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치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생물학자 윌리엄 퍼스 웰즈 박사다. 그는 재채기를 할 때 입 밖으로 튀어나온 타액의 크기를 분석한 뒤 그정도 면적의 물방울을 만들어내려면 공기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야 하는지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추론했다.
그런데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소재 공공보건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인 줄리언 탱 박사에 따르면 웰즈 박사의 실험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용했지만 놀랍게도 실험실에서 검증해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저는 과학기술계 종사자들 모두가 이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할 사람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나섰죠.”
탱 박사팀은 검증을 위해 6명의 지원자에게 후춧가루를 투여, 재채기를 유발한 다음 고속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했다.
“촬영은 지원자를 오목거울 앞에 세우고 LED 빔을 발사한 상태에서 이뤄졌습니다. 재채기에 의해 입안에서 배출된 따뜻한 공기는 주변의 차가운 공기와 굴절률이 달라 LED 빔의 굴절도 달라지죠. 바로 이 변화를 촬영해 재채기의 속도를 분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탱 박사팀이 측정한 재채기의 최대 속도는 초속 100m의 근처에도 못 미쳤다. 겨우 초속 4.5m, 시속으로는 16.2㎞에 불과했다. 이는 기침을 할 때 나오는 공기의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싱가포르에서 이 연구를 수행했던 탱 박사는 피실험자가 달라지면 수치 또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제가 얻은 모든 데이터는 비교적 날씬한 아시아인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요. 덩치 큰 미국인이라면 좀더 빠른 속도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