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셋이 모여 수제 타이 전문점을 만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더 늦기 전에 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을 갖춘 수제 타이 ‘시저타이’를 만나본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손으로 직접 만든 것에 대한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제’는 이제 ‘고급스럽고 특별한 것’과 같은 의미가 됐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골목길 안에 자리잡은 ‘시저타이’는 손으로 만든 타이를 선보이고 있다. 작은 매장이지만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바느질 해 만든 다양한 타이들이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수제 타이 전문점 시저타이는 1979년생 동갑내기 동네 친구 세 명이 함께 만들었다. 사회 전반에 레트로, 복고 열풍이 분 건 몇 해 전부터지만 청년 창업 아이템 치고는 좀 클래식하다. 왜 타이였을까? 궁금했다. 세 친구 중 시저타이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영 씨가 말한다. “빈티지 넥타이 수집이 취미였어요. 30년도 넘은 이탈리아산 수제 넥타이가 아직도 세련된 색상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게 좋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넥타이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김준성 씨와 임용준 씨도 거든다. “원래 의류에 관심이 많았는데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관련 사업이 뭘까 생각해 봤어요. 넥타이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남성 수트 패션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요.”
김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이탈리아나 영국산에 버금가는 품질을 가진 타이 브랜드가 나온다면 대한민국 남성 직장인들의 스타일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시저타이를 만들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국민소득에 비해서 우리나라 남성 슈트 패션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남자들은 소득이 높아져도 슈트나 타이 착용에 대해서는 이분법적인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죠. 부인이나 여자친구가 구입해주는 것을 하거나, 아니면 비싼 명품을 사는 거죠. 이런 소비행태가 굳어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괜찮은 타이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옥인동 매장에는 다양한 원단과 바늘, 실, 가위 등이 작업대 위에 놓여 있다. 새로 선보일 넥타이를 시험 제작하고, 판매한 넥타이를 직접 수선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수제 타이는 형태가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원단을 손으로 접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해 독특한 불륨감이 있고 뒤틀림이 적습니다. 원단을 납작하게 다림질 한 뒤 재봉틀에서 한 번에 ‘드르륵~’ 박아서 나오는 타이와 다르죠.”
수제 타이 사업을 하자는 아이디어는 맥줏집에서 나왔다. 한독패션에서 셔츠 제작 업무를 하던 김세영 대표, 5년 동안 다니던 해운회사를 그만두고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만들어 팔던 김준성 씨, 홍보회사에 근무하던 임용준 씨. 각자 일을 마치고 함께 맥주를 마시던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손으로 만든 타이를 팔아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후 세 사람은 수제 타이를 선보이기 위해 1년을 준비했다. 시저타이로 브랜드를 정하고 지난해 8월 홍대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냈다. 처음엔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으로만 판매했다. 올해 5월에서야 옥인동 골목길 안에 작은 매장을 냈다.
준비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동대문 도매시장에는 넥타이 제작용으로 파는 원단이 따로 없었다. 지금처럼 실크공장과 협업을 통해 원단을 공급받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시저타이는 전 세계 5대 실크 생산지 중 한 곳인 경남 진주에서 원사를 직접 골라 직조하며, 원단의 색상과 밀도, 무게 등을 까다롭게 정한다. 김준성 씨가 말한다. “실크공장을 섭외하기 위해 경남 진주로 여러 차례 다녔어요. 실크공장 사장님들이 왜 굳이 사양산업인 넥타이를 시작하냐며 손사래 치며 말리셨죠. 주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어요. 합리적인 가격에 이탈리아 제품에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지닌 타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아마 시작도 하기 전에 그만뒀을 겁니다.”
타이를 손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자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기계 제작 방식에 길들여 있던 기술자들은 시저타이가 제시하는 타이 제작법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기술자를 교체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김 대표가 말한다. “실크원사를 골라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27일 정도 필요합니다. 그 27일 동안 숙련된 기술자 13명의 손길이 거처야만 비로소 하나의 타이가 완성됩니다. 현재 30가지 정도 패턴을 확보하고 있는데 앞으로 150개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시저타이는 주된 타깃 고객을 20~40대 남성들로 잡았지만 입 소문이 퍼지면서 여성고객들이 늘어났다. 여성고객들이 선물용도로 구입하면서 남성 고객보다 더 많이 구매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고 싶어하는 지방 고객들의 요청에 부산과 광주 등지로 유통망을 넓혀가는 중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오로지 수제 타이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직접 원사를 선택해 문양을 만들고, 그렇게 짠 원단을 받아 손으로 한 땀 한 땀 꿰매는 과정을 거치죠. 새 제품이지만 이미 수많은 손길이 닿은, 그렇게 사람 손에 익숙해진 완성품입니다.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수제 타이 브랜드가 되는 게 시저타이가 꾸는 꿈이에요.”
“원단을 손으로 접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해 독특한 불륨감이 있고 뒤틀림이 적습니다. 원단을 납작하게 다림질 한 뒤 재봉틀에서 한 번에 ‘드르륵~’ 박아서 나오는 타이와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