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BOOK REVIEW] “근대 산업사회를 이끈 기계는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다”

시계와 문명
카를로 M 치폴라/최파일 옮김/미지북스/1만3,000원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건물 등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성시계에 1마이크로 초(100만 분의 1초) 오차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지구에 표시된 위치는 무려 300미터나 차이가 난다. 내비게이션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PS)은 여러 대의 인공위성들이 동시에 보낸 신호가 도달하는 시간 차를 계산해 위치를 파악하는데, 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는 3만6,000년에 1초의 오차를 가질 정도로 정확하다.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준다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초기문명시대에는 시계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지만 기술이 발달할수록 정확한 시간측정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커지고 있다. 미국 표준연구소는 30억년 동안 1초 이내의 오차를 갖는 알루미늄 이온 광시계를 개발하기도 했다. 우주항공기술 등을 위해 정확한 시간 측정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시계 기술은 문명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한다. 세계 최초로 시계를 선보인 곳도 문명이 발달했던 고대 이집트다. 고대 이집트가 개발한 해시계를 인류는 무려 6,000년간이나 사용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시계 역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해시계 이후 기계장치를 이용한 시계의 등장으로 시계가 기계문명을 선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문명비평가인 루이스 멈포드가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가 근대산업사회의 핵심 기계”라고 썼던 것도 그만큼 시계기술의 발달이 과학기술 발달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자연을 이용한 해시계 등에서 13세기부터 기계시계로 전환되는데, 템포바퀴를 이용해 제어하는 기계시계가 고안됐고 이후 진자시계, 템포시계, 전기시계, 소리굽쇠시계, 수정시계, 원자시계, 세슘시계 등으로 진화된다. 수십억 분의 1초까지도 정확하게 계산해야 할 첨단과학의 시대에 시계의 정확도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유럽의 과학자들은 우주를 ‘시계’에 비유하곤 한다. 시계는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우주의 원리를 보여주는 세계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계가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꿔놓았다고 진단한다. 시계제작은 물리학과 역학의 이론적 발견이 실용화된 최초의 산업이었고, 응용역학의 첨단을 달리며 과학기구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진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근대초기, 시계가 어떻게 기술문명의 발달을 이끌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 바로 ‘시계와 문명’이다. 저자인 카를로 마리아 치폴라는 “정밀기기가 과학의 진보를 가져왔고 과학은 정밀기기의 향상을 가져왔다”며 “과학자와 시계공이 긴밀하게 협력하며 시계 제작 기술 진보의 돌파구가 열렸다”고 해석했다.

이 책에 따르면 본격적인 ‘시계의 시대’는 13세기 후반에 와서야 시작된다. 굴대탈진기(톱니바퀴 회전 속도를 고르게 하는 장치)가 나오면서 기계식 시계가 탄생한 것이다. 더욱이 이 시기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대포가 제작된 시기와도 맞물린다. 금속직공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셈이다. 물론 이때까지 시계만 전문으로 만드는 시계공은 등장하지 않았다. 초창기 시계 제작자 다수는 대포 제작자이거나 대장장이, 대포 주조공이었다. 금속을 다루는 법을 아는 전문가들이 이따금 기계식 시계도 만드는 식이었다. 16~17세기 들어서야 가내용 시계와 회중시계가 흔해졌다. 시계의 소형화는 태엽의 발명 덕분이었다. 치폴라는 “태엽의 발명으로 쉽게 운반이 가능한 시계를 제작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손목시계와 회중시계 같은 휴대용 시계의 제작도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그 후 시계공은 대장장이보다 보석 세공인의 기술이 필요해졌다. 시계가 사치품으로 소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후기와 바로크 시대를 특징짓는 장식 과잉 열풍의 한가운데 시계가 놓인 것이다. 개인용 소형 시계가 활발하게 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시계공의 면면도 변화한다. 수공업자 출신이 대부분이던 15세기 시계공과는 달리 17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과학이 측시학에 결합된다. 시계 제작은 물리학과 역학의 이론적 발견이 실용화된 최초의 산업이었고, 응용역학의 전반적 발달에서 첨단을 달리며 과학 기구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과학자와 시계공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시계 제작의 기술 진보를 이끈 것이다. 그의 진단은 명쾌하다. “시계는 모든 정밀 기계의 원형이다. 시계가 섬세하고 매혹적인 장난감으로서 단순히 찬탄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정밀 기계로 여겨지는 순간, 순진무구했던 산업의 시대는 끝난다.”

실제로 그랬다. 시계기술이 발달한 유럽은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끈다. 물론 시대적 상황도 있다. 흑사병의 창궐로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인간의 힘을 기계적 힘으로 대체하려고 했던 경제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대량생산의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예고 했다. 그는 “대포와 기계식 시계의 동시 출현은 유럽식 발전의 특징을 증언하는 것이면서 또한 앞으로 전개될 양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국에도 번역돼 나온 그의 전작 ‘대포, 범선, 제국’에서 강력한 유럽의 출현을 기술로 설명한다. 대포와 선박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장 약체였던 유럽이 군사적 헤게모니를 쥐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고 강력했던 중국은 왜 기술진보에 실패했는지도 분석한다.

유럽은 중국에 비해 열세였다. 15세기 중반부터 18세기가 끝날 때까지 유럽이 대포로 무장한 원양 범선으로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는 동안 유럽인들이 중국에 내놓을 경쟁력 있는 상품은 없었다. 유럽의 상품은 냉대를 받았다. 무역 품목 가운데 중국에 비해 경쟁력 있는 물품은 ‘은(銀)’뿐이었다. 유럽은 아메리카에서 은을 풍부하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량의 은이 중국 등 아시아로 이동하는 형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가져온 게 유럽의 기계식 시계다. 1582년 마카오의 예수회 신부들이 중국 양광 총독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동으로 시간을 알리는 종을 치는 시계’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기계식 시계는 황제에게 헌상됐고 황실 안에 시계제작소가 생길 만큼 인기를 끌었다. 웬만해선 외국인과 외국 물건에 감탄하지 않던 중국인으로선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기술이 발달했던 중국은 기계식 시계를 통해 기술 진보를 이끌 시도를 하지 않았다. 유럽이 시계를 과학 발전에 이용했던 데 반해, 중국인들은 ‘장난감’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당시 중국의 시대적 상황도 맞물렸다. 다수의 농민으로 구성된 중국에서는 시간을 ‘분’이나 ‘시’ 단위가 아니라 ‘날’과 ‘달’로 헤아렸다. 정확한 시계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때문에 중국 ‘사고전서회요’에서도 시계 등의 기술에 대해서는 정교한 노리개에 불과하다고 평하고 있다.

중국은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 등 세계 문명의 일대 변혁을 가져온 발명을 한 국가다. 이런 과학기술을 토대로 청나라 시대에는 세계 경제총생산의 60~7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대에 접어들면서 유럽에 추월당한다. 저자는 중국과 유럽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럽인들이 렌즈를 가지고 현미경과 망원경, 안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동안 중국인들은 렌즈를 멋진 장난감으로 사용했다. 시계도 마찬가지였다.”


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
리 레피버/정석교 옮김/미디어윌/1만4,000원

저자는 ‘커먼크래프트’라는 설명법을 개발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아날로그 그림을 오려 붙이고 음성 내레이션을 녹음해 트위터·RSS 등 최신 이슈를 명료하게 설명한 동영상을 제작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상대방에게 잘 이해시킬 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는 기술’을 조언해 준다.


혁신본능
마이크 미칼로위츠/송재섭 옮김/처음북스 / 1만5,000원

사업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건 세 마디 두루마리 휴지가 다라고 말한다. 화장실에 큰일을 보러 가서 몇 마디 남지 않은 휴지를 보고 어떻게 뒷 일을 처리할지 고민하듯 말이다. 책은 아이디어 하나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성공이란 모두가 따르는 유일한 접근 방식을 과감하게 깨고 나올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진의 법칙
테레사 M. 아마빌레, 스티븐 크레이머/윤제원 옮김/정혜 / 1만6,000원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리더의 행동방식에 따라 팀원 등의 업무성과는 결정된다. 업무성과는 물론 팀원들이 조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리더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들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직장생활의 만족도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리더가 구성원들이 전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