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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vs실버/일본의 실버산업] 시니어 시프트가 일본 산업 주도한다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키즈 산업 vs 실버 산업

일본은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다. 그만큼 실버산업도 앞서 나가고 있다. 강남대 실버산업학과의 사사키 노리코 교수에게 일본 실버산업의 현황을 들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일본은 초고령사회다. 2012년 10월 현재 고령화율이 24.1%에 이른다. 65~74세가 12.2%이고, 후기 고령자인 75세 이상이 11.9%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됨에 따라 지역사회가 변모하고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쇼핑을 할 수 없는 소위 ‘쇼핑 약자’ ‘쇼핑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추계에 따르면 쇼핑 난민이 600만 명에 이른다. 노인은 신체 기능이 저하돼 쇼핑을 하기 어렵다. 대형마트가 골목 상권을 모두 없앤 탓에 쉽게 쇼핑할 수 있는 가게도 집 주변에 없다.

이 같은 쇼핑 난민 문제는 농촌이나 변두리 인구 유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쿄 외곽 20~30㎞ 지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도 성장기에 개발된 단지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구가 줄어, 시장규모가 축소하다 보니 지역 내 작은 가게가 대부분 폐점됐다. 대형 마트로 가기 위한 교통 수단도 불편하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 고기, 생선을 섭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식(食)의 사막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 시민이 손잡고 쇼핑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동네에 가게 만들기, 집까지 상품 배달하기, 커뮤니티 버스와 합승 택시 만들기 등이 그 방편이다. 히로시마현에선 편의점 ‘로손’이 관민제휴 사업을 하고 있다. “편의점은 도심에선 포화상태지만 인구 감소지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시니어가 많아지는 일본 사회에선 기업도 수익을 내기 위해 고령자 대상 비즈니스로 진출해나가야 합니다.” 사사키 노리코 교수는 말한다.

일본에선 기존 산업의 주요 타깃이 노인 계층으로 옮겨가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소매업계다. 도쿄 외곽 아카바네역 주변 상권 지역에는 12만 명(5만8,000가구)이 산다. 이 중 50세 이상 시니어가 40%다. 대형마트 다이에 아카바네점은 이들을 겨냥한 상품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한 끼니에 적당한 소량의 채소류나 반찬, 조리가 필요 없는 생선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찬매장을 다양하게 늘리고 복지용구 매장도 마련했다. 상품명과 가격표의 문자도 크게 표시해 시력이 떨어지는 노인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일본의 이마트라는 ‘이온’은 2012년에 시니어 시프트를 선언했다. 55세 이상을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이라 정의하고 이들을 위한 상품과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40대 이상용 화장품 PB상품을 개발하고, 금융 상담실을 마련하거나 애완동물 카페도 만들었다. 일본에선 애완동물 수가 자녀 수보다 더 많을 정도로 인기다. 1~2인용 식품을 대폭 늘리고 문화교실도 확장했다. 매장 안에 의료기관을 설치하고,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늦추고, 곳곳에 쉼터를 마련했다. 요양봉사원을 매장에 배치해 노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역시 반찬 상품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도시락과 일상생활용품 배달서비스를 하고 있다. 편의점 연령별 이용객 추이를 보면 1990년대만 하더라도 20대 이하 이용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50대 이상 노인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 반찬 등 PB상품 개수가 1,700개에 이른다. 자녀가 따로 사는 부모를 위해 주문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간접적으로 부모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제조업과 여행업에서도 시니어 시프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니참은 어른용 기저귀 사업을 강화했다. 2013년 매출을 보면 어른용이 유아용을 역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떠 오르고 있다. 여행업에선 시니어 여행객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2001년만 하더라도 60대 이상 여행객이 44%였지만, 2011년엔 65%로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니어를 위한 여행 프로그램 ‘바리어 프리 여행’도 마련됐다. 실버 용품으로 업종을 확대하는 기업도 생겼다. 프랑스 베드는 80년대 중반부터 침대를 제작·판매하던 회사인데, 시니어를 위한 침대 렌털사업에 뛰어들어 재미를 보고 있다. 노인은 자동으로 접히는 침대를 필요로 하면서도 비싼 가격 때문에 직접 구매하는 일이 적었다. 이에 프랑스 베드가 렌털 사업을 시작하며 성공적으로 니즈를 잡아냈다.

일본의 실버 기업은 매크로가 아닌 마이크로 접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니즈와 욕구가 다양해요. 몸 상태도 다 다르죠. 편의점도 전국적 규모로 분포돼 있지만 지역에 따라 판매하는 상품이 달라요. 지역 입맛에 맞는 PB제품을 각자 갖추고 있죠. 시니어 산업엔 이 같은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사사키 교수는 말한다. 초고령 사회에선 지역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도쿄대학은 ‘가시와시 토요시키다이지역 고령사회종합연구회’를 만들고 걱정 없이 생애를 보낼 수 있는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에 나섰다.

테마는 세 가지. 첫째는 시설이 아닌 집에서 의료, 간호, 요양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둘째로 농업, 생활 서포트, 육아지원, 방과후 지원, 커뮤니티 식당 등에서 고령자 취업을 추진, 노인이 지역에서 활약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는 마을 설계를 고령자에 맞춰 고쳐가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생명보험 상호보험회사, 세콤, 다이와 하우스 공업 등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연구를 하고 있다. 사사키 교수는 한국에서 각광받을 만한 사업으로 ‘서비스 제공형 주택사업’을 꼽았다. “실버타운은 너무 비싸고, 그 밖에는 요양시설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요양시설은 획일적입니다.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없어요. 사람에겐 자기다움이 필요합니다. 자기다운 생활, 자기다운 죽음을 위한 장소가 필요해요. 수익구조를 잘 만들면 서비스 제공형 주택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사사키 교수는 실버 산업 곳곳에서 시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시장은 분명 있습니다. 노인들도 재무나 취미 여행 등에서 돈을 씁니다. 잘 찾으면 보입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고객은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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