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hn cassidy
여름 휴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미국 경제에 관한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주려고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발생 5년 만에 주택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 성장도 괜찮아 보인다. 주식 시장은 강세를 보이면서 기업 이익이 역사적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만세! 하지만 여기서 잠깐. 2012년 봄 이후로는 경기 회복이 매우 저조했다. GDP 성장률은 연평균 1.5%에도 못 미치고, 임금은 정체된 상태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월간 고용 통계도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현재 7.4%이다. 하지만 노동력 인구비율(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 *역주:생산 연령인구에 대한 노동력 비율의 하락을 고려하면 실질 실업률은 10% 이상일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이 정확한 걸까? 둘 다 맞는 말이다. 거의 20년 동안 미국 경제 기사를 쓰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운 경기 지표를 본 적이 없다. 연준에서 벤 버냉키 Ben Bernanke와 그 동료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가 예산과 채무한도에 관한 싸움을 재개할 상황에서,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금세 걷힐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 안개 속을 잘 헤쳐보면, 역사적인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 속에서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가계 및 기업 재정이 5~6년 전보다 훨씬 더 견실해졌다. 당시 이 경제 주체들은 지난 10년간의 대출로 상당히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이후 개인들은 일부는 채무를 갚고, 일부는 채무불이행을 하면서 저축을 늘려나갔다. 결과적으로 채무 부담을 덜게 됐다. 2007년 3분기에 가계는 모기지와 기타 대출의 이자를 갚는 데 소득의 평균 14%를 사용했다. 현재는 그 수치가 10.5% 이하로 떨어졌다. 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주택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한, 개인 소비-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수년 동안 현금을 쓰지 않고 보유해 온 기업들도 설비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6월 고정투자(nonresidential fixed investment)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거의 5% 정도 증가했다.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연방 정부의 재정도 개선됐다. 2009년 예산 적자는 GDP 대비 10%를 상회했다.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이하 CBO)에 따르면, 올해는 4%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예산 적자가 2015년까지 GDP 대비 2.1%로 하락할 것이라는 CBO의 예상에 따라, 예산 균형에 대한 압박도 완화되고 있다. 이는 성장에 좋은 소식이다. 올 상반기에 소득세 인상과 정부 예산 자동삭감 제도인 시퀘스터 Sequester의 가동으로 GDP 성장률이 1% 하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예산 감축에서 재정 지출 증대를 요구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튼 상태다. 물론 의회가 그러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의회가 추가적인 정부 지출 삭감을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미국 경제는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물론 미국 경제 전망도 미국 이외의 지역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이 마침내 다시 성장하고 있고, 거의 죽음까지 몰렸던 유럽에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때문에 최근의 미국 수출 증대는 지속될 것이다. 연준 관계자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 2014년 GDP 성장률을 3%에서 3.5%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다. 노동 시장의 회복 여지가 많고, 인플레이션도 2% 미만이다 보니 예측치를 상회하는 성장(above trend growth)이 상당 기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4~2005년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이런 성장은 실업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제고하고, 임금-헨리 포드의 말대로 수요의 궁극적 원천이다-을 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원동력이다.
분명 이런 낙관론은 경제에 중대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유럽의 금융 위기 재발이나 미국내 테러 공격, 연준이 양적 완화의 출구 전략을 준비하면서 시장에 미칠 쓰나미 같은 충격 요소가 없어야 한다.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런 충격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공포심과 불확실성만 없어진다면, 내년 여름에는 경제가 마침내 조울증에서 벗어나 더 밝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