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런던대학 보건대학원에서 말라리아 방역을 연구하고 있는 조 라인스 박사는 모기의 멸종에 따른 환경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먹이사슬 가운데 모기가 필수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곳은 없습니다. 모기가 멸종된다면 그와 유사한 곤충들이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수중에는 모기유충과 유사한 곤충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물밖에도 모기처럼 흡혈을 하지 않을 뿐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곤충들은 엄청나게 많다.
사실 특정 종의 전멸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실험이 예전에 한 번 진행된 적이 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아프리카 중부 기니만의 프린시페섬 보건당국이 수면병의 원인 기생충을 옮기는 체체파리를 섬 전체에서 완전히 멸종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 218㎢ 면적의 이 섬에 체체파리가 다시 나타난 것은 40여년이 흐른 1956년 이었지만 섬의 생태계는 전혀 붕괴되지 않았다.
다만 모기의 박멸은 엄청난 노력과 자금이 필요한 일이다. 차라리 모기가 옮기는 질병을 치료하며 사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브루스 헤이 박사팀은 말라리아에 내성을 갖도록 하는 유전자를 야생모기에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실험이 성공한다면 모기의 해로움은 한층 경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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