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이 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창조경제’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이 그것이다. 전통적 취업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창업국가론’이 급부상하자 창업에 새로운 힘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3월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한 행사가 열렸다. 고용노동부 주관 사회적 기업가 육성 과정을 수료한 340팀 가운데 1차 서류심사 및 2차 업종별 예선을 통과한 61개 팀이 벌이는 경합이었다. 행사 시작부터 장내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 행사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한 ‘H-온드림 오디션’ 본선 대회다. ‘H-온드림 오디션’은 현대기아차그룹이 정몽구 재단,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시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지만 종잣돈이 없는 예비 청년 사업가를 위해 경영컨설팅과 창업자금을 지원해준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사업 아이템을 내면 심사를 거쳐 인큐베이팅팀과 창업지원팀을 각각 15곳씩 선발한다. 인큐베이팅팀은 당장 사업화하긴 힘들지만 1년간 경영 컨설팅을 해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지원자(팀), 창업지원팀은 당장 사업화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낸 지원자(팀)를 대상으로 한다. 인큐베이팅팀에겐 각각 5,000만~1억5,000만 원, 창업지원팀에겐 각각 500만~3,000만 원이 지원된다.
올해 대상은 실내용 보온텐트를 만든 ‘바이맘’ 팀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고어텍스 소재로 된 가로 2m, 세로 1.5m의 작은 텐트를 만들어 한겨울에도 냉골에서 지내는 소외계층의 난방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청년층과 소외계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주기 위해 현대기아차그룹이 오디션 형식으로 마련한 이 행사는 참가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민욱 바이맘 팀 대표는 말한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 사회적기업 생태계에서 청년 사회적 기업가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후배들에게 바람직한 창업 모델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H-온드림 오디션’을 대한민국 대표 청년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1회 오디션에서 대상을 받은 영상제작업체 베네핏은 지난해 매출액 1억6,000만 원을 올리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이 기업은 직원 수도 4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좋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새 정부 정책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청년층과 저소득층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300억 원 이상을 사회적 기업과 소상공인 창업을 지원하는데 투입해 올해부터 5년간 청년과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 2,500개를 만든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란 게 현대기아차 그룹의 설명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추진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750개) △소상공인 창업(500개) △사회적 기업 소셜프랜차이즈(1,250개) 확대다. 먼저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은 ‘H-온드림 오디션’과 ‘서초 창의허브’ 프로그램으로 지원한다. ‘서초 창의허브’는 현대기아차가 서초구청, 사단법인 씨즈와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가 양성 센터다. 소상공인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기프트카’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2010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생계용 차량이 필요한 소외계층에게 포터·스타렉스·봉고·레이 등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500만 원의 창업 지원금도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작년까지 매년 30명씩 뽑았던 기프트카 대상자를 올해부터 50명으로 늘려, 5년간 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사회적 기업인 ‘소셜 프랜차이즈’다. 소셜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존 상업적 형태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가맹점의 이익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006년부터 노년층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방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생활’, 영농 장애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해주는 ‘자연찬 유통사업단’ 등을 후원해 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안심생활’과 ‘자연찬 유통사업단’ 신규 가맹점을 대거 늘려 일자리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통적 취업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 들어선 창조경제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젊은 인재들이 많아져야 창조경제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 박종길 고용노동부 인력 수급정책관은 말한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은 융합을 추구하는 창조경제가 실천하고자 하는 경제성장 모델입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조경제의 심장을 뛰게 하려면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주고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청년 사회적 기업과 소외계층 창업 지원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굴지의 그룹을 일군 선대 창업자의 성공신화를 잊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청년기업, 사회적 기업과 소외계층 창업 지원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