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의 상생은 단순히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간입니다. 중소기업을 돕는 것이 대기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신년 하례식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 말이다. 이 회장은 이미 1990년대부터 “삼성전자는 양산 조립업이다. 협력업체를 키우지 않으면 모체가 살아남기 힘들다”며 “협력회사를 계열사보다 더 건전하게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협력업체를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삼성전자의 미래가 달려 있고, 이것이 삼성 성장의 구심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 임직원들에게 ‘하청업체’ 대신 ‘협력회사’란 말을 쓰도록 하고 있다.
동반성장은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삼성의 중요한 경영 철학이었다. 삼성의 경영 이념은 인재 제일·합리 추구·사업보국·공존공영이다.
삼성그룹은 공존공영이 지금의 동반 성장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한다.
삼성그룹은 ‘협력사 동반성장’을 경영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앞장서고 있다. 삼성그룹 11개 계열사는 이미 지난해 1차 협력사 3,270곳과 ‘동반 성장 협약’을 맺었다. 1차 협력사가 다시 2차 협력사 1,269곳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총 4,539개의 삼성 협력회사가 협약서에 사인을 했다. 동반 성장이 삼성의 모든 협력사로 확대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삼성은 협약을 통해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비 지원 등 총 7,707억원을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1차 협력사는 동반 성장과 정도 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의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2차 협력사까지 적극 확대하겠다는 5대 실천 사항을 선언했다. 5대 실천 사항에는 60일 이상 어음 지급 퇴출, 현금 결제, 서면 계약 정착, 합리적 단가 산정, 2차 협력사에 대한 기술 지원 등이 포함됐다.
삼성그룹은 또 협력업체에 월 2회 지급하던 현금성 대금 지급을 3회로 늘리는 등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 조건도 대폭 수정했다. 설·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협력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상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결제대금을 5~10일 정도 앞당겨 지급하고 있다. 올해에도 추석을 앞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가 물품대금을 당초 지급일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동반성장 활동에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부터 28개 협력사를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대상으로 선정해 해당 분야의 ‘세계 톱(top) 5’에 들 수 있도록 자금, 인력, 제조 기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협력회사는 기술 개발과 투자 자원을 지원받는다. 인력 부문에서도 삼성전자 연구·개발 및 제조 인력과의 협업, 현장 지도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1·2·3차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행·산업은행·우리은행과 공동으로 1조 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펀드를 이용하는 협력회사들은 대출 이자율을 시중 금리보다 저렴하게 지원받아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는 올해 5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 등급을 받았다.
삼성그룹은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동반 성장을 위한 협력사 채용 한마당’이 대표적이다.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회사를 돕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선 삼성전자 협력회사인 대덕전자·부전전자·이랜텍 등 77개 회사를 포함해 총 11개 계열사의 158개 협력회사가 참여해 1,600여 명의 인재를 채용했다. 삼성전자 최병석 상생협력센터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구직난 해소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동반 성장의 새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동반성장 활동 성과를 공유하는 ‘2012 삼성전자·협성회 동반성장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주화 경영지원실장, 윤부근 사장 등 삼성전자 임직원 70여 명과 삼성전자 1차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 소속 협력사 대표 160여 명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상생협력 실천을 위해 협력사와 매년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협력사와의 지속적 성장과 준법경영을 통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워크숍도 마련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협력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준법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동반성장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협성회 회장 대표를 맡고 있는 대덕전자 김영재 대표는 “진정한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협력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1차 협력사는 공정거래 준수와 투명경영으로 2·3차 협력사에게도 동반성장의 온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사와 동반성장은 삼성의 핵심 경영철학
입력2013-09-27 10:57:52
수정
2013.09.27 10:57:52
FORTUNE
2013 대한민국 상생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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