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피자로 가장 유명한 남자는 어떻게 정치와 미디어로부터 위험을 배웠을까?
By James Bandler with Doris Burke
우리 뒤의 철문이 닫히자, 존 슈내터 John Schnatter가 자갈이 깔린 진입로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Cadillac Escalade 를 몰고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파파존스 인터내셔널 Papa John’s International 의 설립자이자 CEO다. 차는 곧 루이스빌 Louisville 외곽에 위치한 그의 저택에 도착했다. 필자는 “우와! 집에 해자(垓子)가 있네요!”라고 소리쳤다.
슈내터는 침울하게 “해자가 아니라 그냥 연못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의문의 연못은 2만 2,000㎡에 달하는 대저택의 한쪽 옆을 차지하고 있다. 도개교(跳開橋)는 아니지만 작은 구름다리가 물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SUV에서 내려 정문으로 걸어갔다. 슈내터는 “빨리 둘러봅시다. 그러고 나서 차고를 보여줄게요”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나를 집에 초대한 이유가 이것인가?’ ‘차고를 보여주려고?’ 나는 훨씬 웅장하고 넓은 곳을 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1세의 슈내터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요즘 좀처럼 사업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슈내터는 피자 배달 시간보다 빨리 집을 구경시켜주려고 했다. 그는 자동차 엔진까지 켜 두었다.
미국에서 피자로 가장 유명한 남자가 왜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할까? 이 순간에도 파파존스의 오븐에선 피자가 날아다니고 있다. 작년에 4,000번째 매장이 문을 열었다. 주식은 사상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도 존 슈내터는 무언가에 시달리고 쫓기는 사람처럼 보인다.
지난해 12월 어느 날, 그는 사무실에 도착해 루이스빌 주간신문을 보았다. 표지엔 그를 닮은 그림과 함께 ‘루저빌(Loserville)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써 있었다. 기사는 그를 ‘대저택에 자동차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을 속이는 많은 수전노 CEO 중 한 명’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코미디언들이 그와 피자에 대해 말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언사였다.
11월 슈내터가 오바마케어로 인한 건강보험 의무 제공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삭감할 것이라고 보도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슈내터가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짧은 발언은 왜곡 돼 즉각 대중매체와 온라인에 퍼졌고, 거의 ‘기정 사실’이 됐다. 갑자기 슈내터는 기업의 이기심과 탐욕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재벌이 되었다. 파파존스 주식은 9% 폭락했고, 회사의 PR 업무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이 논란이 가라앉을 즈음인 1월, 빌 마헤르 Bill Maher가 뉴욕타임스에 모호한 사설을 실어 다시 불을 지폈다. 그는 ‘더럽게 돈이 많은 파파존스 설립자 존 슈내터는 오바마케어 비용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럴 때 보통 보이콧(불매운동)을 주장하지만 파파존스를 보이콧하는건 슬픔을 보이콧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파파존스를 좋아해서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도미노 피자가 마약 상점에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먹는 것이다’라고 썼다.
이 기사는 파파 존 슈내터가 깨달은 교훈에 관한 이야기다. 눈부신 커리어를 쌓고 쉽게 정치에 발을 담글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호된 시련을 겪은 억만장자의 이야기다. 평생을 자기 뜻대로 해온 이 완벽주의자는 갑자기 자신이 사랑하고 의지해 온 평판과 이미지를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중매체의 강풍에 휘말린 여러 인물들처럼, 슈내터도 PR의 ‘어두운 기술’을 잘 활용하는 귀재에게 의지했다. 그와 스벵갈리 Svengali *역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해 나쁜 짓을 하게 할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는 파파존스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쫓기 위해 변호사를 끌어들여 역습을 모의하기 시작했다. 과연 반격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파파 존은 KFC의 샌더스 대령 Colonel Sanders이나 웬디스의 데이브 토머스 Dave Thomas만큼 상징적인 인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패스트푸드 회사의 상징이 된 설립자의 전형에 딱 부합하는 사람이다. 존 슈내터(‘슈노터’라고 발음한다)는 거의 30년 동안 피자 헛과 도미노 다음으로 큰 전 세계 피자 체인을 이끌며 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CEO와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품질 관리를 책임지고, 기업 문화를 수호하며, 수석 대변인 역할도 하고 있다.
슈내터는 자신감과 끈기라는 자신만의 자산을 앞세워 1984년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도미노 피자 매장 뒤 쓰레기통에서 물에 젖은 고객 명단을 찾아냈다. 그리고 고객들의 주소를 복사한 뒤 일일이 찾아 다니며 자신의 피자를 먹어보라고 설득했다. 곧 슈내터는 열정을 기울인다면 ‘신출내기’ 파파존스가 대기업으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젠 파파존스는 절대 ‘반짝 스타’라고 할 수 없다. 파파존스 제국은 칠레에서 중국까지 뻗어 있다. 파파존스는 직영점과 가맹점을 통틀어 약 8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연간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슈내터는 수줍음이 많고 말실수도 잦지만-그는 SAT 구두시험에서 800점 만점에 200점을 맞았다고 한다?의외로 훌륭한 대변인이다. 파파존스의 유명 광고들을 보면 슈내터는 유명한 운동 선수나 연예인의 들러리로 자주 등장한다. 한 광고에서 덴버 브롱코스 Denver Broncos 의 쿼터백 페이턴 매닝 Peyton Manning 은 ‘자발적으로’ 공짜 피자를 100만 개 더 달라고 슈내터를 설득했다. 오랫동안 방영한 또 다른 광고에선 ‘파파가 집에 오다’라는 광고문구를 배경으로 슈내터가 일반인들에게 피자를 배달했다.
광고가 효과를 거두는 이유는 무엇보다 슈내터가 호감을 주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슈내터도 처음에는 피자 전문점으로 연간 5만 달러를 버는 꿈을 가진 사람일 뿐이었다. 현재 그의 회사 주식 가치는 3억 1,000만 달러에 달한다. 많은 설립자들처럼 그도 피자를 먹고 난 후 오는 속쓰림이나 뱃살보다 더 큰 사회적 공헌을 하고 싶은 업적지향형 인간이다. 파파존스는 본사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샐러드 바와 걷기 코스를 갖춘 세 개의 체육관을 지었다. 루이스빌 곳곳에서 슈내터의 자선활동 흔적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슈내터 부부는 동물원에 150만 달러를 기부했고, 루이스빌 대학교에 5만 5,000석을 갖춘 파파존스 카디널 경기장(Cardinal Stadium)을 짓기도 했다.
그중 그가 가장 많은 사랑과 집착을 보인 것은 자택 건설이었다. 설계에만 수년이 걸렸다. 수백 년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집을 만들기 위해 공학기술에 돈을 투자했다. 또 프랑스의 우아함이 있다고 생각한 경사진 스타일로 지붕을 만들었다. 이웃을 짜증나게 하지 않기 위해 비교적 저층으로 집을 짓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하에 영화관과 차고를 설치했다.
슈내터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의 집을 성공의 상징이 아닌 부끄러움의 증거로 만들려고 했다. 물론 그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 전략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왼쪽으로’ 파파존스 본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인사담당자의 사무실 벽에 붙은 문구를 보고 혼란스러웠다. 최근 사건 때문에 슈내터의 정치적 성향이 바뀌었나?
누군가가 금방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었다. ‘왼쪽으로’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슬로건이었다. 슈내터는 1985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인디애나 주의 제퍼슨빌 Jeffersonville에 있는 바 ‘믹스 라운지 Mick’s Lounge’를 빚더미 상태로 자신에게 남겼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장례식 후 슈내터는 슬픔과 두려움을 안고 바에 들어갔다. 그는 오른쪽으로 가서 바에 앉아 슬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왼쪽으로 가서 더 힘든 일에 매진하면서 파파존스 피자 1호점을 만들기 위해서 온힘을 다하여 계획을 구상했다. 그때 얻은 교훈은 ‘불확실할 때 어려운 길을 택하라’는 것이었다. ‘왼쪽으로’는 바로 그런 뜻을 담고 있었다.
파파존스의 회사 슬로건은 거의 모두 설립자의 인생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모든 경영자들은 슈내터의 외할아버지 파파우 Papaw가 기본을 중시하고, 지름길과 부채를 피해 세 가지 사업을 성공시킨 이야기를 듣게 된다. 또 슈내터의 아버지 로버트가 반대 방향을 택해 파산을 맞았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도 듣는다. 슈내터의 고교 야구 코치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도 있다. 그는 팀 빌딩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서 직원들을 상대로 몸집이 작은 유격수였던 슈내터가 보인 끈기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슈내터는 자신이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좋아하지만?파파존스는 그가 실제 경영에서 두 번 물러났을 때 위기를 맞았다?이것이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이 아첨하는 직원 무리를 만들었다는 비난 기사를 읽고 스스로 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왕이 아니라 자비로운 코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내가 나서지 않아도 세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난데없이 모교 야구팀이 이기는 방법에 관한 통계를 줄줄 외었다. 그는 “최다 포구와 최소 실책 기록을 여전히 내가 갖고 있다. 105차례 공을 잡았는데 실수는 여섯 번에 불과했다. 나는 실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매우 신경이 날카롭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가 현재 처한 곤경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이 일을 망치면 당당히 자신의 실수라고 내게 말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짜증나는 점은 아직도 실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존 슈내터가 작년 봄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밋 롬니를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을 때 시작됐다. 슈내터는 켄터키 대학교 농구팀 코치인 친구 존 칼리파리 John alipari를 위해 호의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화당원으로 등록한 슈내터는 롬니를 몰랐지만 그의 경험에 감명 받았다.
두 사람은 피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모펀드 회사 베인 캐피털 Bain Capital 은 롬니가 일할 당시 도미노를 인수했다. 조지 부시를 후원했던 슈내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방향에 대해서도 걱정이 커지고 있었다. 그는 2012년 직원들에게 “지난 몇 년간은 미국의 건국이념이 위협받은 해였다”고 말했다. 4월 19일 약 300명의 롬니 지지자들은 슈내터의 저택 뒤편 테라스에 모였다. 롬니는 10분 간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멕시코와 영국,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들을 모욕했다(이 장면은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됐다). 하지만 슈내터가 가장 욕을 먹은 건 롬니의 연설 도입부 때문이었다.
아이보리색 요트 바지와 새들 슈즈를 신은 롬니는 “피자로 이 모든 것을 이루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라고 소리쳤다. 그는 전형적인 지배층이 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정원, 수영장, 골프코스, 정말 멋있는 집이네요! 아마 민주당원이 와서 여기를 둘러본다면 아무도 이런 곳에서 살면 안 된다고 말할 겁니다.” 롬니는 호응하는 웃음소리를 뚫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원이 이곳에 오면 모두가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겠죠!”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거듭되는 롬니의 말실수 때문에 켄터키 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금방 묻혔다. 불행히도 슈내터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롬니는 자신을 초대한 집주인의 재산에 무심코 주의를 기울였다가, 그를 대통령 선거의 정중앙에 놓고 조준한 꼴이 되고 말았다.
보통 사람의 이미지로 수백억 달러 가치의 회사를 만든 슈내터가 상위 1%의 스니델리 휘플래시 Snidely Whiplash *역주: 애니메이션 ‘로키와 불윙클’에 등장하는 악당로 역할이 바뀌는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었다.
악의 없는 질문도 또 하나의 발단이 됐다. 지난해 8월 실적 발표 때 한 애널리스트가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으로 파파존스의 가격이 어떤 영향을 받겠느냐고 물었다. 슈내터는 영향을 가볍게 보고, 평균 배달 비용의 약 십 분의 일(피자 한 개당 11~14센트)이 들 거라고 예측했다. 그는 파파존스는 새로운 법을 지지하지 않지만 오바마케어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사업적인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이었다.
모든 좌·우파 매스컴이 이 발언에 달려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폭스 비즈니스 Fox Business 뉴스의 앵커는 “곧 피자 값을 더 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덕분에!”라고 말했다. 좌파도 슈내터는 직원 건강 보험을 위해 내는 돈이 아까워서 200만 개의 무료 피자를 제공하는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슈내터가 실제로 불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상관이 없었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 Stephen Colbert 는 극우파 인물을 연기하며 회사와 제품을 공격했다. “파파존스 피자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은 때나 주문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 물통에서 익사한 너구리 엉덩이 같은 맛을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오바마가 이 뜨거운 똥 파이에 15센트씩 더 내라고 한다. 차라리 15센트를 삼켜라. 그러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슈내터와 팀원들은 현명한 대응 방법을 논의했다. 슈내터가 너구리 모자를 쓰고 콜버트 리포트 Colbert Report에 출연하는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조용히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선 다음 날인 11월 7일 슈내터는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 Naples에 소재한 자신의 별장에 있었다. 한 친구가 인근 대학 학생들에게 연설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슈내터는 동의했다. 커리어에 대한 여러 질문을 받은 후 한 학생으로부터 오바마케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슈내터는 이것이 민감한 주제라는 점을 알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좋은 소식은 전국민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것에 찬성한다. 우리 모두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나는 이 방법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할 것이다. 내가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다른 사람들이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슈내터는 네이플스 데일리 뉴스 기자가 ‘보험 비용을 피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줄여 직원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할 계획이냐’고 물었을 때 한방 먹었다고 생각했다. 대답을 피했지만 기자는 계속 가맹점 점주들이 정규근무 시간을 줄일 것이냐고 질문했다. 슈내터는 “이건 상식이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lose-lose)”고 대답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단어에서 그의 의견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그의 말을 인용한 기사도 정확했다. 하지만 표제는 슈내터가 관리할 수 없는 가맹점들이 아닌 파파존스 본사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려 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줬다. 이 오해는 웹상에서 빠르게 그의 실수로 굳어졌다. 이틀 후 허핑턴 포스트 Huffington Post 는 ‘파파존스의 CEO 존 슈내터, 오바마케어에 대응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줄일 계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진보적인 블로고스피어 blogosphere *역주: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처럼 블로그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블로그들의 집합가 뒤집어졌다. 이야기는 ‘복수심에 불타는 공화당원 CEO가 오바마가 재선하면 근로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자신의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을 처벌하고 있다’로 흘러갔다. 오바마케어로 인해 피자 가격이 11~14센트 오를 것이라는 슈내터의 발언은 모금행사 동영상과 함께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한편 슈내터는 집에서 부인과 함께 근무 시간을 줄이겠다는 말을 진짜 했는지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는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 후 며칠 동안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지면서 그의 분노와 흥분이 커져갔다. 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 오보를 바로잡는 성명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한 고위 임원이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며칠간 회사는 침묵을 지켰다.
화요일쯤 되자 이야기는 완전히 폭발했다. 모든 매체가 슈내터의 오바마케어 반대 활동을 보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슈내터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그가 성처럼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호화스럽게 살기 위해 직원들을 부려먹는다는 주장이었다. MSNBC의 에드 슐츠 Ed Schultz 는 슈내터가 차고에 22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슐츠는 관련 코멘트를 구하는 전화에 답신을 하지 않았다).
파파존스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비난 글이 넘쳐났다. 며칠 동안 약 2만 개의 악성 트윗 글이 올라왔다. 슈내터는 광고인 조던 치머만 Jordan Zimmerman을 플로리다로 불러 PR팀 전략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치머만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을 추천할 수 있었을까? 그는 아주 적합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마이클 시트릭 Michael Sitrick이 탄 걸프스트림 200이 루이스빌 강 건너에 위치한 클라크 Clark 지역 공항 활주로에 천천히 착륙했다. 수척한 늑대 같은 남자가 내렸다. PR계의 윈스턴 울프 Winston Wolf가 도착했다. 기억할진 모르겠지만 윈스턴 울프는 영화 ‘펄프 픽션 Pulp Fiction’에 등장하는 해결사다. 하비 카이텔 Harvey Keitel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살인청부업자들이 남긴 유혈 낭자한 현장을 깨끗이 수습한다. 올해 65세의 시트릭은 기업, 유명인 등이 벌인 문제를 수습하는 인물이다. PR을 싸움으로 받아들이길 거부하지 않는 전략가다. 수년간 HP 회장이었던 고(故) 퍼트리샤 던 Patricia Dunn , 로이 디즈니 Roy Disney, 러시 림보 Rush Limbaugh , 마이클 빅 Michael Vick , 알렉스 로드리게스 Alex Rodriguez, 로스앤젤레스 대교구, 사이언톨로지교 등이 그의 고객이었다.
시트릭이 보기에 파파존스의 문제는 비교적 간단했다. 시트릭은 슈내터에게 “정보를 수정해라.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에게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슈내터에게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네이플스 데일리 뉴스의 기자가 그의 발언을 녹음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녹음이 그의 이야기를 입증했다. 시트릭과 슈내터는 슈내터의 이름으로 허핑턴포스트에 실을 반박문을 작성했다. 기사는 파파존스가 이미 모든 정규직·계약직 직원들에게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었다(사실 6%의 매장 직원들만이 보험에 가입했다. 컨슈머 리포트 Consumer Report *역주: 미국 소비자협회가 발간하는 월간지는 파파존스의 보험을 “쓸모없는 보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파파존스는 부모의 보험이 적용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종사하는 산업에서 이 비율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대안을 찾는 중이며 2014년까지 보험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후 몇 주 동안 시트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투했다. 특이하게도 영국의 마케팅 리서치 회사 유고브 YouGov가 가장 큰 위협이 됐다. 유고브는 논란이 일어나 파파존스 브랜드가 심한 손해를 입었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하지만 더 광범위한 연구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이 연구 결과는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파파존스 같은 고객들에게만 제공됐다).
시트릭은 거듭해서 작은 불들을 꺼야 했다. 기자들에게 비판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긍정적 연구결과도 공평하게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블로거들은 계속 파파존스의 평판이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시트릭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였다. 시트릭의 지시에 따라 파파존스는 런던의 변호사를 고용했다. 변호사는 기사를 정정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유고브에 통보했다.
수 주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유고브는 ‘통계적으로 중요하진 않지만’ 파파존스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사실을 다른 연구를 통해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위협으로 얻어낸 반강제적인 양보였지만 슈내터에겐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시트릭은 편지를 쓰고 또 썼다. 시간당 895달러를 받는 PR 사령관의 눈에 포착되지 않는 블로거는 없었다.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정보를 수정했다. 기자들이 슈내터를 인터뷰할 때마다 시트릭은 진행 과정을 조율하기 위해 제트기를 타고 루이스빌로 날아왔다.
파파 존과 마이클 시트릭은 나와 함께 지하실에 있었다. 대저택 투어의 클라이맥스였다. 정말로 빨리 끝낸 투어였다. 파파존스의 유니폼인 빨간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슈내터는 우리를 베르사유궁전보다 약간 덜 화려한 실내로 안내했다. 우린 약 16피트 높이의 체스터 필드 대머리 독수리 동상을 서둘러 지나갔다. 라파엘로의 ‘미덕의 알레고리(Four Virtues)’의 복제화(슈내터가 주문해 만들었다)가 있는 식당도 바삐 지나쳤다(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네 가지 미덕은 자제력, 믿음, 책임감, 희망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이번 방문에서 그중 첫 번째 미덕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내 장식과 예술작품들은 자제력과 약간 거리가 있어 보였다). 천장이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부엌과 거실을 통과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Bellagio 호텔 통로를 모델로 설계한 지하 터널을 질주했다. 벽면에는 볼로냐 Bologna의 거리풍경이 실제 크기로 그려져 있었다.
마침내 차고에 도착했다. 그가 서재를 빼고 포춘의 사진 촬영을 허락한 유일한 곳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그 차고에는 22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없었다. 여섯 대도 못 들어갈 정도의 규모였다. 자동차 엘리베이터도, 리무진을 운반하는 턴테이블 *역주: 차량의 방향을 전환하는 회전식 설비도 그곳에는 없었다.
슈내터는 스스로 ‘미디어의 계략’이라고 생각한 것을 공개했다. 그는 방이 17개 딸린 대저택과 4개의 퍼팅 그린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차고에는 4대의 차밖에 없었다. 필자는 비디오카메라를 켜보았지만 찍을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보행기 몇 개, 자전거, 터널을 통과할 때 쓰는 세발자전거, 승용차 몇 대가 전부였다. 나는 눈을 비볐다. 저 에스컬레이드가 슈내터가 집 앞에 시동을 켜두고 온 그 차인가? 마법처럼 그 차가 우리를 데려가기 위해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터널을 빠져 나왔다.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슈내터는 저널리스트를 무사히 집에 데려 왔다가 다시 내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뜨거운 피자를 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빨랐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파파존스가 오바마케어 때문에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일 계획이라는 기사가 나오자 인터넷이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내터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