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 부대사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 인건비 급등, 부동산 가격 불안정으로 저임금 투자매력이 사라진 대신 지역 균형 개발과 내수시장 확대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의 투자환경이 야누스와 같은 두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어느 쪽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시진핑’이라는 여의주를 문 중국은 계속해서 하늘로 오를 수 있을 것인가. 포춘코리아가 중국 경제정책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천하이 중국 부대사를 만났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천하이 주한 중국 부대사는 환하게 웃으며 대사관 접견실로 들어섰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진지한 모습으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는 겸손했으나 인터뷰 내내 자신있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천하이 부대사는 *항룡유회의 지혜를 말했다. 성장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성숙을 고민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인터뷰 중 그는 자세를 앞으로 기울이며 집중해서 들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기자의 눈을 놓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자신감과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내실화를 꾀할 때죠. 수교 20년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5년,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천하이 부대사는 인터뷰가 진행된 접견실 자리에 앉자마자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부터 내비쳤다. “최근 양국 정상은 서로 특사를 파견하고 서신과 전화통화를 주고받는 등 긴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고위급 교류를 계기로 양국 관계와 국제문제, 지역문제에 관해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입니다.”
정상회담 성사 시기에 대해서는 “시진핑 주석은 이른 시일 안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시길 이미 요청했습니다”라는 말로 대답했다. 이를수록 좋다는 의미로 보인다.
천 부대사는 정상회담 현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새로운 성장동력을 함께 창출해 나가는 문제와 한-중FTA 추진,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상호신뢰를 어떻게 강화해 나갈 수 있을 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겠죠. 작년 인적 교류 규모가 7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인적 교류는 물론 역사, 문화 분야까지 교류를 확대해서 인문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천 부대사가 생각하는 현안 중 FTA에 대해 추가 답변을 듣기 위해 중국이 서둘렀던 한-중-일 FTA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미국 주도하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 Pacific Partnership Agreement)이 요즘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새로운 국제무역 협상카드로 제시되고 있다고 던져봤다. 그의 답변은 간결했다. “자유무역은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왕래를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은 주요국들과의 자유무역을 앞장서서 진행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중국도 WTO에 가입한 지 10년이 넘었고 세계 무역질서와 환경에 따라 여러 전략을 가지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TPP나 FTA뿐 아니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시 마찬가지죠.”
중국은 지금 미국과 일본 주도의 TPP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본의 TPP 참여를 일본 의회에 요청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이러한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시아 경제영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중국이 우려하는 이유는 TPP 성사를 통해 수출에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도 연내 양자, 다자 간 자유무역협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천 부대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여러 번 자세를 고쳐 앉았다. 화제 전환을 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이끄는 중국 경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물었다. “ 2013년은 중국이 ‘12차 5개년 계획’을 계승하고 · 발전시키는 데 있어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전면적 소강사회(2020년까지 국내 총생산과 1인당 평균 소득을 2010년 대비 2배로 늘려 중국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는 사회) 건설을 위해 기초를 다지는 해이기도 합니다. 양회에서 제시했듯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7.5%,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5%정도로 유지하고 도시 실업률은 4.6%로 낮추는 것이 경제 목표입니다.”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천 부대사에게 “양보다는 질을 중시할 것이란 대다수의 예상이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역시 민생경제를 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는데요”라고 추가 질문을 했다. 노련미가 풍기는 천 부대사지만 중국 최고 지도자와 관련한 질문에는 “음…그러니까…저기…”를 반복하며 신중하게 답변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겁니다. 정책의 연속성,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정책의 선제성과 목표성, 유연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 현대화의 모든 성과는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토대로 이뤄진 것입니다. 경제가 발전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습니다. 발전은 여전히 중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입니다. 총체적인 지역개발 전략을 심도 있게 추진하고 지역 경제가 조화롭게 발전하도록 할 것입니다. 생태문명 건설과 환경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녹색성장, 순환적 성장, 저탄소 성장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에너지 자원의 절약과 순환적 이용의 추진, 오염방지 조치도 강화할 부분입니다.” 천 부대사의 말처럼 안정적인 지역 균형 개발과 함께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는 기업 투자자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에게 큰 관심사다. 15억 명의 소비자가 기다리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동부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과 부동산 가격 불안정 등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철수한 사례가 떠올랐다.
천 부대사의 생각은 포춘코리아 4월호에 실린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분석과 비슷했다. 당시 조 센터장은 “인건비 상승은 구매력 상승과 같다”고 진단했다. 천 부대사는 “금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중국의 경영환경 악화를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중국의 외국인 투자환경은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고 있습니다.‘악화’의 경우는 일부 외국 기업들의 자체적인 경영문제이거나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는 견해였습니다. 저도 이런 분석에 동감합니다. 빠르게 성장한 중국경제는 노동, 세수입, 보험, 환경 등의 정책 변화가 필연적입니다. 반면에 최근 중국의 외국인 투자분야는 점차 확대되고 있고 투자 편리화 수준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외국투자관련법을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영환경의 변화 사례를 우리나라의 경우로 한정 지어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경영환경이나 투자환경이 좋아지고 있고 또 매력적이라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잘 설명해 줍니다. 우선 2012년 중국이 사용한 한국 자본은 30억 3,000만 달러입니다. 전년 동기대비 19.1%증가했죠. 세계 경제 성장이 힘을 잃고 국제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중국 투자가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줍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야반도주’는 가공무역을 하는 일부 중소기업들의 사례입니다. 이들 기업은 경제환경 변화에 비교적 민감하고 적응능력과 준비가 부족한 기업이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 현대, SK, LG,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투자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중국에서 경영실적이 양호하고 중국 시장은 이들 대기업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대기업의 투자 이야기에 덧붙여 천 부대사에게 서부 대개발에 대해 물었다. 이미 삼성전자가 산시성의 시안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외국기업들 중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가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베이징뿐 아니라 서부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했습니다. 서부 지역에 진출한 이들 기업은 이미 내수 시장, 자원, 노동력, 인재, 생산원가 부문에서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저는 이랜드그룹이 인상적입니다. 초기에 진출해서 아주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죠. 규모 면에서도 중국에 진출한 패션기업 중 2위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 흐름을 잘 포착하고 민감하며 신속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천 부대사의 다음 미팅 일정 때문에 공보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좌불안석이었다. 하지만 천 부대사는 말을 이어갔다. “2012년에 중국은 처음으로 내수소비가 투자를 제치고 경제성장의 최대 동력이 됐습니다. 중국은 소비수준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축률도 높습니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 주민들의 저축 잔고는 40조 위안(약 7,000조 원)이나 됩니다. 또 새로운 차세대 제품의 수요와 서비스 수요,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왕성하고 잠재력 역시 큽니다. 지역불균형 해소를 통한 주민 소득 증대, 사회 보장 개선, 도시화 추진은 소비잠재력을 더욱 촉진시킬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수 시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서 공동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천 부대사의 말처럼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어 온 공업 대신 그 자리를 내수가 차지할 것이라 말한다. 물론 천 부대사가 내수 시장 확대 근거로 제시한 저축 잔고에 대한 다른 견해도 있다. 푸단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40조 위안에 달하는 저축 잔액 중 정부와 기업 그리고 상위 10% 부자들의 비중이 92%다. 저축잔액이 소비잠재력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의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 북한의 동태를 떠 올리며 “북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한반도 정세는 복잡하고 민감합니다.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중국은 남북한을 포함한 당사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정세를 긴장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않아야 합니다”라며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당사국들의 관심사를 균형있게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진핑 주석의 생각을 설명했다.
한반도 정세는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세계 국가들에게 ‘중국의 리더십’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시험무대로 평가된다. 중국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국제무대에서 성장에 걸 맞은 리더십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항룡유회(亢龍有悔)- 하늘에 오른 용은 뉘우침이 있다는 뜻.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듯이, 부귀(富貴)가 극에 이르면 몰락(沒落)할 위험(危險)이 있음을 경계(警戒)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