가 현명한 맏형이라면 볼리는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쪽이다회사를 새로운 영역으로 이끄는 사람은 볼리다. 구겐하임의 한 측근은 "마크가 세상에 불을 지르려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화선이 되는 인물은 바로 토드다"라고 설명했다.
구겐하임에 가장 흥미로운 고객을 데려온 사람도 볼리였다. 그는 10년 전쯤 친구 소개로 마이클 밀켄을 만났다. 한 전직 동료는 "볼리에게 밀켄은 일종의 우상"이라고 설명했다. (볼리는 "어릴 때 전기를 많이 읽었다"고 회상했다. "마이크는 내게 스티브 잡스나 벤자민 프랭클린, 마크 트웨인 같은 우상이다.") 지난 몇 년간 밀켄은 볼리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시장, 기업, 자선 활동에 대해 논의하곤 했다. 볼리는 밀켄의 전립선암 후원 재단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관계는 둘 모두에게 금전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었다. 밀켄은 볼리의 헤지 펀드에 초기부터 투자했다. 한때는 다양한 구겐하임 펀드와 계약에 8억 달러 가까운 돈을 동시에 투자한 적도 있다.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밀켄의 자산 가치는 23억 달러에 이른다). 밀켄과 구겐하임은 한때 밀라그로 Milagro라는 에너지 회사에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그 자금 투입 덕분에 2007년 페트로호크 에너지 Petrohawk Energy의 멕시코만 연안 사업을 8억 2,500만 달러에 인수할 수 있었다.
밀켄은 1980년대 월가 스캔들에 연루돼 증권거래위원회와 합의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투자 자문가나 중개인 역할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SEC에 따르면, 밀켄은 1990년대 론 페릴먼 Ron Perelman과 루퍼트 머독 Rupert Murdoch의 협상 자문을 하면서 이 금지 조치를 위반했다. 1998년 밀켄은 범법 여부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SEC와 배상금 4,7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포춘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SEC는 밀켄과 구겐하임의 관계특히 밀켄이 구겐하임의 투자에 관해 실질적인 자문 역할을 함으로써 금지 조치를 위반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조사의 핵심은 '밀켄이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받으면서 자문을 제공했는지' 여부다. SEC는 밀라그로 건을 포함해 밀켄과 구겐하임 사이의 거래들을 조사 중이다.
볼리도 SEC에 소환됐다. 구겐하임은 거래 기록과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등 수천 건의 자료를 SEC에 제출했다. SEC는 밀켄 조사와 관련해 구겐하임의 고객들과도 접촉했다. SEC 조사관들은 지속적으로 구겐하임과 접촉 중이지만, 2년 동안 계속된 조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진 어떤 공식적인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월터는 "마이크는 어떤 방식과 형태로든 이 회사의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밀켄의 대변인은 "1998년 SEC와의 합의를 초래했던 자문과 관련해 변호사로부터 특정 컨설팅에는 관여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본인과 가족의 개인 투자를 관리하면서 많은 투자 자문가 및 자산 관리자들과 함께 일하는 게 사실이다. 자문역들과 때때로 투자를 논의하기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펀드 투자자로서만 그렇게 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SEC 대변인은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구겐하임은 보험회사들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월터와 볼리는 마침내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다.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보험회사들을 사들이는 일이었다.
여기에는 덤도 따라왔다. 자본을 투자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들은 '유동자금(float)'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받은 후 보험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보유하는 수십억 달러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워런 버핏이 엄청난 돈을 번 방식이었다.
구겐하임은 금융위기의 소용돌이를 피할 만큼 조심스러운 투자를 진행했다. 그리고 재앙이 닥쳐 자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 기회를 낚아챘다. 볼리는 "우리는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자산 포지셔닝이 잘 되어 있었다"고 평가했다.
2009년 구겐하임은 웰마크 커뮤니티 인슈어런스 Wellmark Community Insurance를 사들였다.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4억 달러를 들여 시큐리티 베네핏 Security Benefit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2011년에는 4억 7,000만 달러에 생명보험사 에퀴트러스트 EquiTrust를 인수했다. 작년에는 캐나다의 한 보험회사가 미국 연금 보험 사업 부문을 구겐하임에 매각했다. 그 후 구겐하임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판매하는 클레이모어 Claymore와 라이덱스 Rydex도 손에 넣었다.
구겐하임은 미래 거래에 쓸 자금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월터와 볼리에게 이 자금을 이용할 기회가 찾아왔다.
요즈음 볼리는 라이브 이벤트의 잠재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최근 TV 시청자 층이 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시상식 등 프라임 타임 행사들이 계속 엄청난 시청률과 광고 매출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볼리는 "세계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콘텐츠는 점점 더 상업화되면서 프리미엄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다저스는 이런 볼리의 구미를 당기는 먹잇감이었다. 구겐하임이 자사와 고객들의 보험 자산을 이용해 살 수 있는 라이브 이벤트 사업이었던 것이다. 볼리와 월터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 사장 스탠 캐스튼 Stan Kasten이 처음 야구단을 인수하겠다는 구상을 했을 때만 해도 구겐하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구겐하임은 2011년 다저스가 시장에 나온다는 소식이 발표됐을 때, 한 가지 중요한 세부사항에 주목했다. 다저스의 TV 방영권 계약이 2013시즌에 만료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 기간 동안 35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볼리는 이 추정액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생각했다. 다른 모든 유명한 LA 연고 스포츠 팀들은 2031년까지 TV 방영권 계약이 묶여 있었다. 타임 워너 케이블과 폭스 스포츠가 다저스 중계권에 막대한 금액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구겐하임은 임시 소유권단(Ownership group)을 꾸렸다(초창기 자본이 별로 없을 때 도입했다가 이후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월터, 볼리, 텍사스의 에너지 투자자 한 명, 그리고 바비 패튼 Bobby Patton이라는 고객이 각각 1억 달러씩 투자했다. 매직 존슨이 5,000만 달러를 보탰고 영화 제작자 피터 구버 Peter Guber가 250만 달러를 투자했다. 나머지 12억 달러는 구겐하임이 운용하던 보험 자산에서 충당했다.
이 소식은 언론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구겐하임이 너무 많은 돈을 낸다는 조롱도 있었다. 엄격한 규제하에 있는 보험회사들이 어떻게 스포츠 팀처럼 리스크가 큰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가? 보험회사들이 항상 헤지펀드 같은 수단으로 투자한다는 사실은 잠시 잊혀졌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 팀에 대한 투자는 역사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돼 왔다. 가치가 떨어지는 일도 드물었다. 또 맥주와 입장권 판매, 미디어 중계권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유입을 보장받고 있었다. 1월 구겐하임은 달콤한 복수의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한때 3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던 TV 중계권 가격이 두 배로 뛴 것이다. 타임 워너 케이블은 구겐하임이 만든 새로운 다저스 스포츠 채널인 스포츠네트 LA에 25년간 70억 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구겐하임은 다른 대형 거래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 바로 스포츠와 콘서트 업계의 거물인 AEG 인수 건이다. 이 회사는 볼리의 원대한 투자 계획에 딱 들어맞는다. 그동안 구겐하임은 가장 유력한 입찰자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한발 물러섰다. 80억~100억 달러에 이르는 가격은 구겐하임이 '소화'하기에는 너무 클 수 있다.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구겐하임이 선두주자는 아니다.
한편으로 구겐하임은 계속 새로운 거래를 모색하고 있다. 보험 자산을 늘리고 라이브 이벤트 사업을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지난 1월에는 야후의 전 CEO 로스 레빈슨 Ross Levisohn을 영입해 잡지와 TV 제작 회사를 포함한 새로운 부문을 맡겼다. 구겐하임이 이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곧 사람들의 레이더에 포착될 것이다.
구겐하임의 빛나는 인수 사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2012년 5월 구겐하임 컨소시엄이 21억 5,000만 달러에 다저스 구단과 관련 부동산, 주차장을 인수했다.
딕 클라크 프로덕션
2012년 9월 구겐하임이 골든 글로브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의 제작사를 3억 7,000만 달러에 인수한 투자단을 이끌었다.
할리우드 리포터
2009년 12월 구겐하임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할리우드 리포터, 빌보드, 애드위크 같은 미디어 인수에 7,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구겐하임이 영입한 유명인사들
헨리 실버만
센던트의 창업주. 3년간 아폴로에서 근무한 후 구겐하임의 투자관리 부회장으로 옮겼다.
앨런 슈와르츠
베어 스턴스의 전 CEO. 지금은 구겐하임의 투자은행을 이끄는 회장이다.
로스 레빈슨
야후 전 CEO. 올 1월 구겐하임의 미디어 부문을 총괄하기 위해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