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비가 오면 편의점에서 우산이 잘 안 팔린다. 하지만 오후부터 비가 오면 우산매출이급증한다.” ‘날씨경영 전도사’ 김동식 케이웨더 사장이 날씨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크게 높인 기업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 대기업에서 떡볶이 가게까지 업종도 규모도 다양하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지난 5월 9일. 기자는 우산을 들고 출근했다. 케이웨더 앱에서 이날 저녁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기 때문이다. 마침 김동식 사장을 만나는 날이라 이날 날씨를 얼마나 잘 맞히는지 궁금했다. 예보대로 비가 내렸다. 시간이 약간 앞당겨져 오전부터 내렸지만 덕분에 우산을 준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3시. 기자는 서울 구로디지털 단지 내에 위치한 케이웨더 본사로 찾아가 김 사장을 만났다. 날씨 얘기를 꺼내자, 김 대표는 “오늘 날씨 예보가 조금 틀려 민망하다”며 말문을 띄웠다. 그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김 사장은 날씨경영 전도사답게 막힘 없이 술술 메시지를 전달했다. 케이웨더를 설립한 이야기부터 2011년 기상산업진흥법이 통과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한 듯 이야기가 매끄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없던 날씨 정보 시장을 만들면서, 김 사장은 기상청을 비롯한 정부부처, 언론, 기업 등을 상대로 끊임없이 날씨 경영을 설파해오고 있다. 김 사장이 최근 ‘날씨 읽어주는 CEO’라는 책을 낸 것도 그 일환이다. 날씨 경영을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례를 알리기 위함이다. 앞 부분에는 자신의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넣었다. 다음은 김 사장이 전하는 주요 성공사례 세 가지다.
날씨가 영업상무보다낫다
제일모직 남성 캐주얼 부문은 2010년 봄과 여름에 재미를 못 봤다. 이 시기 주력상품인 반팔 티셔츠가 잘 팔리지 않고 재고가 많이 남았다. 지난겨울에 이상한파가 3~4월까지 이어지며 사람들이 오랫동안 겨울 옷을 입고 다닌 탓이다. 날씨로 인한 기회손실이 발생하자 제일모직 측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제일모직 측은 8월 기후예측팀을 구성해 케이웨더와 함께 날씨 마케팅에 들어갔다. 먼저 과거 5년간 기온, 강수량, 날씨 정보와 주요 아이템이 갖는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겨울과 봄 상품 기획에 착수했다. ‘2011년 1월 장기간에 걸쳐 이상한파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 아래 다운과 패딩점퍼, 외투를 평소보다 1만 장씩 추가 생산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겨울 외투 매출은 전년 대비 65%, 간절기 아이템으로 내놓은 내피 탈부착 점퍼와 패딩코트 매출이 94% 늘었다. 김 사장은 말한다. “의류업계는 특히 간절기 날씨에 민감합니다. 이때 얼마나 더우냐 혹은 추우냐에 따라 사람들이 옷을 준비하죠. 한여름에 더운 것보다 간절기에 더운 게 여름 옷 파는 데는 더 도움이 됩니다. 의류업계는 이 간절기가 언제 시작되느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제일모직은 지난해에도 시즌 시기를 잘 맞춰서 판매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밥도 날씨를 만나면 명품이 된다
‘봉달이 명품김밥전문점’은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10㎡ (3평) 크기의 작은 식당이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봉자 사장은 ‘맛 없으면 공짜’라는 홍보문구를 내걸 정도로 맛에 자신이 있다. 비결은 날씨다. 김 씨는 매일 아침 기상청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날씨정보를 파악한다. 둔산동과 정림동의 기온과 우천 여부, 나들이 지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그날의 주문량을 예상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식재료를 주문하고 김밥 생산량을 조절한다. 주말에 날씨가 맑을 예정이면 식재료 주문량을 평소보다 70% 더 주문하고, 비가 온다고 하면 재료 주문을 50% 줄인다. 기온이 15도를 넘을 때부터 매출이 상승하며, 30도를 넘어서면 줄어든다. 날씨에 따라 손님들이 주문하는 메뉴도 달라진다고 한다. 비가 올 때는 기름기 있는 음식이 인기여서, 족발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이 잘 팔린다.
이 같은 예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료 준비를 알차게 할 수 있게 됐다. 폐기되는 재료를 줄여 원가절감 효과를 봤다. 신선한 재료를 쓰니 맛도 좋다. 이 가게는 날씨정보를 활용하기 전과 후 매출이 자그마치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김동식 사장은 말한다. “김봉자 사장은 ‘날씨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라고 말할 정도로 날씨 정보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김밥집도 날씨 경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콜라와 사이다의 운명은 25도에서 갈린다
탄산음료는 섭씨 18도부터 잘 팔리기 시작해 25도가 넘으면 판매량이 급증한다. 특히 콜라는 25도에서 1도씩 오를 때마다 매출이 약 15%가량 느는 반면 사이다는 이보다 적은 10%씩 늘어난다. 캔커피는 25도에서 1도씩 오를 때마다 18% 비율로 판매량이 증가해 30도 가까이 이르면 판매량이 급증한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 세븐은 이 같은 날씨와 판매량 데이터를 직접 구축해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일찌감치 날씨 경영을 도입했다. 1998년부터 날씨, 기온, 강수 확률과 지속시간 등 상세한 정보를 세세하게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가 내릴 때에도 오전이냐 오후냐에 따라 재고 확보나 진열 방법이 달라진다. 오전에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출근길에 우산을 가져오지만, 오후에 비가 오면 편의점에서 급하게 우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여름철 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날씨가 맑다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전달되면 도시락, 김밥, 아이스크림, 음료 등의 발주량을 10~15% 줄인다. 하지만 건물 안에 위치한 매장은 오히려 발주량을 늘린다. 비를 피해 실내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손님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넘는 날씨에는 1,000원짜리 얼음컵 아이스음료가 불티나게 팔린다. 비가 며칠간 연이어 내리는 날에는 부침가루와 식용류 매출이 30%가량 는다. ‘비오는 날에는 빈대떡’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1998년 날씨 경영을 도입한 이후 2년 만에 점포당 평균 판매액이 2배가량 늘었다. 날씨에 민감한 상품은 매출 신장세가 더욱 컸다. 김밥 4.7배, 어묵 4.7배, 우산은 2.9배 늘었다. 날씨 정보에 맞춰 물량을 미리 준비하고 배치한 덕분이다. 김 사장은 말한다.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주요 요소는 경제 현황과 현재 판매량 추세, 그리고 날씨입니다. 메릴린치의 한 유통분석가가 한 말입니다. 패밀리마트의 날씨 경영은 이를 잘 보여주는 기업 사례라 할 수 있죠.”
김 사장은 MIT 박사과정을 중간에 접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경영을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체화하고 실현해내는 데 큰 도전의식과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케이웨더는 김 사장의 이 같은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고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