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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 게놈 지도 완성

국내 연구진의 주도로 결성된 국제 호랑이 게놈 컨소시엄이 세계 최초로 한국 호랑이의 게놈지도를 완성했다.

호랑이는 한민족을 상징하는 아이콘 같은 동물이다. 이런 호랑이의 표준 게놈 지도가 국내 연구팀이 중심이 된 국제컨소시엄에 의해 완성됐다. 그것도 다름 아닌 한국 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의 게놈 지도다.

게놈은 한 생물이 가진 모든 유전자를 뜻한다. 이것이 해독되면 수십 년간 컴퓨터를 이용해 생명공학이나 의학 발전에 필수적인 온갖 기초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자료에 기반해 불치병 치료법을 개발할 수도 있고, 유전 자원을 보호함으로써 특정 생물을 멸종 위기에서 구해낼 수도 있다. 호랑이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 1위로 선정됐을 만큼 대중에게 사랑받는 동물이지만 야생 호랑이의 숫자는 3,200여 마리에 불과하다. 한국 호랑이의 경우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개체를 포함해도 단 4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이다.

이런 가운데 게놈분석 전문기업 테라젠이텍스와 게놈연구재단(GRF), 에버랜드, 서울대 등 한국·중국·러시아의 연구팀과 공동으로 호랑이의 표준 게놈 지도를 완성해낸 것이다. 호랑이를 포함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게놈이 완전히 해독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논문이 게재됐다.

집고양이와 95.6% 유사

세계 최초 표준 게놈분석의 대상이 된 호랑이는 에버랜드에서 2003년 출생한 몸길이 214㎝, 몸무게 180㎏의 ‘태극’이다. 게놈연구재단과 테라젠이텍스 연구원들이 지난 2010년 10월 태극이의 혈액을 채취하고, 이 혈액에서 DNA를 추출해 수백 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DNA 염기 서열을 해독했다.

이번 연구에서 호랑이는 사람의 30억개보다 적은 약 28억개의 염기쌍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염기서열 분석 과정에서 2만226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특히 백사자·설표범이 같은 다른 대형 고양잇과 동물, 그리고 인간·집고양이·판다·쥐·개 등의 포유류 게놈과 호랑이 게놈의 비교분석도 이뤄졌다. 그 결과, 호랑이가 지니고 있는 육식성 특징과 뛰어난 후각, 민첩한 몸놀림 등의 운동능력에 대해 진화론적 적응 증거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구체적으로 호랑이의 염기서열은 공통조상으로부터 1,080만년 전 분리된 집고양이와 95.6%의 유사성을 지녔으며, 사람 및 고릴라와의 유사성은 94.8%로 나타났다. 호랑이 게놈 지도의 정확도 역시 호랑이의 혈액 전사체(transcriptome) 서열과 포유류들에게 보존된 유전자를 비교함으로써 확인했다.

박종화 게놈연구재단 이사장은 “인간처럼 게놈서열 분석이 완료되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나 포유류들과 호랑이의 유전적 특성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은 물론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다”며 “이번 성과는 공동연구팀이 첨단 차세대 DNA 해독기와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 등을 적용해 10개월여간 연구한 땀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대형 고양잇과 유전학 연구의 주춧돌

기존의 호랑이 유전자 연구는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라의 염기서열을 이용해 계통생물 지리학, 집단유전학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그나마 집고양이의 게놈 서열은 정확도가 낮은 상태이기는 해도 해독이 이뤄진 반면 호랑이를 비롯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은 게놈 서열이 밝혀지지 않아 유전학적인 종(種) 다양성 및 개체군 연구에 커다란 제약이 있었다.



반면 공동연구팀은 태극이의 게놈 서열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 작년 6월 백호랑이의 털이 왜 하얀지를 유전적 관점에서 밝혀내 핵심 분석자료를 중국 베이징대학에 제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호랑이와 아프리카 백사자, 눈표범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사자와 표범의 털을 하얗게 만드는 유전자도 밝혀냈다. 덧붙여 호랑이와 설표범의 게놈 비교를 통해 눈표범이 해발 3,000~6,000m의 산소결핍 환경에서도 잘 생활할 수 있는지를 알아냈다.

이렇듯 호랑이의 표준 게놈 지도 하나만으로 연구자들은 고양잇과 동물들의 습성과 유전자의 연관성을 신속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호랑이 게놈 지도 완성의 궁극적 가치와 중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호랑이의 게놈 표준이 마련됨으로써 향후 호랑이를 필두로 한 범과 동물들의 게놈 보존과 멸종 방지 등의 연구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며 “이 성과는 미래 게놈 분석 프로젝트에서 한차원 고도화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적 연관성
[1] 이 다이어그램은 포유류의 이종상동성 유전자를 보여준다. 숫자는 7종의 포유류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와 고유 유전자의 수를 의미한다.



[2] 아래의 도식은 7종의 포유류가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리된 이후에 각각 증가 또는 감소된 유전자를 표시한다. 녹색(+)은 증가, 적색(-)은 감소된 유전자의 숫자다. 하단의 연대는 각 종들이 분리된 시점을 나타낸다. 참고로 이 포유류들의 가장 최근 공통 조상(MRCA, most recent common ancestor)은 총 1만7,841개의 유전자 패밀리를 갖고 있다.



호랑이 게놈 분석 프로세스



이종상동성 유전자 (orthologous gene) 2개의 유전자가 공통조상으로부터의 종분화에서 유래할 때 이들의 유전자.
바이오인포매틱스 (bioinformatics)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유전자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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