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부호들과 야심 찬 젊은 리더들을 필두로 한 아랍 강소국이 세계 전역에 투자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by Vivienne Walt
카타르에 처음 도착해 차에서 내렸을 때 화씨 120도(섭씨 49도)에 육박하는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마치 누군가가 필자의 몸에서 산소를 빼냈다가 다시 집어 넣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작은 빌딩의 문 안쪽으로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방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고, 시원하게 냉방이 가동된 상태였다. 이곳에선 카타르의 어떠한 원대한 계획도 불가능하거나 과하게 (그리고 비용 부담이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시원한 탄산음료를 손에 쥐고 팔걸이 의자에 편안히 앉았다. 삼면 스크린 위 34개의 프로젝터가 투사한 3D 입체음향 비디오는 카타르의 미래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보여주었다. 하얀 로브를 걸친 채 낙타를 타고 모래 언덕을 지나던 아랍 유목민들이 고층 빌딩, 에어컨 시설을 갖춘 축구 경기장, 대규모 공항, 말끔한 초고속 전기 열차 등이 어우러진 도시의 전경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내레이터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장관이…”라고 감탄의 목소리를 낼 때 스크린에는 이런 문구가 떠 있었다. ‘놀라운 모습을 기대하라.’
허황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타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카타르는 한 세대 만에 천연 자원을 이용해 막대한 부와 강력한 국제적 힘을 획득했다(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코네티컷 주보다 면적이 작은, 사우디 아라바이에서 페르시아 만으로 튀어나온 돌기 모양의 이 작은 나라는 풍부한 연안 매장량 덕분에 지금까지 세계 1위의 액화 천연 가스(LNG) 수출국으로 군림해 왔다.
그 결과, 총 인구 25만 명 미만의 카타르 국민들-진주잡이 어부들의 자손들이다-은 연 평균 소득 10만 달러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부를 누리고 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투자자이기도 하다(투자분야는 부동산, 예술품, TV, 스포츠, 채굴, 금융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경기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염가에 나온 자산들을 재빨리 사들여왔다. 현금이 남아도는 카타르 같은 국가들에겐 평생에 한 번 있을 법한 귀한 기회였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떤 지역도 카타르 투자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예를 들어, 주상복합 단지인 시티센터DC 개발을 위해 워싱턴 DC에 6억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8월 20일 기준으로 카타르의 알자지라 아메리카 Al Jazeera America는 수백만 미국인들의 TV로 송출되고 있다. 본사는 맨해튼 시내에 위치해 있고, 직원 수는 700명에 달한다.
카타르 국민들은 유럽 금융 도시들을 쇼핑몰처럼 취급해 왔다. 런던을 예로 들어보자. 국부펀드인 카타르 투자청(the Qatar Investment Authority)과 그 자회사들이 런던에서 투자하거나 인수한 내역을 살펴보면, 해러즈 Harrods 백화점,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 더 샤드 the Shard, 런던증권거래소(London Stock Exchange) 지분 20%는 물론, 심지어 미국 대사관 건물도 포함돼 있다.
파리로 눈을 돌리면, 카타르는 파리 최대의 백화점 쁘렝땅 Printemps과 파리 유일의 축구 클럽 파리 생제르맹 Paris Saint Germain을 소유하고 있다. 구단주 나세르 알 켈라이피 Nasser al-Khelaifi(39)는 축구 클럽뿐만 아니라 알자지라 스포츠 네트워크 Al Jazeera Sports Network-최근에는 프랑스, 아시아, 미국 등지로 방영되는 스포츠 채널 ‘비인 스포츠 beIn Sports’도 신설했다-도 운영하고 있다. 이 새로운 방송국은 2014년 미국 프로축구 리그(Major League Soccer)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카타르는 독일의 지멘스, 브라질의 방코 산탄데르, 중국 농업 은행(Agricultural Bank of China)의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발렌티노 Valentino의 경우, 카타르 투자자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카타르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범위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방향을 완벽히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때문에 기사 첫부분에 언급했던 방에서, 지난 2010년 6명의 FIFA 심사위원들이 비디오 홍보영상을 본 후 지상 최고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의 2022년 개최국으로 카타르를 선정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카타르 셸 Qatar Shell의 회장 와엘 스완 Wael Swan은 레바논 인이다. 그는 “그렇다. 카타르가 돈이 많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국가들은 널렸다. 카타르의 차별점은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것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자금을 쏟아 붓고, 성공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9년이나 남았지만, 월드컵 준비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카타르는 지하철 시설, 고속도로, 호텔, 항구, 에어컨 시설을 겸비한 축구 경기장-찌는 듯한 여름 날씨에 필수적이다-등의 인프라 구축에 약 2,00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운 날씨야말로 가장 큰 장애물이다. 최근 축구계 일부 인사들은 월드컵 개최 시기를 겨울로 옮기거나 아예 카타르로부터 월드컵 유치권을 박탈하자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카타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월드컵이 카타르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위 관료들은 포춘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카타르가 월드컵을 통해 장기적 과제들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바로 석유·가스 고갈 후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서구와 대등한 위치에서 작동하는 효율적이고 다변화된 경제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34세의 나이에 2022월드컵 최고 위원회 (World Cup 2022 Supreme Committee)를 이끌고 있는 하산 알 타와디 Hassan al-Thawadi는 “(월드컵은) 투자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 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10억 명 이상의 시청자들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월드컵이 서구인들에게 중동의 모든 국가가 억압적이고 불안하지는 않다는 메시지를 전할 유일무이한 매개체라고 주장했다. 타와디는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변호사이자 카타르 국부펀드의 자문 위원이다. 그는 “이만큼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도 없다. (월드컵은) 편견을 깨부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타르에 임박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라도 하듯, 6월 카타르 국왕은 이 지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난 것이다.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Sheikh Hamad bin Khalifa al-Thani는 국영방송 카타르 TV를 통해 머지 않아 왕위를 아들 셰이크 타밈 Sheikh Tamim에게 승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61세인 카타르 국왕은 퇴위 결정에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새로운 왕을 맞을 시기가 왔다. 카타르는 역동적인 가능성과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젊음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 국왕 타밈(33)은 보통 죽기 전까지는 왕위를 넘기지 않는 페르시아 만의 다른 왕들에 비하면 무척 젊은 편이다(사우디 아라비아 국왕 압둘라 Abdullah는 89세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타밈은 축구와 테니스에 열광한다. 그리고 (영국 윌리엄 왕자처럼) 영국 셔번 사관학교(Sandhurst Military Academy)를 졸업했다. 그는 막대한 부는 물론 어마어마한 정치적 영향력도 물려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리비아와 시리아 반군, 가자의 하마스,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 (Muslim Brotherhood) 등 중동의 수니파를 위해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셰이크 타밈이 물려 받은 카타르는 1995년 그의 아버지가 왕위에 올랐을 때와 비교하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당시 카타르에 대해 들어본 미국인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참고로, 제대로 된 발음은 ‘카투르(KA-tur)’다). 카타르가 알려지기 시작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알자지라 방송의 영향이다. 카타르가 부를 축척하던 당시 국왕이 국가의 국제 이미지 구축하기 위해 알자지라 방송을 설립했다. 타밈은 왕위를 물려 받은 이틀 뒤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앉아-뒤편으로는 상단에 가젤이 새겨진 화려한 탁자가 놓여 있었다-TV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부왕께서는 조용하지만 점진적이고 포괄적인 혁명을 이뤄내셨다”고 찬사를 보냈다.
타밈이 왕위를 물려 받으며 카타르의 20~30대 젊은이들도 막중한 책임을 떠 안았다. 이는 카타르의 비즈니스 및 투자방식에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들은 소박한 유목민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부가 언젠가 메마르게 될까봐 우려하지 않는 첫 번째 세대다. 카타르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254억 배럴에 달하며, 890조 평방 피트라는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도 자랑한다. 작은 국토에 비해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해외 천연가스 생산에 대한 투자도 늘려왔다. 최근에는 엑손모빌과 제휴해 텍사스에 100억 달러규모의 LNG 수출 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서양 일류 사립학교 및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카타르의 젊은 리더들은 여러 언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개성도 강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젊은이들이 커리어를 쌓기 위해 애쓰는 나이에 그들은 이미 대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수백만 달러짜리 거래를 성사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타르는 독실한 와하비파 Wahabbi *역주: 코란의 교의를 고수하는 종파 이슬람 국가이지만, 수도 도하는 점점 더 서구화된 모습-여성들이 여전히 부르카를 입고 있기는 하다-으로 변해가고 있다. 카페와 문화시설, 현대예술 박물관, I.M. 페이 I.M. Pei *역주: 세계적인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가 디자인한 화려한 이슬람 예술 박물관를 보면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4억 3,400만 달러를 투자해 국립 박물관도 건설 중이다. 카타르 항공은 청두부터 시카고까지 전 세계 수십 개 도시를 운항한다. 곧 문을 열 신규 공항은 연간 5,000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도하 근교의 에듀케이션 시티 Education City에는 조지타운 대학, 텍사스 A&M, 카네기 멜런 등의 캠퍼스가 위치해 있다(실제로 많은 카타르 학생들이 이 대학교들의 미국 본교에 재학 중이다). 도하에 소재한 투자은행 Q인베스트의 CEO 타밈 알 카와리 Tamim al-Kawari(38)는 “말 그대로 우리는 서로를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에 소재한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고, 골드만 삭스 카타르 지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젊은 지도자들은 카타르 비즈니스 전역에 손을 뻗고 있다. 새로운 왕의 남동생 모하메드 Mohammed는 25세의 나이에 2022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누이 셰이카 마야샤 Sheikha Mayassa(30)는 콜럼비아 대학 Columbia University에서 MBA를 취득하고 카타르 박물관국(Qatar Museum Authority) 총재로 재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품 구매자다. 작년 마야사는 사상 최고가(2억 5,000만 달러)에 폴 세잔의 작품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The Card Player)’을 구입했다. 850억 달러를 운용하는 카타르 투자청의 새로운 CEO 아마드 알 사이드 Ahmad al-Sayed 역시 37세에 불과하다. 카타르 국립식량안보증진기구(Qatar National Food Security Program)의 의장 파하드 빈 모하메드 아티야 Fahad bin Mohammed al-Attiya도 같은 나이다. 그는 황무지와 다름없는 카타르 농업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교양과 세련미를 갖췄다 하더라도 이 젊은 리더들이 카타르의 ‘가장 중요한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건 바로 민주화다. 카타르는 여성이 취업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리고 여성도 내각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부분 남성위주로 구성돼 있고, 엄격한 하향식 방식으로 운영된다. 2년 전 전임 국왕이 2013년 말 경에 국회의원 선거가 열릴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 이후로는 이 안이 거의 언급된 적이 없다. 심지어 헌법은 국왕의 권한이 ‘불가침’하다고 정의하고 있다.
카타르 국민들과 대화했을 때는 모두 각자의 야심 찬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도 민주주의 개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단 한 차례의 시위 없이 왕위 계승이 이뤄졌다는 사실에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국민들은 이것이 곧 카타르가 억압적인 중동국가가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수많은 카타르인들은 필자에게 셰이크 타밈은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카타르 왕실을 지켜봐 왔던 이들 중에는 기존과 다른 점-특히 금융권에 파장 효과를 줄 수도 있다-을 발견한 사람도 있다. 그들은 타밈의 취임연설을 근거로 삼았다. 타밈은 아버지의 업적을 칭송한 후 곧 바로 매우 직설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일부 관리들은 부실한 ‘투자 기획 및 관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그의 정부는 투자 결과에 더욱 엄격하고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밈을 잘 아는 알 아티야는 “투자 성과를 향상시키고 민간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타밈이 취임한 지 3일 만에 카타르에서 가장 유명한 베테랑 정치인 하마드 빈 자심 알 타니 Hamad bin Jassim al-Thani를 교체했을 때, 알 아티야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됐다. 알 타니는 총리, 외교부 장관, 국부펀드 CEO 등을 동시에 역임하며 카타르의 글로벌 투자 러시를 총괄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카타르의 해외 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다만 수십억 달러가 월드컵 예산에 사용되는 시점에 과거보다 신중한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도하의 PR 회사 포브스 어소시에이츠 Forbes Associates의 CEO 패트릭 포브스 Patrick Forbes는 오랫동안 왕궁을 예의주시해 온 인물이다(똑같은 이름의 비즈니스 잡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는 “국민들이 새로운 왕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카타르 정부가 앞으로 책임을 강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카타르의 정부지출과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동시에 그에 따른 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다. 해외보다 국내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멀리서 보는 카타르의 이미지는 모든 문제를 돈으로 쉽게 해결해 버리는 부유한 강대국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표면에 금이 간 자국이 선명하다. 도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현실이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공항 터미널의 노동자는 대부분 필리핀과 인도 등 외국 출신이다. 190만 카타르 인구 중 85%가 시민권 획득 가능성이 없는 계약직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건설 노동자, 청소부, 운전사 같은 일용직으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인권단체들이 맹렬히 비난하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한 달에 고작 수백달러밖에 벌지 못한다. 카타르는 성공적 월드컵을 개최를 위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노동법을 입안 중이다.
카타르 정부는 더 많은 현지인을 고용하라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분야가 전문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 군인 및 경찰인력의 약 80%가 외국인인 실정이다. 이런 부조화는 웃지 못할 상황을 낳고 있다. 필자는 도하 공항에 도착한 뒤 보안요원에게 아랍어 해석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경비요원도 아랍어를 읽지 못했다. 해안지구를 따라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 갈 때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마천루를 감상하면서, 필자가 에리트리아인*역주: 에리트리아는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공화국 택시기사에게 카타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들은 부자지만 나눌 줄을 모른다”고 답했다. 정말 그렇다. 소수가 이끄는 현 시스템하에서 자본과 운영권, 결정권은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고위 공직자들과 CEO들은 다양한 직위를 갖고 수많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 경제를 장악하는 국영 기업에선 더욱 그렇다. 그 결과 임금지불을 비롯해 많은 일들이 지체되고 있다. 도하에서 영업 중인 한 미국인 변호사는 익명으로 “미국에서 며칠 혹은 몇 주면 결정될 일이 여기서는 몇 달, 몇 년이 걸린다. 투자 기회를 찾아 전세계인이 카타르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에 (의사 결정자들은) ‘돈을 천천히 지불해도 아무도 우리를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카타르의 부가 무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왕위 계승 바로 직전인 7월 카타르 정부는 석유·가스 업계의 미미한 성장 때문에 경제 성장률이 올해 5.3%에서 내년 4.5%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실질 1인당 GDP도 2001년 이후 급격히 감소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카타르 경제를 정확히 전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는 국영 기업들이 국고 보조를 받고 있고, 국부 펀드의 계좌도 공개되지 않는다. 국부펀드 계좌를 외부 투자자들에게 일부 공개하자는 안이 있었지만 그 조치가 철저한 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난해 무기한 보류됐다.
일부 서구 경영자들은 투명하지 않은 재정에 대해 분개했다. 그들은 카타르가 주주들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계약 시 자신들보다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는 백지수표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프랑스의 유료 케이블 TV ‘카날 플뤼 Canal Plus’는 7월 불공정 경쟁 혐의로 비인 스포츠를 고소했다. 중계권 입찰 시 비인 스포츠가 지나치게 비싼 금액을 제시해 주요 중계권을 차지했고, 그 결과 유럽 시청자들을 빼앗겼다는 것이다(시청료를 확보해야 다른 프로그램도 제작할 수 있다). 서구 국가들이 점차 대침체에서 회복함에 따라 더 많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카타르 경제의 불안 요소는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기 전인 194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 채집으로 간신히 가난한 경제를 지탱했던 카타르는 논밭을 조성하거나 대형 저수지를 건설하는 등의 기초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 그래서 사막 국가인 카타르의 식량 비축량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저수량은 고작 67시간 (다시 말해 3일도 못 버티는) 동안만 공급이 가능한 충격적인 수준이다. 카타르는 90%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 중 4분의 3은 이란에 근접한 페르시아 만의 출입구 호르무즈 해협 the Strait of Hormuz을 통해 운송된다. 카타르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로 곡물 가격이 치솟자 식량안보증진기구를 설립했다. 그리고 2025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4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농업 종사자가 거의 없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계획을 이끌 알 아티야는 “미래에는 식량 수입국이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구식 농업에서 21세기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카타르 정부는 서구의 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끔찍한 시나리오를 실험해 보았다.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핵 실험이나 석유 유출, 혹은 이란과의 전쟁-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역주: 전세계 미군 지역 사령부의 하나로 중동, 중앙아시아 및 동북 아프리카 지역을 관장한다는 카타르에 위치해 있다-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된다.
그 결과 석유·가스 수출에 큰 지장을 받고, 식량과 수자원을 공급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식량 배급이 시작된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카타르를 떠나고, 건설 및 기타 사회 서비스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 알 아티야의 수석 고문 조너선 스미스 Jonathan Smith는 참혹한 테러를 경험했던 오클라호마 Oklahoma 출신이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사람들은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그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카타르는 단순한 에너지 부국을 넘어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가가 되었다. 또 그 이후의 모습도 준비하고 있다. 젊은 리더들도 미래를 더욱 더 신중하게 계획하기 시작했다. 카타르는 지금 놀라운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