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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화폐, 그 본질과 진화의 방향을 찾아서

화폐이야기

화폐, 그 본질과 진화의 방향을 찾아서
송인창 외 6명/부키/1만5,800원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칼 멩거 Carl Menger는 화폐를 두고 “물물교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발명품”이라고 진단한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화폐는 시대에 따라 진화한다. 조개에서 주화로 된 동전, 그리고 지폐, 최근에는 전자화폐까지….

화폐는 그렇다고 단순하게 교환용에 그치지 않는다. 화폐의 역할을 인체의 혈액과 비유하기도 한다. 경제의 핏줄이라는 얘기인데,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 나라 경제마저 파탄에 이른다. 과거 독일이나 남미의 일부 국가들이 겪은 초인플레이션이나 최근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금융위기 역시 돈, 즉 화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결과다. 그렇다면 국가, 심지어 문명의 흥망성쇠까지 야기할 수 있는 화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을 다루는 적절한 방법은 또 없을까.

이런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해 나라의 경제정책과 예산, 세제를 총괄하는 공무원 7명이 뭉쳤다. 야무지고 똑똑한 그들이 뭉친 것은 거시나 미시정책을 내놓기 위함이 아니다. 화폐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2012년 묘하게 이들은 영국 런던에서 모인다. 비슷한 시기에 파견 근무 차 혹은 유학 차 런던에 머물면서 공통의 화두를 하나 꺼냈다. ‘화폐’다. 저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대부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에서 함께 일했다. 외환시장을 체크하는 환율도 담당, 화폐와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전문성과 경험도 풍부했다. 그래서 화폐를 주제로 한 책을 쓰자고 결의를 했다. 화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좀 더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민해 보고 싶었다는 게 그들의 설명. 더욱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환율전쟁’은 격화되고 있다. 세간의 관심도 환율로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 저자들은 “환율은 화폐제도와 화폐현상”이라고 진단한 뒤 “책의 주제를 화폐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잊고 있던 화폐의 실체를 백지 같은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한번 마주해 보자는 취지를 담고서….

이 책은 100여 컷 넘는 그림 자료로 좀 더 친근하게 화폐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조망한다. 또 예금, 대출, 채권, 주식 같은 금융의 기초 개념도 역사 속 이야기의 옷을 입고 소개된다. 최고의 금융가인 로스차일드, JP모건 가문 같은 주역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뿐인가. 근·현대 경제학의 거두 애덤 스미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화폐 이론가로 풀어낸 대목도 눈에 띈다. 그리고 많은 궁금증도 해결해준다. 예컨대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인데도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고 우리 원화는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경제는 침체되는데 달러 수요는 왜 더 높아지나. 미국 경제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의 약 20%에 불과한데도 어떻게 기축통화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나. 이런저런 물음에 대한 답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이 책은 일곱 명의 저자들이 화폐의 역사, 지폐의 홀로서기, 금융의 명암, 중앙은행의 효시 영란은행, 기축 통화, 화폐 이론의 선지자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 등 일곱 개의 키워드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화폐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준다. 화폐에 관한 별난 일화들은 덤이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의 원제가 실은 ‘온스(금)의 마법사(Wizard of Ounce)’였다는 사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주화 훼손을 방지하려고 주화 둘레를 오돌토돌한 톱니 모양으로 새기기 시작했는데, 현재 통용되는 50원, 100원, 500원짜리에 각각 109, 110, 120개의 톱니를 새기는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걸 알려준다. 요소요소에 재미있는 사실이 많아 책을 읽는 흥미를 북돋아준다.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화폐의 역사를 담았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화폐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어떻게 변화 했는지를 소개한다. 물물교환의 과정에서 시작된 화폐의 탄생에서부터 생필품 화폐, 상품화폐와 금속 화폐, 금세공인들의 약속 어음에서 비롯된 지폐, 법정 지폐와 예금 화폐를 지나 오늘날의 신용 화폐까지…. 동시에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갈지도 진단한다.

2장은 지폐의 홀로서기다. 여기선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 화폐가 역사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폐로 바뀌게 되었는지가 소개된다. 금속 화폐가 아닌 지폐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금과 같은 금속 화폐가 주요 지불 수단이 되는 시스템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짚는다. 고대와 중세 사회에서 금속화폐가 수행한 역할을 조망해 본 후 지리상의 발견과 정복의 배후에서 부추겼던 귀금속에 대한 열망, 물밀듯 유입된 금과 은이 유럽 경제에 미친 영향, 지폐가 등장해서 금속 화폐를 밀어내는 과정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금속화폐와 지폐가 벌인 화폐전쟁의 사례도 소개한다. 나폴레옹 전쟁 때 얘기다. 당시 프랑스의 금속 화폐와 영국의 지폐가 맞대결을 벌였다. 과거 극심한 ‘환란(換難)’을 목격한 나폴레옹은 금속 화폐 사용을 고집했다. 반면 영국은 지폐를 대량으로 찍고 국채를 발행해 군비를 충당했다. 결과는 영국의 완승. 금속 화폐가 지폐의 발권력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게 원인이었다.

3장은 금융업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고리대금업에서부터 근대의 메디치은행, 19세기 금융 제국을 이룬 로스차일드 가문, 미국의 금융제도와 금융 산업의 설계자인 JP모건의 성장 과정까지. 4장은 중앙은행의 효시인 영란은행의 역사에 대한 소개다. 319년 역사의 영란은행은 상인들이 출자해서 만든 민간 은행에서 출발해 국제 통화 제도를 이끌었다. 민간 은행이 어떻게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앙은행으로 변신했는지, 세계 최초의 기축 통화인 파운드화를 어떻게 관리하고 당시 국제 통화 제도인 금 본위제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그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살펴본다.

5장은 기축통화에 대한 분석이다. 지금은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잡았지만 파운드화와 엄청난 각축전을 벌인 결과다. 이와 함께 6·7장은 시대를 앞서간 경제학의 거장이자 선지자였던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의 화폐에 대한 생각을 그들의 저서를 통해 들여다본다. 두 사람은 모두 각자가 살았던 시대의 고정 관념에 맞서 자신의 화폐관을 당당하게 주장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화폐 이론으로 인해 세상은 화폐와 경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화폐는 수명을 알 수 없는 생물처럼 진화를 거듭한다. 물리적 실체였던 화폐는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고, 이제는 가치를 표시하는 숫자마저 모니터상에서 볼 뿐이다. 1995년 전자 화폐가 등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비트코인이라는 사이버 머니까지 출현했다,

그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일관된 무언가가 화폐에는 있다. 바로 사람들 간의 신뢰. 금속 화폐 시대에 금·은 같은 매개물의 희소 가치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낳았다면 지폐 시대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통화 관리 능력이 신뢰를 부여했다. 앞으로도 전자화폐 등의 유지 확산은 세계 국가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가 관건이라고 저자들은 쓰고 있다. 저자들은 특히 화폐는 생활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수단이지만 궁극에 있어서는 ‘화폐라는 이름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묶어 내는 기술’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아울러 일반 독자들에게는 환율전쟁이니 통화전쟁이니 하며 화폐를 마치 경제 무기처럼 다루는 요즈음 책들의 혼란스럽고 음모론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구현/청림출판/1만6,000원
15년 뒤 한국경제의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는 이 책은 경영경제 이론과 실물경제에 정통한 석학의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제언을 담았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더 이상의 노동력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등 한국 특유의 성과주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60여 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성공방정식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는 저자의 주장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김명철 옮김/ 청림출판/1만6,000원
이 책은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활동들이 모두 넓은 의미에서 판매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세일즈란 행위가 본질적으로 인간 본성에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각도의 메타 연구와 취재, 인터뷰,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깃든 ‘파는 것’의 실체를 증명하면서 그것이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과연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지게 될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메이난 제작소 이야기
카마다 마사루/김욱 옮김/ 페이퍼로드/1만4,800원
2013년 현재 자본금 9,000만 엔, 종업원 114명, 연간 매출 62억 엔인 일본의 강소기업 메이난 제작소의 역사와 성장 과정을 담고 있는 기업 르포이자 일종의 경영 실험 보고서다. 110명이 일하며 1,000여 건의 특허ㆍ실용신안을 보유한 이 기업의 초고속 성장을 이룬 경영실험과 시행착오, 성공 과정을 살펴본다. 차원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차원 평가 제도’, 월요일 아침마다 실시하는 ‘전 직원 학습회’ 등 독특한 조직 문화와 경영 철학을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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