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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위기 이미 진행중, 벤처와 협력 통한 혁신 이뤄야"

[INTERVIEW] 구본웅 포메이션8 공동대표

구본웅 Brian Koo 포메이션8 공동대표는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의 외아들이다. 대기업 오너 집안의 장남인 그가 ‘대기업의 위기’를 경고하며 벤처캐피털 투자가가 됐다. 그는 얼마 전에는 4억4,8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 펀드를 조성하며 벤처 투자가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벤처 펀드를 이끄는 구 대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가 구상 중인 사업 전략과 벤처·대기업 간의 상생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포메이션8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일반적인 벤처캐피털과 어떤 면에서 다른가?
투자 자금을 모아서 벤처회사에 투자를 하고 수익을 내는 기본적인 틀은 일반 VC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한 회사의 사업 전략, 상품 기획, 영업 등 실제 경영에 직접 개입해서 함께 회사를 키워 나간다. 투자는 실리콘밸리 기업에 하되 투자한 회사의 기술력과 상품이 아시아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핵심 전략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최고의 기술을 아시아라는 매력적인 시장과 연결시켜 정말 글로벌한 산업을 만들고자 한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톱 CEO 중 많은 이들이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어느 분야ㆍ업종에 가장 활발히 투자할 계획인가?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스마트 기업 (Smart Enterprise)물결’이 최대 화두다. 이 스마트 기업은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정보들을 분석하고 소프트웨어에 접목시켜 기존의 산업 인프라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업체들을 일컫는다. 즉, 빅 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있던 산업들에 혁신을 불러오는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과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불러오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하나의 앱 또는 게임을 만든 회사에는 별로 투자할 생각이 없지만, 그런 앱들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개발하는 업체에는 매우 끌린다.


최근 조성한 4억4,800만 달러 규모의 펀드에는 누가 투자했나?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 주력 층(Insider)이 되지 못하면 일류딜은 구경도 못한다. 예를 들어 ‘페이팔 마피아 Paypal Mafia’(페이팔 Paypal을 설립하고 매각한 친구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와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속설도 있다. ‘페이팔 마피아’의 리더들이 모두 우리 펀드에 투자자로 들어와 있다.

대표적으로 ‘파운더스 펀드 Founders Fund’를 운영하는 피터 티엘 Peter Thiel이 있다. 야후를 창업한 제리 양 Jerry Yang, 그리고 이름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도 동참했다. 동부에서는 헤지펀드계의 톱5 리더들을 모두 투자자로 모셔왔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도 가능해졌고 활발한 교류를 통해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들도 새롭게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다수 참여했다고 들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사업 개발을 위해 대기업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LS를 포함해서 NHN, CJ, KT, 세아그룹, 에이티넘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도 각 산업별로 주도적인 가족 기업들이 있어서 그들을 영입 하는 데 주력했다. 아시아에서만 약 1억 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LS가 투자에 참여하는 데 있어서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 않았나?
LS가 오히려 가장 까다로운 자금 조달원이었다. 밖에서 볼 때는 LS 가문이니 쉽게 지원받지 않았겠느냐 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LS도 엄연히 몇 개의 다른 집안이 복잡한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다. 충분히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면 이사회에서 통과가 안됐을 것이다. 우리의 사업 모델을 보고 정말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해서 투자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 오너 가문 출신인 것이 투자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그 덕에 최소한 국내 대기업 의사결정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실리콘밸리 주력 계층 (Insider network)에 진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이곳에 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한국계 미국인이 아닌) 중에 이 주력 계층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벽을 깨기 위해 정말 ‘미친듯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면서 지금의 파트너인 조 론스데일 Joe Lonsdale과 짐 킴 Jim Kim을 만나게 됐고 그들이 또 기디언 유 Gideon Yu하고도 연결시켜준 것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CFO를 지내기도 한 기디언의 네트워크는 정말 대단하다. 이들과 연결이 안됐더라면 지금 벤처펀드는 없을지 모른다.


나중에 대기업 경영으로 돌아올 의향도 있나?
솔직히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그냥 학교 졸업 잘해서 가업 승계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었다. 학부 때 학교 내 벤처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미국이나 중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서 벤처 쪽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결국에는 나중에 파트너십으로라도 대기업과 다시 만날 것 같다. 하지만 그전에 대기업이 우선 엄청나게 변할 것 같다. 나 같은 패밀리 멤버라는 사람들이 과연 기존의 방식대로만 가업에 기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이곳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현재 내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로 어떻게든 LS그룹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기업이 어떤 식으로 변할 것 같은가?
대기업이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벤처에서 나오는 기술로 인해 대기업 생태계가 굉장히 큰 변화를 겪을 것이란 얘기다. 일단 대기업 자체가 혁신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데이터 처리 부분에 있어서는 대기업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벤처에서 탄생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개발자가 무조건 리더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에서는 개발자를 단순히 물건 만들어오는 직원 정도로 생각한다.


대기업의 위기란 말로도 들린다.
그렇다. 대기업은 기존의 인프라 때문에 그 테두리 안에서 기존 사업과 연계가 되지 않는 사업은 새로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원자재 사업(commodity business)은 계속 대기업의 범주 안에 속해 있겠지만 그 외의 혁신적인 분야에서는 대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고의 인재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으로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신사업 동력을 새로 개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벤처 기업을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필수적인 동반 파트너로 인식하는 대기업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벤처정신과 벤처기업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사업요소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벤처 업계의 협력모델도 구상 중인가?
이론적으로는 동반성장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가운데에서 양쪽을 다 조율해주는 역할을 누군가가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과 고도로 발전된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 놨다는 점은 벤처 업계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벤처 투자자가 되는 것에 대해 아버지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
아버지는 8명의 창업 멤버 중 한 분이셨다. 사업 전략이나 팀구성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상당히 많이 공유해 주셨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을 항상 강조하시며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에도 투자할 계획이 있는가?
지금 당장 한국 기업에 직접 투자할 계획은 없다. 하지만 조만간 한국에 작은 규모로 포메이션8에 특화된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초기 투자는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려는 기업에게만 투자할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투자한 회사가 한국에 법인을 세우도록 도와주고 한국 개발자들을 고용해서 미국 벤처 문화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이미 한국에는 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내년 초에는 실리콘밸리의 IT리더들을 한국에 초대해서 벤처 포럼같은 것을 개최할 계획도 있다.


한국에서 창업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꾸는 것이다. 꿈은 기존의 시스템을 깨는 데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인이 유태인보다 뛰어난 DNA를 가졌다고 본다. 아이디어와 팀 구성이 뛰어나면 금방 투자하고 돕겠다는 큰 세력들이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이 안전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왔다. 대기업이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닌 세상이 올 것이다. 앞으로 벤처에서 세상을 뒤엎는 리더가 나올 것이다.


대기업 자체가 혁신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데이터 처리 부분에 있어서는 대기업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벤처에서 탄생할 것으로 본다.


구본웅은 누구?
출생: 1979년 서울
학력: 미국 스탠포드대 경제학부 및 경영대학원(MBA)
소속: 포메이션8 직함: 파트너 / 공동대표
기타: 벤처캐피털 ‘하버 퍼시픽 캐피털 (Harbor Pacific
Capital)’ 전 대표, 중·미 청정에너지협력단 기획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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