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물류량 폭증에 대비해 항만시설을 늘릴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로테르담 항만 당국은 수심 20m의 바다 10.3㎢를 간척해 세상에서 가장 진보된 항구로 환골탈태시키는 40억 달러 규모의 '마스플락터 2(Maasvlakte 2)'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계획에 따르면 이 항구에는 경유 대신 13톤짜리 배터리로 구동되는 자율주행 컨테이너 운반 차량이 운용된다. 수심이 매우 깊어 미래에 건조될 초대형 선박들의 출입도 가능하다.
현재 준설선들이 간척지를 메울 모래 2억㎥를 해저에서 퍼냈으며, 내년 중 첫 번째 터미널이 문을 연다. 모든 항만시설이 완공되는 2035년에는 지구의 반을 돌아온 무수한 컨테이너들을 거뜬히 처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빠름 빠름 빠름
현대식 항만 터미널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시간당 최대 30개다. 마스플락터2에서는 무인화 장비에 힘입어 물류 속도가 50% 증진된다. 사무실의 사람들이 크레인[A]을 조종해 선박의 컨테이너를 지상으로 하역하면, 무인 자율주행 차량[B]들이 도로에 설치된 무선 응답기(transponder)를 따라 야적지로 실어나른다. 차량에는 유압리프트가 장착돼 있어 직접 컨테이너를 싣고, 내릴 수 있다. 특히 디젤엔진 대신 재충전 가능한 13톤짜리 배터리로 구동력을 얻어 오염물질 배출과 소음이 없다. 8시간의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C]에서 새것으로 교체한다.
깊은 수심
현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프랑스 CMA CGM의 1만6,000TEU급 '마르코 폴로'는 항공모함보다 크다. 때문에 수심 16m 이하의 항구에는 출입이 불가하다. 미래의 초대형 화물선[D]들은 이보다 더 클 것이다. 마스플락터 2는 수심이 18m나 돼 1만8,000TEU급 선박까지 수용할 수 있다.
환경친화적
전 세계 해운업계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세계 6위의 탄소배출국이 된다. 그러나 마스플락터 2는 전동식 자율주행 차량, 친환경 엔진을 채용한 수상·육상 이동수단 등 탄소배출을 최소화했다. 2030년까지 더 효율적인 레일[E]을 설치하고, 컨테이너선을 내륙 깊숙이 진입시켜 물류 속도를 25% 증진시킬 방침이다. 항만 운용에 필요한 전력은 풍력발전기와 1,100㎿급 석탄·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가 공급하며,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는 거의 전량 포집된다. 이와 관련 연간 120만톤의 CO₂를 포집, 해저 폐유전에 저장하는 대규모 CO₂ 포집·저장(CCS)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폭풍 방호력
마람이라는 풀을 심은 인공해안과 모래언덕 [F]을 항구의 남쪽과 서쪽에 조성, 방조제 역할을 맡긴다. 강력한 폭풍에 대비해 북서쪽 [G]은 모래 위를 44톤짜리 콘크리트 블록 1만9,558개로 덮어 방호력을 극대화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5.5m의 파도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준설선 (浚渫船) 항만, 하천 등의 바닥에 있는 토사를 굴착하는 선박.
TEU 20피트 컨테이너 하나(Twenty-foot Equivalent Unit)를 의미하는 적재량 단위. 1만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만개를 선적할 수 있음을 말한다.
마람 (marram) 해안 모래 언덕의 침식을 막기 위해 심는 볏과의 풀.
2,500벌 컨테이너 하나에 넣을 수 있는 청바지의 숫자.
28만8,299㎞ 대형 컨테이너선의 연간 운항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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