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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처 시장 매우 인상적 빅데이터에서 획기적 기술 나온다”

[INTERVIEW] 데이비드 리 SV엔젤 총괄이사

데이비드 리 David Lee SV엔젤 SV Angel 총괄이사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엔젤 투자자 중 한 명이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하는 SV엔젤은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는 론 콘웨이 Ron Conway와 2009년에 공동설립 한 벤처 투자기업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루폰, 포스퀘어, 드롭박스,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등 최근 가장 주목 받았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모두 이들의 손을 거쳐 갔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행사 참석 차 방한한 데이비드 리 총괄이사를 만나 그의 투자 방식과 시장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현재 투자 펀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가장 최근에 조성된 펀드는 4,000만 달러 규모로 약 35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 투자한다. SV엔젤이 설립된 2009년부터 보면 총 25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다. 오래전부터 개인적 친분을 통해 알게 된 투자자들과 인터넷 창업가들이 우리 펀드에 참여한다. 론 콘웨이도 물론 우리 펀드에 투자했고 가장 큰 투자자이기도 하다.


투자는 보통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일반적으로 회사당 5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정도의 투자를 한다.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작은 규모로 많은 회사에 투자한다. 연 평균 100개 정도 업체에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 초기 단계 투자지만 어느 정도 회사 규모가 커진 후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지인의 추천을 통해 회사를 소개 받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의 업체일 경우 바로 추가 미팅을 한다. 주로 1~2주 안에 투자 여부를 결정 짓는데 미국 계약 시스템은 매우 간편해서 당일 투자 계약을 완료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투자자에 비해 여러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구글이 아마존과 다른 사업 모델을 갖고 있듯 우리도 기존의 벤처 캐피털들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돈 버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보통 10군데 투자하면 1개 업체에서만 소위 ‘대박’투자회수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투자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만큼 많은 회사에 투자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른 벤처 캐피털과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한다. 어느 투자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투자한 회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회사가 있다면?
트위터, 스퀘어,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포스퀘어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창업 멤버들이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초창기 시절부터 알아왔기 때문에 그들의 성장과정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트위터의 잭 도시 Jack Dorsey 같은 사람이 23살 때 어땠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는 업계 리더로 성장했지만 그 당시에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그들이 개인적인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는 아니지만 정세주 대표가 뉴욕에 설립한 ‘눔’도 매우 인상적이다. 정 대표를 처음 만나고 30분 만에 그의 열정과 능력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카리스마와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투자한 회사와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나?
우리는 투자한 회사에 이사회 자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철저히 자문 역할만 한다. 변호사 또는 컨설턴트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업개발이나 인수합병 등과 같이 회사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제공한다. 사업 조언, 멘토링, 새로운 기회 발굴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특히 론 콘웨이는 ‘인적 라우터’로 불릴 정도로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투자자, 사업파트너, 연예인, 정치인 등 가장 필요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소개해준다.


공동투자자인 론 콘웨이는 회사 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
론의 역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나를 비롯한 우리 회사 파트너들이 업무의 85~90%를 담당하지만 론만이 해결 할수 있는 5~10%의 업무가 있다. 그처럼 영향력 강한 인물만이 다룰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그에게 의지 할 수밖에 없다. IT업계에서 그만큼 막강한 입지와 경험을 갖춘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카리스마와 회사 운영 철학은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준다. 론이 없었다면 지금 하는 모든 일들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론과는 어떻게 만났고 공동으로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05년 구글 신사업개발팀에 있을 때 론을 처음 만났다. 우린 온라인 비디오 사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고 서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이제는 내게 있어 우리 아버지 다음으로 가장 큰 멘토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비슷한 투자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 가치관은 모든 결정을 내릴 때 창업자를 우선으로 둔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훨씬 의미 있는 성공을 가져다 준다.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가 투자한 기업가의 희생을 통해 우리 주주나 팀원들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고객, 즉 기업가를 우선으로 배려함으로써 더 장기적인 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투자하는 회사의 사업 모델보다는 창업 팀에 더 무게를 두고 평가한다. 우리가 초기 투자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바뀌어도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안 바뀐다. 우리가 창업 팀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들은 대부분 높은 전문성과 지식 수준을 가진 창의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통찰력 있고 새로운 기술의 탄생을 갈망한다. 그 기술은 매우 사소하고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마어마한 혁신 기술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혁신적인 기술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나타날 때 탄생한다. 생물학이나 금융권에 이런 기술을 접목했을 때 엄청난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유경제나 온·오프라인 상업 등에도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가 많이 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 또한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 냅스터가 미디어를 공유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듯이 이제는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등의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소비관행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벤처 시장에 대한 인상은? 국내 기업에 투자할 계획도 있나?
매우 인상 깊었다. 몇몇 한국 스타트업들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의 스타트업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한국 기업에 투자할 계획은 없지만 영원히 안 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현재는 미국에 기반한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앞으로 그런 혁신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점차 미국 외의 지역에도 투자하게 될 것이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우리 포트폴리오 기업의 5%만이 뉴욕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25%이상의 기업들이 뉴욕에 있다. 즉 계속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 나갈 것으로 본다.


한국의 창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장 좋은 전략은 하고 싶은 말을 입증 가능한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룬 업적, 제품, 수치 등을 보여 주면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진정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매우 어려운 업종이다. 90%가 실패하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약간은 비이성적인 면도 있어야 하고 정말 넘쳐나는 열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통해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그럴 준비가 된 기업가라면 언제든지 만나볼 의사가 있다.

보통 10군데 투자하면 1개 업체에서만 소위 ‘대박’ 투자회수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투자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만큼 많은 회사에 투자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른 벤처 캐피털과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한다.


데이비드 리는 누구?

196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존스홉킨스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복수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거쳐 뉴욕대(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전 구글 신사업개발팀 멤버로 스탠퍼드 대학 국립과학재단대학원 연구원, 어린이 건강 재단 루실 패커드 파운데이션 이사회 임원을 역임했다. 현재 직함은 SV엔젤 창업자 겸 총괄이사(Managing Partner)이다.


SV엔젤이 주목하는 ‘메가트렌드 (Megatrends) 기술’
● 빅데이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실시간ㆍ소셜 데이터는 많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문제점들을 제공한다.
● 소셜 커머스 온라인 쇼핑은 초대기반의 회원제 클럽부터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규모 사이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온라인-오프라인 소비자의 온라인 활동이 오프라인 소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기술은 온ㆍ오프라인 산업 간 연결고리를 점점 강화시키고 있다.
● 공유경제 소비자가 구매 대신 대여 할 수 있도록 해 높은 구매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산업 전반에 걸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 교육기술 학교와 인터넷상에서 지식을 공유ㆍ분석하는 방식을 재정립하여 교실의 테두리 안에 제한된 수업 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사물인터넷 일명 ‘하드웨어의 민주화’로 인해 많은 전자기기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공유하게 됐으며 수많은 실시간 데이터가 생성되어 빠른 행동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 건강정보처리기술 소프트웨어, IT, 데이터분석을 통해 질병을 진단ㆍ치료하고 생물, 의료 분야 전반에 걸쳐 엄청난 혁신을 불러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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