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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vs실버/분당 서울대병원] “노인의료시장은 블루오션”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키즈 산업 vs 실버 산업<br>[INTERVIEW]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장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노인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 겸 노인의료센터장을 만나 국내 의료 서비스 시장에 대해 들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앞으로 노인의 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그때를 대비해 노인 의료에 대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9월 5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철호 부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의 비전을 이렇게 밝혔다. 2003년 개원한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노인의료센터와 노인전문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애초 개원 전부터 노인 전문병원으로 기획됐다. 서울대병원 기획팀은 향후 노인의료가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은퇴 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분당 지역에 병원을 설립했다.

노인의료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인적 구성에 있다. 김 부원장은 말한다. “우리 병원은 팀 어프로치를 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외에도 약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참가해 포괄적인 평가를 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방침을 정하고 있어요. 그래야만 노인 질환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환자의 진료는 주로 임상적 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노인은 의학적 측면뿐 아니라 정신 및 정서적·사회 환경적·경제적 요소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노인의 경우는 한 가지 질환보다는 당뇨, 관절염, 심장질환 등 여러 가지 복합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으며 질병의 증상과 징후가 불분명해 포괄적 평가가 중요하다.

김 부원장은 노인의료센터가 주력해온 일과 성과를 크게 세 가지로 평가한다. 하나는 팀 어프로치를 정착시킨 것. 둘째는 환자를 병원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가정이나 시설로 가능한 한 빨리 돌려보내려 노력한 것. 셋째는 입원 기간 동안 노인 환자의 기능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재활치료를 병행한 것 등이다. 노인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정상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예비능력이 감소되어 있다. 입원 치료 뒤 퇴원하더라도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된다. 노인환자는 특히 만성퇴행성 질환이 많으므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노인의료센터가 그동한 해온 성과를 “미래의 우리나라 의학에 스탠다드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김 부원장은 말한다.

노인의료센터에선 환자 치료 외에 다양한 부대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선 노인을 잘 케어하는 법에 대해 노인시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을 대상으로 꾸준하게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인환자들의 구강 위생을 관리하는 방법, 노인 눕히고 일으키는 방법, 신체 기능 감소를 최소화하는 운동법 등을 매년 두 차례 강의하고 있다. 또한 장수아카데미와 좋은음식전시회 등을 열어 일반인에게 의학상식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 전파하고 있다.

김 부원장은 우리나라의 노인의료시스템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한다. 유럽은 대부분 사회복지차원으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미국은 철저히 개인보험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우리나라는 일반의료보험 외에도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 의료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간 노인 의료 시장 규모는 약 17조8,000억 원대로 10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으며, 노인진료비 증가율은 65세 미만 진료비 증가율보다 6배 이상 높다. 노인 의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인구가 대략 12%인 점을 감안하면, 노인 한 사람이 보통 사람 3배의 의료비를 쓰는 셈이다. 고령화가 병원 경영에는 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노인 진료비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국내 노인 의료 시스템은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인의학은 여러 전문 학문을 접합시켜 놓은 겁니다. 다른 의학이 발전해 있으니 노인의학도 발전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노인의학은 학문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학문을 의료에 연결하는 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떨어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쪼개보기 진료’다. “종합병원에 가면 내과만 하더라도 소화기, 궤양, 고혈압, 통풍 모두 다른 전문가가 쪼개봅니다. 환자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죠. 그보다는 노인 전문가 한 사람이 관리하는 편이 비용도 낮추고 환자를 전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회보장 차원의 의료가 자리잡은 나라일수록 노인의료 전문가가 많다. 김 부원장은 우리나라도 노인의료 전문가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변화는 필연적이라는 것. 그 이유는 환자 건강과 병원 경영, 국가 재정에 더 낫기 때문이다.

노인은 질병이 많아 입원 초기 치료비가 많이 들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능이 나빠져 재원기간이 늘수록 관리기간만 늘어나 입원 단가가 낮아진다. 환자를 빨리 낫게 해 돌려보내야 병원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는 건 물론이다. 그렇지만 병원이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은 경계했다. “의료는 국민이 가져야 할 권리입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죠. 우리 역시 경영상 스트레스가 많지만 의료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서울대병원이 가진 사회적·국가적 책무를 잊지 않고 미래의학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남을 것입니다.”

국내 의료 서비스나 의료기기 업체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까? 김 부원장은 “그렇다”고 말한다. “국내의료는 세계 첨단 수준이고 의료비는 상당히 낮아요.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외국계 병원이 들어올까 봐 걱정하는데,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가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 환자가 들어오는 일이 많아질 겁니다.” 의료기기 시장 역시 수출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꼽았다.

2000년만 하더라도 일본 의료계는 카테타, 스텐트, 벌룬 등 미국 제품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요새는 일본이 세계 시장을 꽉 잡았다. 의료기기 기술은 의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꼭 필요하다. 임상에서 개선점을 찾다 보면, 국내 기술 역시 세계화될 수 있다고 김 부원장은 자신한다. 마지막으로 김 부원장은 “장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건강 유지와 자기관리”라며 “병에 걸리기 전에 운동과 영양,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고, 병에 걸리면 이를 잘 관리하는 법을 알고 실천해야 무병장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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