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내 해운업체의 44%와 건설업체의 35%가 18~24개월 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기업 구조조정 및 턴어라운드 전문 컨설팅 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 AlixPartners는 1,400여 개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총 17%의 국내 상장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자료가 더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알릭스파트너스가 2009년 GM의 기업회생 절차를 주도했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한국법인을 맡은 정영환 대표를 만나 국내 사업 환경에 대한 전망과 효과적인 턴어라운드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김의준기자 eugene@hmgp.co.kr
사진 윤관식기자 newface1003@naver.com
Q지난 번 보고서 내용이 충격적이었는데, 어떻게 나온 것인가?
1968년 에드워드 올트먼 Edward Altman 뉴욕대 교수가 개발한 ‘Z스코어’라는 기업 파산 측정 공식을 이용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 중에서는 가장 공신력있고 신빙성 있는 자료로 알려져 있다. 처음 ‘Z스코어’ 발표 당시 72%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어서 1999년까지 31년에 걸쳐 1년 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조사가 여러 번 이뤄졌는데 ‘Z스코어’ 기반 자료의 정확성이 80~90%에 달했다. 1997년 IMF사태가 닥치기 1년 전에 이미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락 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Z스코어’가 가장 최적화 된 파산 예측 자료란 말인가?
‘Z스코어’는 파산 확률을 순수하게 수치화시킨 자료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기업 건전성(distress level)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쁜 편이라는 것을 증명 한 셈이다. 이 ‘Z 스코어’를 한 단계 발전시킨 모델이 알릭스파트너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Early Warning Model(EWM)이다. ‘Z스코어’보다 약 3.1배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조만간 이 EWM모델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할 계획이다.
해운업계에 파산 가능성이 큰 기업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 높게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사실 해운이랑 조선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과잉설비현상이 심각하다. 지금도 글로벌 해운 시장은 점차 정체기를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 오히려 순환적 현상으로 보는 게 맞다. 거기에 추가로 유럽 경제 위기와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외부 경제요인이 더해지면서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이 두 번째로 높은 파산 가능 비율을 보였다.
건설업계 자체를 이 수치만 갖고 전부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리모델링을 통한 구조조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건설사들도 해운업과 마찬가지로 과잉설비현상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시장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실적이 호전되는 것 같은데, 파산 가능 기업이 1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회사는 좀 다른 이슈다. 현대 기아차 같은 대기업들은 잘하고 있지만 그들의 납품업체나 다른 OEM제조사들 중에 상황이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재정건전성 등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세계화(globalization)가 더 시급한 문제다. 사실 지난 10~15년 동안 이들 기업의 역할은 대기업에 납품을 잘하는 것이 목표였지, R&D를 통한 기술의 발전이나 혁신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 기아차 같은 경우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과정에서 이런 부품제조업자들이 기술적인 부분의 지원을 해주지 못하면 사업을 지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R&D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지만 점점 부품공급업자들이 세계화를 통해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세계화와 R&D부문 확장을 통한 턴어라운드를 이뤄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한국 시장에서는 대기업에 100%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들의 가장 큰 이슈는 높은 대기업 의존도와 그로 인한 성장정체다. 대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그 아래에 있는 기업들은 성장모멘텀이 사라져서 경영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럼 그 성전략장동력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새로운 기술 개발일수도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은 R&D와 제품개발에 굉장히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는 핵심 사업에 기반한 세계화를 통해 매우 강력한 턴어라운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나?
최근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점점 많은 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특허 기술을 사들이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품제조업체들은 그런 회사를 인수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인수를 하게 되더라도 생존지속 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취약점을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가치있는 매물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적은 좋지만 그들이 위치한 국가의 경제 악화로 인해 상황이 안 좋아진 기업들이 많다. M&A를 통해 그런 회사들의 시장 접근성, 핵심 고객들, 그리고 특허 기술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
단기 처방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상황마다 다르다. 현금 흐름이 심각하게 안 좋은 기업의 경우 현금흐름관리에 최대한 빨리 치중해야 한다. 은행과의 신속한 논의를 거쳐 부채조정을 이루고 근본적인 경영활동부터 사업의 규모와 균형에 대한 조정까지 두루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 부분들은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단기 턴어라운드를 이뤄야 한다. 그런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장기적인 전략도 짤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 중 턴어라운드 모범 사례가 있다면?
한국 기업들을 보면 기업 구조조정의 개념이 인력 감축하고 기업분할 정도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의 워크아웃 회사 중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회사의 비중이 10%가 채 안된다. 물론 재정적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 등 포괄적인 턴어라운드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재정적 구조조정을 넘어서 기업의 기본적인 실적향상과 현금흐름 개선, 그리고 전체적인 사업 모델에 대한 발전을 이뤄준다. 이것이 바로 ‘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을 통한 기업 턴어라운드 전략이다.
주로 민간 기업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나?
보통 은행이나 투자자들, 아니면 정부나 법원에서 우리를 많이 찾는다. 간혹 기업이 부를 때도 있지만 그런 선제적인 기업이 많지는 않다. 기업이 파산으로 내몰리기 전에 미리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턴어라운드 전략을 세워야 비용도 절감하고 경영도 더 효과적으로 하는데, 그런 대응책을 세우는 기업이 한국에는 아직 별로 없는 상황이다.
구조조정본부장(Chief Restructuring Officer, CRO)의 역할이 국내에서도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는가?
아직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CRO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넓게 퍼져있다. ‘제3자의 독립적인 CRO’를 기업 회생절차와 워크아웃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싶어한다. 외부감사랑은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감사는 이미 존재하는 자료를 검토하는 수준인 반면, CRO는 기업회생을 위한 직접적인 개선방안을 제안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해 즉각적인 실행을 이뤄내는 역할을 한다. 기업 턴어라운드도 전문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까?
우선 선제적인 턴어라운드나 포괄적인 접근 전략을 통해 기업의 근간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받고도 운영이 잘 안되는 일명 ‘좀비 Zombie 회사’들을 추출하고 턴어라운드 절차를 통해 건강한 경영 상태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런 ‘좀비회사’들은 공기업에도 존재한다. 국민의 세금과 정부 예산 등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신규사업 개발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을 꾸준히 활성화 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지 제조업이 무너지면 발전 할 수 없다. 제조업이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국이 서비스업종에 집중하고 발전시키려 해도 제조업의 동반성장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어떤 회사인가
알릭스파트너스(주)는 1981년에 설립 된 세계적 기업 구조조정 및 턴어라운드 전문 컨설팅 업체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 기업 전략 컨설팅의 차원을 넘어 기업 전체 또는 일부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업 회생과 구조조정, 재무 자문 서비스와 IT부문 터어라운드 서비스 등과 관련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www.alixpartners.com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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