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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인터뷰 "올해 내 정상회담 개최 희망, 양국 젊은층 교류 확대할 터"

대한민국과 독일. 두 나라는 같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은 나라들이다. 같은 점은 양국 모두 제조업이 강한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 전후 폐허를 딛고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들을 길러냈다. 그래서 2008년 말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를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고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또 양국 모두 최고 지도자가 여성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다른 점도 많다.

한국은 대기업이, 독일은 중견 기업이 경제를 이끈다. 독일의 국가 이미지는 '신중'과 '정확'이지만, 한국의 이미지는 '강한 추진력'과 '빠른 대응'이다. 닮은 듯 다른 두 나라. 포춘코리아가 수교 130주년(1883년 조·독 통상우호항해조약 체결)을 맞은 독일연방공화국 롤프 마파엘 Rolf Mafael 주한 대사를 만나 양국 현안을 놓고 '차이점은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찾아 보았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길상사 불경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성북동 독일대사관저에서 마파엘 대사를 만났다. 강해 보이는 어깨와 자신감 있는 손짓 그리고 여유 섞인 미소로 차분하지만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힘차지만 편안하다는 점에서 대사의 인상이 독일차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말하는 중간 중간에 자신의 말 뜻을 분명히 전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학기술과 연구 그리고 인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공조 방안에 관한 첫 질문에 대사는 3가지를 꼽았다. 특히 인적 교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성공적으로 독일 사회에 정착했습니다. 덕분에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고 지금도 독일과 한국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만 명 정도의 한국 교민이 독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젊은 층의 교류가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G20에서 설정한 아젠다를 양국이 잘 협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독 50주년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한국의 철강, 화학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조건으로 차관(1차 1억 5,000만 마르크, 2차 2억 마르크)이 지원됐습니다." 그동안 정설로 알려진 광부와 간호사들 임금을 담보로 자금이 제공된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독일의 기업 생태계에 대해 물었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중견 기업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

"독일 경제는 대기업이 독점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다른 중견 기업들에게 모범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나 사내 복지 그리고 노동자 경영참여와 탄력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경영효율성 제고는 다른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대사는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이라는 표현을 주문했다. 독일에서 중견 기업은 고용 인원 20~500명, 매출액 5,000만 유로 정도 규모를 말한다.)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책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공간 마련, 자금 지원, 해외 시장개척을 지원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독일연구협회(Deutsche Forschungs gemeinschaft, DFG)가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사회적인 차원에서 연구개발 부분을 챙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재를 육성, 확보하는 방식에서 독일은 독특한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마이스터 제도다. 기업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을 교육한다. 기술수준도 기업이 원하는 만큼 상당하고 그만큼 보수도 높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우리나라 마이스터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도입의 범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며 "현장에 필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하고 싶어하는 독일 기업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국은 여전히 기업경영에서 노사관계가 상당히 민감한 영역이다. 독일은 어떨까. 마파엘 대사는 "건전한 노사문화가 독일 경제의 경쟁력"이라며 "노사관계는 사회적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했다. 독일 노사문화는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업별 노조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 정부는 노사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노동조합과 사업장 내 노동자를 대변하는 직장평의회의 이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고용 근로자 500명을 넘는 회사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권한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5명 이상의 회사도 근로자가 사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법의 보호 속에서 안정적으로 임금협약이 가능하고 평화로운 틀에서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는 "주요사업이나 기업경영에 노동자 참여가 가능하도록 선도한 기업이 폴크스바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 부임한 마파엘 대사가 바라본 한국 경제의 현안은 무엇일까.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물었다."독일과 한국에 공히 해당하는 문제들입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변화에 잘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비스업도 확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해당하는 문제라면 중소기업 육성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한국 경제가 저성장이라고 하지만 독일이 바라볼 때 여전히 부러운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독일 경제성장률은 0.7%, 한국은 2.0%였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복지확대 범위와 비용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독일은 복지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본다. 대사는 복지 수용범위를 놓고 우선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 구성원이 요구하는 복지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르고, 복지가 국가 예산에 부담을 줘 재정건전성이나 국가 경쟁력을 해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독일은 2003년부터 복지분야에 대한 개혁을 시작했다. 복지금액이 부담된다는 의견이 독일 사회와 정치권에 제기됐기 때문이다. 복지급여를 낮춘 결과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국가 경쟁력은 한결 좋아졌다. "복지국가는 정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은 시작이고 과정에 불과합니다. 계속해서 합의를 통해 조정되어야 합니다."

국내 현안에 대한 대사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단어 역시 신중하게 골라 표현하느라 가끔씩 말을 멈추기도 했다. 실제로 2009년 경제 위기를 탈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단축근무를 통한 실업자 급여지출 축소였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하여 인력감축이 아닌 단축근무를 시행했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종일 근무제로 전환했다. 실업급여 부담도 줄이고 사회적 신뢰도 쌓으면서 국가 경쟁력도 제고한 좋은 사례다.

독일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작년 세계적으로 히트한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인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K-POP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제 아이들이 한국 클럽 문화를 접하고 나서 파리나 베를린보다 재밌다고 하더군요" 이 대목에서 처음으로 대사가 쇼파에 기대며 편안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표정도 신중함에서 잔잔한 미소로 바뀌었고 안경을 벗으며 테이블에 놓인 비스킷을 한입 베어 물었다.

2011년부터 조금씩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다 작년에는 한류 전문 잡지 'K-BANG'이 독일 출판사를 통해 발간됐다. 이 잡지는 한국 음악과 음식,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다. 문화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 수도 늘고 수준도 높아졌다.

"독일은 1968년부터 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끊임없이 인적 교류가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낯선 나라가 아니었어요. 한국 역시도 북한과 상호방문 기회를 좀 더 늘리고 서로를 경험하다 보면 이질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파엘 대사는 또 "통일시대를 맞기 위해 우선 서로에게 '낯설다'라는 느낌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동안 마파엘 대사는 '인적 교류'를 전분야에 걸쳐 상당히 강조했다. 독일과 한국 관계에서도 젊은 층이 교류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질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상회담 현안에 대해서도 '교류 증대'를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이 독일에 투자를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한-EU FTA도 마찰 없이 조속히 마무리 됐으면 하고요." 연구개발 사업 증대도 빼놓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역시 젊은 층 교류였다. "청년, 대학생들의 교류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G20 내에서 양국이 현안들을 긴밀하게 협력하려면 인적 교류가 더 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정치인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자신의 정책이나 정치를 관철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여성 국무위원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올해 내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양국이 더 긴밀해지는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인터뷰 후 별도로 사진 촬영까지 마친 대사는 관저 로비까지 나와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배웅을 했다.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인터뷰를 하자는 말에 대사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정책:소련 이외의 동독 승인국과는 외교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원칙을 포기하고 동유럽 국가에 대한 접근외교를 펼친 정책으로 서독 외교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궁극적인 목적은 독일의 통일이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변화에 잘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비스업도 확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복지국가는 정책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은 시작이고 과정에 불과합니다. 계속해서 합의를 통해 조정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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