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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와 방어 행위 기준

[김승열의 ‘Law & Business’]

적대적 인수 합병(M&A). 기업의 주주나 경영권자의 의사에 반해 대상 기업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인수합병을 지칭하는 용어다. 당신이 인수 대상 기업의 이사라면, 적대적 M&A의 시도 앞에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 본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겸 KAIST 겸직 교수


행위기준 설정의 필요성

적대적 인수합병 시에 이사들이 겪 게 되는 딜레마는 두 가지 상반되는 지위에서 비롯된다. 기본적으로 이사들은 지배주주로부터 지명을 받아 선임된다. 따라서, 지위상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대해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경영권이 바뀌는 경우에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들은 이사라는 지위에 근거해 회사의 이익에 충실해야 할 의무를 갖기도 한다. 때문에 진정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같은 지위의 상충 때문에, 실제로 지배주주나 경영권자의 의사에 반한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경우 이사들이 어떠한 기준으로 대처해야 하는지가 쉽지 않은 과제로 남게 된다.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인 책임, 즉 배임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학계에선 이사의 경영권 방어 행위에 대해 긍정설과 부정설로 나뉘어 있지만, 방어행위는 이사의 경영 판단사항으로서 회사의 이익의 관점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일반적인 방어 수단

먼저 일반적인 방어수단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자.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사회의 장악이 중요하므로, 회사는 통상적으로 이사의 시차 임기제를 도입하여 갑자기 이사 전체가 바뀌는 경우를 배제하고, 이사의 선임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거액의 임원 퇴직금 조항을 두는 등의 조치를 한다. 나아가 특별결의제를 강화하거나, 의결권 대리행사에 제한을 두는 것 같은 조치를 하기도 한다.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에 주요자산을 매각하거나, 자사주 또는 우리사주를 활용하기도 한다.

각국 규제의 현주소

미국의 경우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 ‘Cheff 판례’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요 목적 기준에 따라 이사의 방어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독일은 경영진의 통상적인 사업활동의 일환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나, 우호적인 제3자를 물색하는 행위, 그리고 감사회가 동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사가 재량권을 가지고 방어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는 수단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주된 내용으로는 종류주식, 초특별결의조항, 사업결합제한조항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관한 판례가 많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판례로는 한화종금, 미도파, 현대 엘리베이터, SK, 동아제약 및 유비케어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이사의 경영판단 원칙에 따라 판단을 하지만, 경영권 분쟁 하에서 단지 경영권 유지만을 위해 방어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회사나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엄격하게 적법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추후 법적 분쟁에 대비해 인수대상 회사의 이사로 서 이러한 방어행위가 회사 및 주주에 대해 어떠한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증빙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적대적 인수자가 회사를 인수할 경우에 이사는 그 직위에서 퇴직해야 하고, 이사의 개인적 이해관계도 개입될 수 있어 경영판단의 원칙을 주장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사의 법적인 책임 한계

이사의 방어 행위가 위법한 경우에 이사는 회사 및 주주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적인 배임죄의 책임도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선 먼저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이라는 방어행위의 객관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안별로는 방어행위에 대해 주주총회에 보고하여,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가이드라인 구축해야

과거에는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았다. 그렇지만 타성에 젖어 안주하거나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사들의 방어행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 설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지배주주에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 이사들의 경우, 기존 경영권자의 지시에 따른 행위가 궁극적으로 민형사상의 책임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로서, 기존 이사들이 인수인의 이익을 위해 기존 회사나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여 행동할 유인도 적지 않다. 따라서 경영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인수대상회사에 충실 의무를 부담하는 이사의 행위기준에 대해 좀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영권분쟁이 발생할 경우 합리적인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인수대상회사도 살리고 관련 주주뿐만 아니라, 이사의 방어행위도 합리성과 절차적인 적정성이 보장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이드 라인의 설정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이 보다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과거에는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타성에 젖어 안주하거나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소재 폴 와이스 Paul Weiss 로펌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방통위, 환경부, 교과부,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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