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Jim Kopp
지난해 독일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원소를 창조할 채비를 마쳤다. 원자번호 119번, 즉 119개의 양성자를 가진 우누넨늄(Ununennium, Uue)이 바로 그것. 연구팀은 두 개의 원소를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이 녀석의 인공 합성에 도전했다.
현재 이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연구팀이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이 그러했듯 가장 무거운 원소 개발이라는 명예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핵을 제어하는 방법도 알아내고자 한다. 독일팀의 경우 작년 말 5개월간의 실험을 끝내고 테라바이트(TB) 규모의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하며 Uue의 흔적을 찾고 있는 상태다. 존재 증거가 확인된다면 Uue라는 임시 명칭을 대체할 공식 이름의 명명권은 물론 원소주기율표에 새롭게 한 줄을 추가하는 흔치않은 기회까지 얻게 된다.
119번 원소 제조공정
1 가속
독일 다름슈타트 소재 GSI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센터의 선형 입자가속기를 사용해 이온화된 티타늄(Ti) 빔을 120m 길이의 튜브에 발사한 뒤 시속 1억7,920만㎞, 즉 광속의 10분의 1 속도로 가속한다.
2 충돌
가속된 Ti 빔을 버클륨(berkelium, Bk) 원자가 박힌 표적에 5개월간 충돌시킨다. 연구팀은 원자번호 22의 Ti 원자를 적정 속도와 위치로 표적에 충돌시키면 수십억회당 한 번씩 원자번호 97의 Bk 원자와 융합, Uue가 생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3 분리
Uue는 이온화된 Ti에 비해 덩치가 크며, 이동속도도 광속의 약 2%로 느리기 때문에 자기장에 다르게 반응한다. 강력한 자석을 활용하면 Uue와 Ti를 분리시켜 Uue만 실리콘 검출기로 보낼 수 있다.
4 검출
모든 인공 초중원소처럼 Uue도 눈 깜짝할 새에 붕괴가 일어난다. 두 개의 양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뤄진 알파(α) 입자들을 예측 가능한 유형으로 방출하는 것. 검출기가 이 붕괴를 확인하면 Uue의 존재가 입증된다.
숫자로 본 원소
4 아직 정식 명칭이 없는 원소의 수
11 인체의 99.9%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수
118 존재가 확인된 원소의 수
177 우누넨늄 원자핵의 중성자 수
200 우누넨늄 원소의 반감기(마이크로초)
중원소 발견 역사
원자번호 43
테크네튬 (Technetium, Tc)
1937년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에밀리오 세그레가 만들었다. 최초의 인공 원소이자 우라늄(U)보다 가벼운 유일한 방사성 원소다.
원자번호 92
우라늄 (Uranium, U)
1789년 독일 화학자 마르틴 H. 클라프로트에 의해 역청 우라늄석(pitchblende)에서 최초 발견됐다. 하지만 방사성 성질이 확인된 것은 107년 뒤인 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에 의해서다.
원자번호 93~103
넵투늄 ~ 페르뮴 (Neptunium~fermium)
1940년 미국 UC버클리의 연구팀이 우라늄보다 무거운 최초의 원자인 넵투늄(Nt)을 만들었고, 같은 해 연이어 원소번호 94번 플루토늄의 제작에도 성공했다. 이후 물리학계는 1940년부터 1961년까지 원자번호 95번부터 103번의 원소들을 만들어냈다.
원자번호 104~106
러더포듐~시보륨 (Rutherfordium ~ Seaborgium)
1966년부터 1974년 사이 미국과 소련 연구자들이 새로운 원소 제작 경쟁을 벌였다. 이를 통해 미국은 러더포듐(Rf)과 시보륨(Sg), 소련은 원자번호 105번의 더브늄(Dubnium, Db)을 만들었다.
원자번호 107~112
보륨~코페르니슘 (Bohrium ~ Copernicium)
GSI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센터가 1981년 최초로 보륨(Bh)을 만든 뒤 15년 간 원자번호 108번 하슘(Hassium, Hs)부터 코페르니슘(Cn)까지 총 6개의 인공 원소를 만들어냈다.
원자번호 113~118
우눈트륨~우눈옥튬 (Ununtrium ~ Ununoctium)
2003년~2011년 사이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와 러시아 핵연구합동연구소(JINR)의 공동연구를 통해 우눈트륨(Uut)부터 우눈옥튬(Uuo)까지 6개의 원소가 만들어졌다.
FAQ
세상에 존재하는 원소의 숫자는?
예측 모델링에 의하면 가장 무거운 초중원자의 양성자 수는 126개다. 양성자가 이보다 많아지면 원자핵이 너무 불안정해져서 양성자들을 보유하고 있기 어렵다. 또한 모델링을 통해 초중원소 중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의 존재가 예측되기도 했다. 이는 고도로 안정된 핵종을 보유, 방사성 붕괴를 덜 일으키는 원소들을 칭한다.
원소의 작명 방법은?
원소의 이름은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에 의해 승인된다. 명명권을 지닌 최초 발견자의 실험 결과가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검증돼야 하므로 승인과정은 대개 수년이 걸린다. 공식 명칭이 없는 초중원소들은 라틴어 임시명칭이 붙는데 원자번호 117의 우눈셉튬 (Ununseptium, Uus)은 라틴어 1, 1, 7을 조합한 것이다.
초중원소 (superheavy element) 중원소보다 원자량이 큰 원소. 원자번호 103번 로렌슘(Lawrencium, Lr) 이상의 원소를 칭한다.
붕괴 (decay) 방사성 핵종이 알파(α), 베타(β), 감마(γ) 등의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다른 핵종으로 바뀌는 현상.
반감기 (half-life) 방사성 붕괴에 의해 방사성 핵종의 원자수가 원래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
마이크로초 (㎲) 100만분의 1초.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