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집권하면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새 정부의 목표로 내세웠다. ‘중국의 꿈’ 핵심은 GDP와 국민 1인당 소득의 동반성장이다. ‘중국의 꿈’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소비·도시·환경의 ‘3C’이다. 이는 투자주도에서 소비주도로 성장 모형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에도 이제 꿈이 생겼다. 미국에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있다면 중국에는 ‘차이나 드림(China‘s Dream)’이 있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은 집권하면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새 정부의 목표로 내세웠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국정 아젠다를 말할 때 매우 추상적인 단어를 쓴다. 장쩌민은 ‘3개 대표론(3個代表論)’을, 후진타오는 ‘조화(調和)사회’를 내세웠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모두들 황당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당시 중국의 시대적 고민을 매우 잘 반영한 역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쩌민의 3개 대표론은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 되라”는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論)을 가장 잘 실천한 성공한 붉은 기업가들을 공산당으로 편입하는 조치였고, 후진타오의 조화사회는 심각한 양극화를 보인 중국사회를 하나로 통일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시진핑이 말한 중국의 꿈은 도대체 무엇일까? 선문답 같은 화두에 중국 내에서도 말이 많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2020년까지 소득수준을 2배로 올리겠다는 ‘소득배증계획’이다. 중국식 표현으로는 절대빈곤에서 탈피해 부자로 가는 길의 중간단계인 소강(小康)사회단계를 2020년까지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는 연평균 7.2% 성장이면 달성 가능하다. 1분기 중국 GDP가 8%에 못 미치는 7.7%로 발표되자 전 세계 주가가 속락하는 등 쇼크에 빠졌지만 정작 중국은 무덤덤했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로 들어서면서 9~10%에 달했던 고성장의 꿈을 접고 7%보다는 높고 8%보다 낮은 수준이면 된다는 ‘7상8하’의 중속성장을 목표로 세웠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거 30년간 연평균 10%대 고성장을 했고 그 결과 미국에 이어 G2 자리에 올랐지만 일반 국민들의 생활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이는 국가자산의 70%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 10% 성장의 과실 중 7%는 국가가 가져가고 13억5,000만 명인 민간은 3%에 해당하는 성장 과실로 살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 최고 부자지만 국민은 여전히 1인당 소득 100위권에 머무는 가난한 나라가 된 것이다.
물론 공산당과 손잡은 일부 눈치 빠른 붉은 자본가들은 한국 최고 부자인 이건희 회장보다 더 큰 부자가 된 이도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난하다. 지니 계수가 50에 달할 정도로 부의 불평등이 폭발직전 수준이다. 경제가 고성장할수록 이런 모순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 지도자 시진핑의 선택은 성장 속도를 줄이고 분배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중국의 꿈’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의 꿈’ 핵심은 바로 동반성장이다. 한국의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동 번영이지만 중국은 약간 다르다. 중국의 동반성장은 GDP 성장과 국민 1인당 소득의 동반성장이다. 이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공산당이 독점하던 시대를 끝낸다는 것이고 민간으로 분배를 대폭 늘리겠다는 말이다.
‘중국의 꿈’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바로 소비·도시·환경의 ‘3C’이다. 중국 경제를 두 배로 늘리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분배도 두 배로 늘리는 방법은 바로 투자주도에서 소비주도(Consumption)로 성장 모형을 바꾸는 것이다. 소비주도 경제의 구체적인 방안은 바로 도시화이다. 그런데 이 도시화는 과거 30년간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속성 건설한 에너지 과소비와 환경파괴를 통한 ‘땅의 도시화’가 아닌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 중국(美麗中國) 건설인 ‘녹색(Clean) 도시화’다.
중국은 매년 도시화가 1.36%씩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2억6,000만 명의 농민공과 신규로 도시에 진입할 1억4,000만 명의 농촌인구를 합친 4억 명의 농촌인구를 도시민으로 만들고 여기에 1인당 10만 위안 규모의 사회간접자본투자를 하여 총 40조 위안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2년 GDP의 77%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주의 땅을 빼앗아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땅으로 일어선 사회주의 중국이 이젠 그 땅 위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G1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면 중국 도시인구는 8억5,0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의 도시인구 2억8,000만 명, 유럽의 5억5,000만 명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인류 역사상 미국과 유럽을 합한 인구보다 많은 인구가 도시에 산 적이 없다. 이렇게 되면 중국 도시민의 소비가 전 세계 모든 소비재기업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생산공장 중국이 전 세계 소비재시장의 최대 소비자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당장 차이나드림의 수혜업종은 무엇일까? 중국정부의 조직개편에 그 답이 있다. 중국은 새 정부 들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했다. 교통부를 확대 개편하고, 위생인구계획부와 식품안전국을 신설하고 에너지국과 미디어국을 개편했다. 중국의 유통, 유아용품, 음식료, 콘텐츠, 신재생 에너지산업이 수혜업종이다.
중국의 도시화는 대도시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2~3선 도시에 위성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도로교통이 중요하다. 시속 36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철도가 전국을 연결하면 중국은 1일 생활권으로 들어가고 이는 부동산과 유통업에 새로운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 운수교통관련 SOC산업과 유통업이 대박산업이다.
중국은 1978년 이후 ‘1자녀 갖기 운동’으로 4억 명의 인구를 줄였지만 지금 심각한 고령화와 인구부양비율 상승압력에 처해 있다. 그래서 1자녀 갖기 정책을 완화할 움직임이 있다. 만약 제한적으로 라도 2자녀를 허용한다면 지금 연간 1,400만 쌍이 결혼하는 중국에서 유아용품시장과 교육시장은 폭발한다.
중국의 먹거리 시장은 지금 혁명기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먹거리 소비수준이 급속히 높아졌지만 식품안전과 고급화에 있어서 음식료업계의 수준이 못 따라가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고급 음식료품이 중국 소득증가, 도시화와 맞물린 새로운 대박산업이다. 전세계 음식료업체가 모두 중국으로 몰려가는 것은 이유가 있다.
11억 명의 모바일 가입자가 있는 중국은 폐쇄적인 중국정부에 최대 위협이기도 하지만 콘텐츠산업에 있어서는 세계 최대의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 중국 10대 온라인게임의 절반이 한국 게임일 정도로 한국 온라인 콘텐츠 기업에게 중국은 이미 황금시장이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태양광, 풍력발전 생산국이자 투자국이다. 전 세계 신재생 에너지산업이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 중국 풍력발전에 19억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중국 신재생 에너지산업은 시장잠재력이 있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