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은 모바일 기기에 둘러싸여 잔뼈가 굵어오면서 최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소프트웨어에도 어지간해서는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Z세대는 다르다. 모바일 기기를 넘어 로봇의 세상에서 성장할 것이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매일 전자기기를 만지고, 전자기기와 소통한다. 눈만 뜨면 부모의 아이패드나 아동용 태블릿 PC 리프패드(LeafPad)를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교육용 장난감 제조기업 립프로그의 아동발달 전문가 조디 셔먼 레보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경우 터치스크린으로 직관적 상호작용을 배우고 있어요."
이런 상호작용은 과거처럼 단순한 접촉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성 인식, 안면 인식 등의 기술 덕분에 전자기기에 말을 할 수도, 전자기기의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이런 사회적 관계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기술에 대한 인식은 부모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전자기기는 단순히 오락이나 업무용 도구가 아니다. 친구이자 선생님이며, 동료이자 애인이다.
지난해 미국 보스턴 소재 연구기업 래티튜드의 연구팀은 로봇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보라고 아이들에게 주문했다. 그러자 64%가 사회성을 갖춘 휴머노이드를 떠올렸다. 이들은 로봇이 하인이나 조수가 아닌 선생님, 동료, 친구의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Z세대의 아이들은 최첨단 가정용 로봇을 실제로 접할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구현할 기술들은 장난감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할 개연성이 크다. 예로부터 장난감은 혁신기술의 시험대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작년 가을 완구기업 해즈브로가 가속도계 등의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말하고, 행동하며, 성격까지 진화하는 스마트 인형 '퍼비(Furby)'의 최신 모델을 내놓은 바 있다. 아이들의 인형을 다루는 방식에 맞춰 성격이 결정되는 제품이다. 올해에도 미국 로보티브의 '로모(Romo)', 와우위의 '로보미(RoboMe)'처럼 스마트폰을 중앙처리장치(CPU)로 장치로 활용하는 로봇 장난감들이 다수 선보였다.
이렇듯 로봇과 함께 성장한 아이들은 또 다른 로봇공학 기술 혁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처음에는 연구실에서 이뤄지다가 지금은 코드를 읽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로봇 개발도 갈수록 대중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미 오늘날의 로보틱 플랫폼들은 오픈소스로 일반에 공개돼 있다. 이들을 활용하면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개발자도구(SDK)와 다를 바 없이 개발자들이 로봇을 도화지 삼아 앱 개발이 가능하다. 중고등학생 소년·소녀들이 모바일 앱을 개발, 대박을 터뜨리듯 앞으로는 그 또래의 아이들이 로봇 앱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이때는 헬스 트레이너가 필요하거나 영어 강사를 구할 때, 아니면 대화상대가 절실히 필요할 때 앱을 다운로드 받기만 하면 된다. 그런 시대가 분명히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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