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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vs실버/전문가 대담] 키즈시장 빠른 성장 불구 아직 미성숙 시장… 실버시장 100세 시대 앞두고 본격 성장 시동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키즈 산업 vs 실버 산업

키즈 시장과 실버 시장은 일찍부터 성장 가능성을 주목 받아 왔다. 백화점 유아?아동 용품 매장에선 불황을 비웃듯 고가의 수입 유모차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 지 오래다. 실버시장에선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며 새로운 소비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TV 프로그램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을 보자. 연예인이 자녀와 함께 나와 다양한 현장을 체험하는 ‘일밤-아빠 어디가’는 주말 프라임 시간대를 꿰찼고, 70~80대 배우가 세계를 배낭여행하는 ‘꽃보다 할배’는 케이블TV 중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공중파에선 이와 유사한 '엄마가 있는 풍경-마마도‘를 방송하고 나섰다. 이처럼 키즈와 실버 바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전에 아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곤 ‘모여라 딩동댕’ 같은 어린이 전용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노인 역시 ‘전국노래자랑’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주말 황금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다. 시청자의 관심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TV는 시대의 안테나다.

TV를 보면 문화와 경제, 산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예견할 수 있다. 키즈와 실버 시장은 언뜻 서로 무관한 시장으로 보인다. 연령대가 정반대인 연령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키즈 시장은 0~12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실버 산업은 노인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노인의 기준은 경우에 따라 55세, 60세 혹은 65세 이상으로 조금씩 다르다.) 서로 다른 연령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두 산업이 성장하게 되는 혹은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게 된 뿌리는 같다. 바로 인구 구조의 변화다. 한 쪽에선 아이 수가 줄어들수록 매출이 늘어 성장가능성이 기대되고, 다른 한 쪽에선 노인 인구가 늘어 시장 형성이 필연적이다.

무관한 듯한 이 두 시장은 사실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저출산은 고령화의 직접적인 요인이며, 고령화는 키즈 시장을 키우는 간접 요인이 되었다. (키즈 시장이 성장한 동력은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외에도 자금력 있는 조부모가 손주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데 있다.)

또한 이 두 시장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산업이다. 그 가능성이 눈에 띄게 두드러져 일찌감치 상품개발에 나선 곳은 재무산업이다. 보험업계에선 어린이보험의 보장기간을 100세까지 늘리며 상품을 재편하고 있다. 100세 시대의 평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일찍부터 적극적인 재테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주식펀드 등 자산관리 시장도 성장성이 기대된다.

교육 쪽에서도 이미 작은 변화들이 일고 있다. 은퇴자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과후 학교를 열거나 등하굣길 지킴이를 하는 등이 그것. 아직은 규모도 작고 지엽적이다. 일본 실버산업의 컨설턴트 무라타 히로유키는 말한다. “실버 산업은 매스 시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마이크로 시장의 집합체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걸까? 매스시장에 익숙한 국내의 대기업이 들어갈 틈은 없는 걸까? 포춘코리아가 살펴보았다.
글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k.co.kr

포춘코리아가 키즈산업과 실버산업을 조망하기 위해 두 산업 전문가와 대담을 가졌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로부터 키즈분야, 장석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으로부터 실버산업에 대해 들어봤다. 두 분야 모두 전문가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키즈 산업에선 의류, 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만 있을 뿐 전체 시장을 조망하는 연구자가 없었다.

아직 산업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여러 대학 소비자아동학과에 문의해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대부분 “키즈 산업 전반에 대해 연구한 바 없다”며 고사했고, 그중 이영애 교수가 유일하게 응해주었다. 실버 분야 역시 아직 산업적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 보니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경로가 많지 않았다. 장석인 선임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고령친화산업 활성화전략’을 두 차례 정부 측에 제안한 바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키즈산업과 실버산업이 성장산업으로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애 교수(이하 이)가 말한다. “아이가 귀해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며 출산율이 떨어졌다. 거기다 경제력이 상승하니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자원이 더 커졌다. 회사 일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아지니, 미안한 마음에 경제적으로나마 더 잘해주려는 보상심리까지 더해진다. 중국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출산제한으로 한 아이만 낳게 하니, 아이들은 ‘소황제’로 불릴 만큼 경제적 혜택을 누리며 자랐다. 국내 역시 지난 몇 년간 불황에도 불구하고 가구의 자녀 당 지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줄어드니 부모 외에도 일가친척의 지출 역시 집중되고 있다.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의 지갑까지 더해져 ‘식스 포켓(Six Pocket)’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장석인 선임연구위원(이하 장)이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으로 출산붐이 일어 베이비부머가 태어났다. 베이비부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산업 전선에서 활발히 활동할 땐 경제가 부흥되고 풍요를 누렸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회보장제도도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은퇴하면 새로운 소비집단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오락·여행·휴가·금융·요양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포춘코리아(이하 포): 예상과 어떻게 달랐나?

장: 일본이 가장 빨리 고령화되면서 세계가 일본 실버시장에 주목했지만, 시장이 기대만큼 전개되지 않았다. 단카이 세대가 이전 노인 세대보다 부유한 건 사실이지만,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다보니 아프거나 치매를 대비해 소비패턴이 위축됐다. 금융위기도 한몫했다. 금융자산 위주로 노후를 대비하던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자산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악몽을 경험하기도 했다. 최소 소비형태로 가계를 운영하다 보니, 여행이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는 이가 기대처럼 많지 않았다.

포: 키즈 분야에선 실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나?

이: 키즈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카드 상품개발팀 분석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의 시장규모는 2003년 10조 원에서 2010년 30조원 규모로 매년 20%이상 성장해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구 지출을 분석해보면, 아이에게 지출하는 비중이 평균 30%를 넘는다. 특히 소득수준에 따라 지출 금액에 차이는 있지만, 비율만 놓고 보면 30%대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미성숙한 시장으로 향후에 더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아직 기회의 시장이다

포: 왜 미성숙 시장인가?

이: 키즈시장은 분야별로 교육·의류·생활용품·완구시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앞선 건 교육시장이다. 교육열이 높은 만큼 교육산업이 가장 먼저 발전해왔다. (IBK투자증권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초등생 교육시장 규모는 15조2,000억 원, 영유아 교육시장은 2조7,000억 원이다.)

교육시장은 고소득층과 중산층 및 서민층 시장이 세분화되어 있다. 서울 강남 영어유치원은 등록금이 대학교 수준이지만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강남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이나 지방도시에서도 어린이 영어 교육 기관을 찾을 수 있다. 초기 고소득층만을 위한 교육서비스가 낙수효과처럼 중산층과 서민층에게도 이어진 것이다. 학습지 시장에선 월 3만~4만 원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제품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영·유아 시장 규모가 확대된 것도 주목할만하다.

나머지 의류나 생활용품·완구 시장은 시장이 양분화되어 있다. 고가 수입품과 저가 제품으로 나뉘어 있다. 시장을 이끄는 동력은 고가 수입품이다. 값비싼 해외 명품이 백화점 매장을 장식하고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다.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장 규모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추수감사절에 대폭 할인판매를 하는데, 일부 브랜드는 이 기간 동안 한국에서 접속하는 걸 차단할 정도다. 폴로키즈나 갭키즈 같은 상품의 인기가 높다. 시장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긴 어렵지만, 해외 인터넷 구매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 제품으로 추정될 정도다. 이에 반해 국내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에서 수입품에 못 미친다. 브랜드 감성을 충족시키며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는 제품이 없다. 이 시장 역시 교육시장처럼 세분화되고 정확한 타깃팅이 이루어지면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포: 실버산업 중 가장 발전한 분야는?

: 요양산업이다. 정부가 복지차원에서 요양 산업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2000년 개호보험(介護保險)을 도입한 이래 요양산업이 성장했다. (개호보험이란 일반 의료보험과는 별도로 노인요양서비스를 전담하는 사회보험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일반 의료보험으로 충당이 어렵게 되자 노인만을 대상으로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을 국가가 만들었다. 노인은 10~20%만 비용을 내고 이런 서비스를 받으며 나머지는 의료보험 재정에서 절반, 국가가 절반씩 제공한다.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덕분에 민간부문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요양 제품과 서비스가 발달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2008년 도입한 이후 요양 서비스와 물품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요양 서비스 외에 물품 시장은 발전하지 못했다.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은 서양이나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고, 일반 용품은 중국에서 값싸게 들여오는 수입대행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산업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입품이 국내 제품으로 대체되지 않고 있다. 금융과 주택 분야에서도 시도가 있었다. 처음에 너무 의욕적이었다. 현실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요양시설과 실버타운은 일반 거주지에서 외떨어진 산 속에 지어 자연접근성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노인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에는 이 같은 문제를 깨닫고 시내, 병원 근처에 호텔식 실버타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도 초기에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문화가 발목을 잡았다. 요즘에는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개인연금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포: 실버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국민소득 1만 달러, 노인연령 비중 10%를 꼽는다. 한국도 베이비부머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했고 65세 고령자 인구도 11%를 넘어섰다. 이제 시장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가?

정: 노인 세대만 놓고 보면 성장 가능성이 의심된다. 베이비부머는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 자녀를 부양하느라 노후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 실제 노후를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이는 전체 노인 중 5%도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이 없었듯이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얼마 전까지 고령화는 노인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고령화 본질이 노인 그룹뿐 아니라 전 세대의 문제로 전환됐다. ‘100세 시대’가 계기다. 2011년 고려대 박유성 교수가 ‘연령대별 100세 도달 가능성’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모든 세대가 미리미리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준비되지 않으면 100세 수명은 저주다. 솔루션은 한 가지, 건강하고 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부 역시 노인이 소수일 땐 재정으로 노후 요양을 보장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재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역할론을 내세웠다. 우선 본인이 건강과 저축을 관리해야 하고, 시장성을 키워 기업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퇴직연령도 올리고, 국민연금 납입기간도 65세로 늦췄다. 소위 실버산업이 노인 산업에 머무는 게 아니라 100세 시대 장기노후를 준비하는 산업으로 변모하는 트렌드가 생겼다. 소비가 지지부진한 노인세대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전세대를 목표로 하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포: 키즈 시장도 100세 시대 화두에 주목하고 있나?

이: 금융권에선 이미 그런 움직임이 있다. 아이 보험도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부 금융사에선 VVIP를 위한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 입학 사정관제도로 아이들의 대외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이들을 위해 조기부터 금융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인턴십 제도는 부모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브랜드 친숙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100세 시대에는 조기 재테크 중요성이 더욱 커져, 이처럼 친숙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이 더욱 유용해질 것이다.

아이만을 위한 키즈 전용 식품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아와 유아를 대상으로 유기농 이유식이나 고급 음식을 만들어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현재는 학년 전 아동에게 집중돼 있지만, 100세 시대에 맞는 건강관리를 위해 향후에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 등지에선 학원가 근처 식당에 아이 식사비를 매달 미리 지급하며 아이 식사를 맡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곧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포: 향후 주목할만한 산업분야는 무엇인가?

이: 모든 분야가 성장 가능하다. 지금은 시장이 세분화 되어 있지 않지만, 정확한 포지셔닝을 하고 적절하게 브랜드를 키우는 전략을 쓰면, 모두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소비자 요구는 분명하다. 그동안 소비자는 프리미엄 효과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보다 프리미엄 가격이 붙는 교육이나 제품을 선호했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될수록 합리적인 가격대를 선호하는 소비형태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보다 합리적 가격대를 제시하며 브랜드 감성을 충족시키는 매스티지 제품이 나오면 실질 수요를 창출해 낼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키즈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

중국 시장도 넘볼 만하다. 중국 역시 아이를 둘러싼 사회 경제적 분위기가 한국과 비슷하다. 키즈 시장은 전형적인 내수 시장이지만, 제조 시장은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정: 100세 시대의 키워드는 건강과 부(healty and wealthy)다. 각광받는 산업 역시 헬스케어, 건강식품, 예방의료와 같은 건강 관리 산업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금융 시장이 다른 축을 차지할 것이다. 은퇴 이후 수명이 길어질수록, 어릴 적부터 더 많은 저축을 하고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파생상품이 더 개발되고 더 나은 리턴을 해줘야 한다.

그 외 실버산업만 국한해서 본다면 주거와 요양 산업이 현재보다 커질 것이다. 특히 요양이나 건강 관리, 식품 분야는 수출 산업으로 유망하다. 국내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으면 중국으로 수출을 노릴 수 있다. 특히 건강식은 한국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불리하다. 한국의 건강식이 장수식품으로 알려지면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포: 시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장: 그동안 정부와 기업의 모색은 너무 거시적이었다. 하지만 실버산업은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버시장은 매스시장이 아니다. 로컬이고 니치 마켓형이다. 소비자의 심리상태, 소비패턴, 니즈를 잡아내면 작은 돈을 모아 큰돈을 만들 수 있다.

대기업이 참여할만한 사업도 곳곳에 숨어 있다. 필립스는 동작 감지센서 등을 활용해 독거노인을 케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이 넘어지거나 장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응급 인력을 급파하는 시스템이다. 중력 센서나 압력 센서 등 최신 IT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적고 24시간 관리가 가능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 역할에 대한 가치관도 바꾸어야 한다. 공유가 치창출처럼 기업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GE는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환경문제를 해결하며 매년 수백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유아·아동용품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좋은 방법은 기존의 성인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서구의 폴로 키즈나 갭 키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건 모 브랜드인 폴로와 갭이 가진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빈폴이 빈폴 키즈를 만들고, 닥스가 닥스키즈를 출시했다. 키즈 브랜드를 별도로 키우는 것보다 기존의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내에 키즈 라인을 별도로 만드는 게 낫다. 가장 좋은 건 입소문이다. 엄마들 사이에선 커뮤니티가 많다. 전업주부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에선 파워블로거 관리하고 체험단을 모집하며 홍보에 힘쓰는데 키즈 시장에선 일부 베이비 상품 외에는 이런 노력을 찾기 어렵다. 브랜드를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현재 교육비 소비는 합리적이지 않다. 아이 교육비 지출을 하다 보면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노후 대비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1세대 빈곤이 2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공교육을 내실화해서 사교육이 필요없게 해야 한다. 또한 불안감이나 모방심리로 인한 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부모 세대를 교육시켜야 한다. 본인의 노후 준비를 하는 게 자녀의 미래를 위하는 것이란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정: 실버산업이 커가기 위해서는 초기 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깊이 관여하다보니, 정책과 제도가 시장 범위를 정하고, 시장 규모가 복지 재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시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당부분 국민 복지 차원에서 접근이 이루어져, 참여 기업의 수익성을 제한하고 있다. 일례로 민간 요양시설이 정부 기준을 따르다 보면 오히려 공공기관의 요양시설보다 수익성이 떨어져, 차라리 공공시설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일본에선 몇몇 기업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다. 침대 렌털 분야, 요양인력 교육 파견 분야 등이 그랬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컬 수준이다 보니 운영비가 비싸고 서비스 질이 낮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수익성 추구를 허용해야 한다.


실버시장 규모
정부는 실버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6년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을 만들었다. 고령친화산업이란 노인을 주요 수요자로 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말하며, 대략 9개 분야로 나뉜다. 요양,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식품, 여가, 금융, 주거, 용품 등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실버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33조2,241억 원. 2020년 124조9,825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성장률(CAGR)은 14.2%에 달한다. 산업별로 보면 2010년 현재 금융산업이 10조 5,663억 원(31.8%)으로 가장 크며 여가산업이 7조 6,088억 원(22.9%), 식품 4조 8,990억 원(14.7%)으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별 연평균성장률을 비교해보면 금융, 화장품, 요양, 의약품, 식품 순으로 나타나 이들이 실버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에는 금융산업이 전체 실버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8.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요양산업이 2010년 7.7%에서 2020년 10.0%로, 화장품 산업은 1.5%에서 2.1%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버용품 시장 규모
고령친화용품 즉 실버용품은 노인이 생물학적으로 노화되고 사회경제적 능력이 저하됨에 따라 일상생활, 여가와 문화생활 등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특성을 배려해 만든 용품이다. 건강측정용품, 투약용품, 욕창예방요품, 온열기, 특수 소변기, 안마기, 근력운동용품, 보행기, 휠체어, 기저귀, 보청기, 치매노인 배회감지기 등 다양하다.


한국의 고령화 추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990년 5.1%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 고령인구 339만 명으로 ‘고령화 사회(65세 노인인구 비율 7% 이상)’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고령인구가 700만 명을 초과해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에는 고령인구 1,000만 명을 넘어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713만 명(전체 인구 중 14.6%)이 고령인구로 편입하는 2020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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